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만원으로 창업→연매출 45억원 '수지대란' 아이템

조회수 2020. 9. 18. 13: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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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과 동행하는 마리몬드
대학 동아리서 처음 ‘위안부’ 할머니 만나
525만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매출액 45억
수지가 사용하자 매출 180% 증가
출처: jobsN
'마리몬드'의 윤홍조(31)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

‘꽃무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사회 참여 아이콘이 되도록 승화시킨 기업, 마리몬드.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한 분 한 분에게 가장 어울리는 꽃을 헌정한다. 그 꽃으로 ‘플라워 패턴’을 만들어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 디자인으로 활용한다.


미쓰에이 수지와 배우 박보검 등이 마리몬드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최근 급성장했다.


“‘인간은 누구나 존귀하다’는 것을 각 개인과 사회 모두가 인지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31살 젊은 대표의 꿈은 이뤄질까,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를 만났다.


윤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표기를 할 때 꼭 작은따옴표로 묶어주길 부탁했다. 일반명사로 표기를 하면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대학시절 봉사활동이 창업으로 이어져

윤 대표는 대학교 3학년 시절 ‘위안부’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다. ‘인액터스(Enactus)’라는 사회적기업 체험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다.


“당시 저희 집에서 친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우리 할머니와 ‘위안부’ 할머니들이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죠.” 윤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피해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출처: 마리몬드 제공·jobsN
대학시절 '인액터스' 동아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후드티를 팔고 있는 윤홍조 대표(왼쪽 사진). 지금은 소셜 벤처 마리몬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때까진 자신도 남들처럼 일반 기업에 취직할 줄 알았다. 하지만 2년여간의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창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수지가 쓰니까 ‘한 분기’ 매출이 전년도 매출의 180%가 되더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동아리 활동을 함께했던 친구 3명과 창업을 결심했지만 자본금이 문제였다. 유학을 가게 된 동생이 한국 대학을 자퇴하면서 반환받은 525만원의 등록금이 그의 밑천이 됐다. 하지만 창업 첫해인 2012년 매출은 34만원에 그쳤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16년 마리몬드는 매출 44억9600만원을 달성했다.


“인생에 기회가 세 번 온다고들 하잖아요. 사업도 외부요인으로 갑자기 상승곡선을 그리는 때가 세 번 있는 것 같아요. 2015년 1월 수지씨가 저희 핸드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매출이 확 늘었죠.”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미쓰에이 수지 핸드폰 케이스·배우 박보검의 티셔츠는 모두 마리몬드 제품이다.

마리몬드 직원들은 당시 벌어진 일들을 ‘수지대란’이라고 부른다. 미쓰에이 수지가 공항을 빠져나오는 사진이 한 장 찍혔는데,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케이스가 화제를 모았다. 각종 SNS와 언론 보도를 통해 이것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마리몬드 제품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출처: 마리몬드 제공
2015년 1월 미쓰에이 수지가 사용해 화제를 모았던 마리몬드 핸드폰 케이스. 지금은 해당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마리몬드는 2015년 1분기에만 매출 7억9200만원을 달성했다. 전년 총매출액보다 약 180%가 증가한 수치였다. 이후에도 배우 박보검, 할리우드 스타 톰 하디가 가방, 팔찌 등 팬들로부터 선물 받은 마리몬드 제품을 착용한다는 뉴스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위안부’ 할머니들께 바치는 꽃 이야기

마리몬드 디자인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플라워 패턴’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플라워 패턴을 만들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했죠.”


‘압화’는 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을 말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원예심리치료 과정의 일환으로 압화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위안부’ 할머니가 ‘압화’ 작품을 남긴 건 아니다. “더 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서 ‘플라워 패턴’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출처: jobsN
마리몬드는 성수동에 라운지를 운영하며, 플라워 패턴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5년부터 마리몬드는 매 시즌마다 소개하고픈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을 선정한다. 할머니의 삶에서 받은 영감을 가지고 꽃을 정한 뒤, 패턴을 만들어서 제품 디자인에 활용한다.


10년 이상 일본 법정에서 뚝심 있게 배상을 요구한 이순덕 할머니께는 추운 겨울 꿋꿋하게 피어나는 ‘동백’을 헌정했다. 전 세계 분쟁지역 성폭행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나비기금’을 조성한 김복동 할머니.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전 재산을 ‘나비기금’에 기부한 할머니께는 고귀함의 대명사 ‘목련’이 헌정됐다. 지금까지 꽃을 헌정 받은 ‘위안부’ 할머니는 10분이다.

“할머니들 이야기 팔아서 매출 올리냐”는 사람들에게 

마리몬드의 모든 제품에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설명서가 들어 있다. 때론 ‘매출 올리려고 이야기를 파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기도 했단다. “그럴 때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죠. 그 수익금 일부가 꾸준히 기부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리면서요.” 

출처: 마리몬드 제공
마리몬드는 영업이익의 50%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마리몬드가 사회적 기업인 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마리몬드는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사회적 기업’은 아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기업이 공헌하는 분야에 수입의 40% 이상을 기여해야 한다. 마리몬드는 ‘사회적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의 50%를 기부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반기별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원’ 단위까지 공개하는 것도 이 원칙을 정확히 지키기 위해서다. 마리몬드는 지난해까지 무려 7억9500여만원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과 정의기억재단 설립 등을 위해 기부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팬클럽

윤 대표는 마리몬드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팬클럽이라고 표현했다. “할머니들은 저희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건 아이돌 팬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마리몬드 제공
마리몬드는 김복동 할머니의 92번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광화문 역사 내에 옥외광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마리몬드는 팬클럽 활동 중 하나로 지난 3월 10일부터 4월 9일까지 한 달 간 광화문역과 강남역에 김복동 할머니의 92번째 생신을 축하하는 옥외 광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 2013년 5월부터 마리몬드 임직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한 진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아무리 바빠도 2~3명씩 조를 이뤄 집회 참석을 이어왔다. 집회 참석 4년째가 된 지난 5월 24일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요청을 받고 제1284회 수요집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소셜 벤처’를 꿈꾸는 창업자들이 유념해야 할 점

마리몬드는 스스로를 ‘소셜 벤처’라고 설명한다. 소셜 벤처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을 말한다.


“소셜 벤처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죠. ‘나는 좋은 일을 하니까 너희는 들어야 돼’라는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시장에서 선택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마리몬드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SNS와 마리몬드 홈페이지를 통한 프로파일 데이터 정보 수집은 기본이고, 고객 성향에 따라 표본을 골라서 전화·대면 인터뷰를 지속해 왔다. 

출처: 마리몬드 제공
마리몬드 '투어 데이(TOUR DAY)' 모습(왼쪽 사진)·연말에는 온라인 회원들과 모임을 한다(오른쪽 사진).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는 ‘투어 데이(TOUR DAY)’를 열어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연말에도 음식을 차려 놓고 온라인 회원들과 파티를 즐긴다.


현재 마리몬드 홈페이지 누적 가입자 수만 24만7000명에 달하고, 일일 평균 1000건, 한 달 기준으로 3만 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이번에는 플랫폼도 새롭게 다졌다. 오는 6월 말부터 오픈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들이 후기를 올릴 때 사진 필터와 스티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후기가 SNS나 마리몬드 홈페이지 등에 흩어져 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채널마다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평화의 정원’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

마리몬드의 비전은 인간이 존귀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서로가 그 존귀함을 인정해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을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처럼 인간의 존귀함이 짓밟힌 분들을 저희는 ‘동반자’라고 부르는데요, 앞으로 이 동반자들을 더 확대해 나갈 겁니다. 아동·청소년들에게도 눈을 돌려서, 저희가 할머니들 이야기를 알리듯 그들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소개하고 싶어요. 할머니들이 그러셨거든요. ‘다음 세대의 우리 아이들은 평화로운 시대에 살아야 한다’라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글 jobsN 박가영

사진 jobsN 최지혜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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