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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시작한 요리 면접 백미
여성 비중 40%, 분위기가 강점

이색 면접으로 잘 알려진 샘표식품의 요리 면접 현장. A씨는 요리 중 팔팔 끓는 기름을 실수로 바닥에 쏟았다. 팀원들이 놀라서 어찌할 줄 모르는 사이 A씨는 침착하게 “제가 실수를 했으니 제가 치우겠습니다”라고 말하고선 냅킨을 가져다가 조용히 기름을 치웠다.

돌발상황이 있었지만, A씨의 침착한 대응 덕에 팀은 다시 요리를 시작해 무사히 마쳤다. 샘표식품 관계자는“A씨가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A씨는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샘표식품 채용관계자는 “두 번째 지원이라고 하면서 탈락 후 지난 1년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담담하게 말한 지원자도 인상 깊었다”면서 “면접 시간에 10분 넘게 늦고선 ‘면접 볼 수 있느냐?’고 묻거나 대기장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짜증을 내는 지원자와 같이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채용 계획과 절차

샘표식품은 2017년 입사할 공채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모집 분야는 요리연구, 연구개발, 마케팅, 디자인, 영업 등이다. 채용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40~50명 정도다. 

서류 전형에 이어 11월 14일 또는 15일에 인·적성검사를 치르며, 면접은 12월 5~9일 사이에 열릴 예정이다.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요리 면접을 모두 같은 날 진행한다. 샘표 관계자는 “다른 면접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격자는 12월 셋째 주 건강검진을 거쳐 2017년 1월 2일 입사한다. 

신입사원 출신 학교는 다양하다. 전공은 인문계 62%, 이공계 36%, 기타2%로 문과생에게 기회가 많다. 신입 사원 중 여자 비율은 62%로 전체 여직원 비율(40%)보다 높다. 

샘표식품은 1946년 설립, 올해로 70년이 되는 장수기업이다. 

주로 기업 역사가 길면 위계질서가 강하고 조직문화가 폐쇄적이지만 샘표는 그렇지 않다. 여직원 비율이 높아 조직이 전반적으로 유연하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잡혀 있다. (샘표 관계자)

서류 전형

‘어렸을 때부터 주방 찬장을 열면 있던 샘표 간장’, ‘어머니가 즐겨 쓰시던 샘표 간장’

샘표 인사팀이 꼽은 식상한 자기소개서 문구다. 지원자 가운데선 잘 알려진 샘표 간장을 자소서에 많이 넣는다.

진부한 내용은 빼고 진정으로 샘표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와 왜 회사가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쓰는 게 좋다. 비전, 직무, 조직문화나 아주 사소한 이유라도 솔직함이 묻어나는 자소서를 써야 한다. (샘표 채용관계자)

‘지원한 직무를 위해 노력한 경험’ 문항도 거창한 경험을 쓸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들었던 과목, 독서를 통해 얻은 직무 정보 등 입사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던 내용을 보여주면 된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인용구, 영어, 한자 등을 버무려 멋을 내는 일은 피해야 한다. 샘표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는 소설이나 수필이 아니다”라면서 “명언이나 영어, 한자를 넣어 멋있게 쓰려고 하지 말고 자기 이야기를 사례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입사하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표현이다. 자소서는 각 직무 실무진이 평가한다. 서류 전형에서 학교, 학점, 어학 점수, 전공, 성별, 종교에 따른 차별은 없다.

필기 전형

샘표 인‧적성검사는 인성검사와 적성검사를 각각 한 시간씩 나눠서 본다.적성검사는 언어, 수리, 추리 문제로 이뤄져 있다. 샘표 관계자는 “시중에 있는 샘표식품 인·적성 책자는 회사에서 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검사와 거리가 있다”면서 “그런 책자는 유형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데 참고하는 용도로만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인·적성검사 중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찍지 말고 빈칸으로 남겨둬야 한다. 오답이 나오면 감점처리하기 때문이다.

면접 전형

샘표 면접 전형은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요리 면접이 있다. 모든 면접이 하루에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다. 순서는 지원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실무진 면접은 팀장 등 실무진 2~3명이 지원자 1명당 15~20분 정도 평가한다. 

임원 면접은 대표를 포함한 면접관 2~4명이 후보자 1명과 15~20분 정도 면접을 진행한다. 샘표의 인재상과 맞는 지원자인지, 지금까지 보아온 모습을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다. 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에 나온 질문. 

‘해본 일이 무엇인가, 했던 업무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영업)
‘다른 식품회사도 지원했나’(영업)
‘서울 지원했는데, 부산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겠나’(영업)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마케팅)
‘생산공정관리가 전공과 상관이 적은데 왜 지원했나’(생산)
‘가장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살면서 힘들었던 순간은’(경영지원)
‘회사의 인재상은 무엇인가’, ‘맛있는 맛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외국인에게 우리의 맛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2000년부터 시작한 요리 면접은 4~5명이 한 팀을 이뤄 주제를 정해 3시간 정도 요리를 한 다음, 주제와 특징 등을 프레젠테이션(PT) 발표하는 방식이다.

요리 면접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획일적인 정답’은 없다. 집에서 레시피(요리방법)를 완벽하게 준비해오거나 연습해온다고 해서 합격하는 건 아니다. (샘표 관계자)

요리 면접은 입사 10년 미만 젊은 직원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지원자들을 관찰한다. 

대면 면접으로는 알기 어려운 개인의 인성이나 협업 정신, 리더십, 창의력, 태도를 평가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또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본다. 면접 때는 요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음식재료와 주방도구를 제공한다.

과거 매운 떡볶이와 녹인 치즈를 함께 만들고서 “한국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매운맛을 쉽게 접하고 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은 팀이 있었다. 한 지원자는 “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은 압박이었고, 요리 면접은 즐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기출문제나 요리 블로그를 보고 그대로 준비해온 지원자들이 많다. 학원처럼 준비해오는 지원자들은 오히려 눈에 띄지 못할 수 있다. (샘표 관계자)

글 jobsN 조재희

그래픽 jobsN 안수진 디자이너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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