"의사 절대 하지 말라고.." 의사가 되면 실제 겪는 일

조회수 2022. 7. 13. 19: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병원에는 안 갈 테니 알아서 하라고 호통을 쳐놓고는 잠이 오지 않아 한밤중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거리에는 병원 앞에서 당당하게 길을 건너고 있는 여우 한 마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고, 여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텅 빈 병원 복도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어둡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환자의 아내는 내앞에 무릎을 꿇고 내 손을 움켜쥐더니 남편을 살려달라고 정말 간절하게 애원했다. 눈물과 슬픔으로 얼룩진 채 30분 정도 지나자 그들은 서서히 그의 죽음을 피할 수 없단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언어 능력을 아예 잃어버린 채 산송장처럼 사느니, 편안히 저 세상으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술 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사망했던 다른 환자가 떠올랐다. 그 가족은 내가 그 일을 설명하고 사과하려 애쓰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나를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나를 깊이 미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이자 아버지를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이탈리아인 가족은 기이할 만큼 상냥하고 다정했다. 그의 딸들은 자신들이 나를 탓하지 않는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그가 나를 아주 많이 신뢰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감정을 추스르고 헤어질 무렵 한 명이 그의 세 살배기 손녀를 나에게 데려왔다. 작은 꼬마의 뺨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꼬마가 크고 검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마리아, 선생님께 뽀뽀하고 고맙습니다, 해야지.”

마리아는 나와 뺨을 부비면서 까르르 웃었다.

“잘 자요, 마리아. 좋은 꿈꾸고.”

나는 공손하게 말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레지던트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망한 환자의 가족과 대화하는 고통스러운 임무에서 자기를 구해주었다면서.

“신경외과 의사는 끔찍한 직업이야. 하지 마.”

나는 그를 지나쳐 문으로 가면서 말했다. 정문으로 걸어가던 나는 복도에서 공중전화 옆에 서 있는 그의 아내를 마주쳤다.

“선생님, 제 남편을 기억해주세요. 가끔씩이라도요.”

그녀가 나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기도할 때도 제 남편을 생각해주세요, 선생님.“ 수술 후에 세상을 떠난 환자를 제가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리고는 그녀와 헤어져 걸으며 혼잣말로 덧붙였다.

“기억이 안 나면 좋으련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그가 살았다면 평생을 끔찍한 불구자로 살아야 했을 테니까. 수술 때문에 죽었지만 수술 도중 일어난 실수 때문에 죽은 게 아니었다. 수술 후에 뇌졸중이 왜 일어났는지 나는 모른다. 수술 후 뇌졸중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래서

그때만큼은 최소한 사실관계로만 따지면, 내가 결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놓고도 문 밖의 차 안에 앉아, 비가 내리는 어둠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몸을 질질 끌며 자러 갈 수 있었다.


1.5kg 뇌를 수술하는 신경외과 의사에게 환자의 삶과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의사도 털어놓지 않았던 괜찮은 죽음에 대한 색다른 진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