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무료 수업 듣고 딸 수 있는 취업률 90% 자격증

조회수 2020. 9. 22.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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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g 말 붙잡고 매일 힘 싸움 벌이는 이 남자의 직업은?
말이 있으면 반드시 필요한 '장제사'
500kg 말들과 매일 힘 싸움
2011년부터 국가자격 인정

국내 말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3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도 말 산업 전체 규모는 3조2094억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2015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0.7% 올라 성장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2016년에 3조41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6%의 성장세를 보였다.


말 산업이 커지면서 과거 힘들고 위험한 직업으로 여겨졌던 ‘장제사’가 유망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제사는 말발굽의 모양이나 형태를 점검하고 그에 알맞은 편자(발굽에 덧대는 쇳조각)를 만들어 말에게 신기는 일을 한다. 말발굽을 깎거나 연마해서 꼭 맞는 편자를 신겨야 하기 때문에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마사회 렛츠런 파크 부산경남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자경(24)씨는 국내 최연소 장제사다. 이씨는 이 특별한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한다. 국내에는 말 2만7116두가 있다. 그런데 이 말들을 관리하는 장제사는 80여명에 불과하다. 장제사가 모자라기 때문에 전망이 좋다는 것이다. 최연소 장제사 이자경씨에게 어떻게 장제를 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국립대 토목공학과 자퇴…“처음으로 뭔가가 되고 싶단 걸 느껴”

이 장제사는 전남 광주가 고향이다. 2011년 전북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자퇴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장제사’란 직업을 안 다음에 결정을 내렸다. 

출처: 한국마사회 제공
렛츠런 파크 부산경남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자경씨는 국내 최연소 장제사이다.

-‘장제사’란 직업을 어떻게 알게 됐나

“시급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주 렛츠런 CCC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렛츠런CCC’란 한국마사회 장외 마권 발매를 담당하는 곳이다. 거기서 질서유지 업무를 하다가 우연히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하나 봤다. ‘장제사 입문 교육 과정’ 공고문이었다. 마사회에서 무료로 장제사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신청해서 입문 교육 과정을 먼저 밟았다.”


-다니던 학교는 어떻게 했나

“자퇴했다. 입문 교육을 받으면서 말 산업이 앞으로 계속 커질 거란 생각을 했다. 말이 있는 곳엔 반드시 그 말의 발굽을 관리해줄 장제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장제사란 직업이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거셌다. 특히 부모님은 장제가 ‘고된 일’이라고 생각하셔서 반대가 더욱 심했다. 하지만 단순히 성적에 맞춰서 간 학교와 학과에 미래를 걸고 싶진 않았다. 관련 학과로 대학원까지 진학하고 취업이 된다고 해도 인생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장제사 입문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뭔가가 되고 싶단 걸 느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땐 허락을 해주셨다.” 

편자 바꿔줄 때마다 힘 싸움 벌여…'70kg vs 500kg'의 씨름

각각의 산업군에서 ‘기계화’가 대세인 시대이지만, 장제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사람 손·발톱 모양이 다 다르듯, 말발굽도 각기 다른 모양을 가졌기 때문이다. ‘말에게 생명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건 말발굽’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장제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출처: 한국마사회 제공
말발굽에 신경이 없는 부분에 편자를 박는다. 편자는 발굽을 보호해서 마모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오전 5시30분까지 출근해서 6시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말은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해가 뜨면 작업할 때 매우 힘들어한다. 렛츠런 파크 부산경남에는 40여개의 마방이 있다. 한 마방에 20~40마리의 말이 생활한다. 6시부터 마방을 돌면서 편자가 빠진 말은 없는지, 각각의 말발굽 상태는 어떠한지를 살피고 편자를 만든다.


렛츠런 파크 부산경남에는 총 8명의 장제사가 있다. 2인 1조로 한 승합차를 타고 마방을 이동해가며 말 관리를 한다. 렛츠런 파크에서 근무하고 있긴 하지만 각각의 장제사는 한국마사회 소속이 아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장제소 소속이고, 한국마사회가 그 장제소와 계약을 맺고 장제 일을 맡긴다. 

출처: 한국마사회 제공
트렁크를 개조한 승합차 안에는 편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루와 망치 등이 구비돼 있다.

장제 업무는 크게 편자 만들기와 말발굽에 편자를 박는 과정으로 나눈다. 한 마리 말의 장제가 끝나면 그다음 말을 관리하는 형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타고 다니는 승합 차량의 트렁크 부분을 개조해서 모루나 망치 등을 구비해 놓고 현장에서 편자를 만든다.


퇴근 시간은 오후 3시다. 일찍 작업을 시작하는 만큼 퇴근이 빠르다. 남들이 한창 일할 시간에 퇴근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주로 취미생활을 한다. 장제사는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헬스나 스쿼시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주 5일 근무를 하되 휴일은 월요일과 화요일이다.”


-편자는 왜 신기는 건가


“야생마는 생활하면서 말발굽이 자연 마모된다. 하지만 키우는 말은 상대적으로 덜 움직이니까 사람이 발굽의 수평을 인위적으로 맞춰줘야 한다.


편자는 발굽이 덜 마모되게 하려고 신기는 것이다. 편자는 쇠나 알루미늄으로 돼 있다. 경주마는 500g 정도 나가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알루미늄 편자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편자도 사람 신발처럼 기준이 되는 호수가 정해져 있다. 열처리를 하거나 계속 두드리는 작업을 거쳐서 장제사는 말에게 꼭 맞는 편자 모양을 잡는다. 

출처: 이자경 장제사 제공
장제사들은 양 손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말 다리를 허벅지 사이에 끼운 채 장제 작업을 한다.

못을 박아서 말발굽에 편자를 고정한다. 이때 말과 사람 사이에 엄청난 힘 싸움이 벌어진다. 말발굽에 편자를 신길 때, 장제사는 말 다리를 들어서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 끼운다. 한 손에는 편자와 못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망치를 들어야 한다. 말 다리를 들기 위해 관절을 꺾어야 하는데 이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다리를 들지 않으려고 말이 힘으로 버티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400-500kg 나가는 경주마를 70kg 나가는 장제사가 힘으로 이기는 건 쉽지 않다. 버티지 않고 순순히 다리를 들어주는 말이 더 예쁘다. 그런 말들은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장제도 더 꼼꼼히 해주게 된다.”


-편자는 얼마나 자주 교체해주나


“말도 체형이 다 다르다. 사람처럼 오다리도 있고, 바깥쪽으로 벌어진 다리도 있다. 다리 모양에 따라 발굽이 닳는 부위, 속도 등이 다르다. 그래도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편자를 교체한다고 보면 되는데, 한 번 교체할 때 9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편자를 꼭 맞게 만들기 위해서는 말발굽 자체를 갈아주는 작업도 중요하다. 말발굽은 계속 자란다. 사람의 손·발톱처럼 자라는 것이다. 앞부분은 길게 자라고 뒷부분은 짧게 자라는데,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발굽이 하늘 방향으로 말린다.


발굽에 문제가 생기면 말들이 서 있으려 하지 않는다. 철퍼덕 주저앉아 있기가 일쑤다. 땅을 디디고 서 있는 게 괴롭기 때문이다. 이럴 때 특수 편자를 사용한다. 말발굽에 질병이 생겼을 때 발굽을 압박하는 부분을 편자에서 제거해준다. 또 못을 더 추가해서 말이 더 잘 지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 장제보다 훨씬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3-4배 비싸다.


말발굽은 젤라틴이 주 성분이다. 겨울이 되면 건조해지니까 말발굽에 못이 더 잘 박힌다. 또 여름에 비해 20% 정도 덜 자란다. 말도 장제사도 여름보다는 겨울 작업이 더 수월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가자격시험…실무 경험 쌓는 방법은 3가지

2011년 말산업육성법령 제정 이후 장제사는 국가자격이 됐다. 이전까지는 한국마사회 양성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었다. 국가자격시험을 거치면 승용마 장제를, 한국마사회 양성과정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면 경주마 장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한국마사회 장제사 양성과정의 자체 자격시험이 폐지됐다. 국가자격시험 통과자만 장제사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장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승용마는 물론 경주마 장제도 가능하도록 체제를 정비했다. 지금까지 장제사 국가자격을 딴 사람은 46명, 이중 단 한 명만 빼고 모두 장제사 활동을 하고 있다. 자격증을 따면 취업률이 90%를 넘는 셈이다.


장제사 국가자격은 1·2·3급으로 나뉜다. 남녀 구분 없이 만 1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3급 자격을 따고 실무경력 2년을 쌓으면 2급 장제사 국가자격증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1급 시험을 보고 싶을 땐 2급 자격을 취득한 뒤 5년의 실무경력이 필요하다. 장제사 국가자격증 시험은 1년에 한 번 있다.


필기시험을 거친 뒤 실기 시험을 합격해야 한다. 필기 과목으로는 ‘장제·말 관련 법규·말 관련 해부생리’가 있다.

문제는 실기다. 실기 준비를 하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 한국마사회에서 운영하는 장제사 양성과정(6개월 코스)을 통해 무료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1년에 한 번 4명-5명의 교육생을 뽑는데 30여명의 지원자가 몰린다. 6개월 교육으론 실기 시험에 합격하기 힘들어서 재수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장제 기술은 습득하기 까다롭다.


실기 교육을 받는 다른 방법으로 각 지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장제사들을 보조하는 교육생으로 들어가 것을 꼽는다. 도제식으로 배워서 직접적인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4년제 과정의 장제 학교를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실무 능력을 갖춰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장제사 3년 차에 접어든 이자경씨의 연봉은 3000~3500만원 수준이다. 아직 20대 중반인 이 장제사는 “수입은 대기업 사원보다 조금 적지만, 기술이 있어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자신했다.


-앞으로 장제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 젊은층 유입이 중요하다던데

출처: 한국마사회 제공
이자경 장제사는 앞으로 젊은 장제사 수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말 두수에 비해 장제사가 부족하다. 하지만 장제사가 되는 것 자체 보다는 숙련된 장제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층이 더 많이 유입돼서 차차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장제사는 또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다. 특히 유럽은 말 산업이 우리보다 더 발전하다 보니, 장제 기술에 대한 정보가 많다. 청년 장제사가 늘어서 외국에서 해당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들여왔으면 좋겠다.


외국엔 장제사 대회도 많이 열린다. 그만큼 장제사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젊은 장제사들끼리 실력을 견주면서 장제사 대회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그래야 앞으로 장제 산업이 도태되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유럽에서는 장제사가 대중에게 존경받는 직업이다. 말을 다루는 일이 많다 보니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들로 인정받는다. 우리나라도 말 산업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인정받는 장제사가 되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장제사가 되고 싶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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