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치과의 "저를 '똥'이라 불러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조회수 2020. 09. 21. 18: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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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치과 의사 강창용

내부고발자·배신자 취급 당해
악착같이 버텨서 이길 때까지 알릴 것

새벽 5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건물 앞.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2시간 뒤 한 남성이 나와 번호표를 나눠준다. 19명이 번호표를 받았다. 사람들이 줄 서서 찾는 이곳은 다름 아닌 치과. 2014년 MBC 불만제로와 2015년 SBS 스페셜에 출연해 치과 과잉진료를 폭로한 강창용(47) 원장이 운영중이다.


그는 간단한 충치치료와 아말감 충전 등 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만 한다. 치료 말고도 SNS에 '치과 환자 눈탱이 치는 수법과 대응 매뉴얼' '아프면 충치?' 등의 영상을 올려 환자들의 과잉진료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그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치과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jobsN
강창용 원장

먹고 살기 위해 간 치대‥서울 그린 치과 개원


처음부터 치과 의사가 꿈은 아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까지만 다녔다. 이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먹고 살기 위해 서울대 치과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것인 만큼 좋은 뜻으로 일하고 싶었다. 졸업 후, 서울시 마포구에 서울 그린 치과를 열었다. 직원 세 명과 함께였다. 그때는 일반 치과와 다르지 않았다.


-2011년부터 직원 없이 혼자 일했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경영난을 겪었어요. 정신없이 달리다가 고개를 드니 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더군요. 환자에게 심한 충치가 아니면 다른 치료를 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른 치과들이 금니 치료를 하루에 10여 개씩 할 때, 저는 1~2개 밖에 못했죠. 직원을 줄이다 보니 혼자 남았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 혼자 치과를 운영하는 건 불법이라면서 누군가 보건소에 민원을 넣었더군요. 최근에 직원 두 명을 다시 채용했습니다."


-왜 그만두지 않으셨나요

"6개월만 하고 그만두려 했는데, 진료를 줄이고 혼자 해보니 편했습니다. '그래, 내 스타일대로 운영할 수 있으면 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이 어떻게 진료하든지 내 소신껏 하기로 했죠."


양심 치과 의사, 강창용


강 원장이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한 청년이 약 300만원을 들여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 2년 후 이가 시려 다시 치과를 찾았다고 합니다. 또 충치가 생겼다면서 190만원 견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 병원에서 해마다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진료를 해보니 레진이 깨질 수밖에 없도록 얇게 시술했더군요. 고의성이 느껴져 MBC 불만제로에 제보했죠."


그다음 해에는 SBS 스페셜에 출연해 과잉진료의 실태를 알렸다. 의사들이 달라지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강 원장을 내부고발자, 배신자 취급하기 시작했다. '너만 착한 의사고 나머지는 다 나쁜 의사냐'. 심지어 불법 진료라고 누군가 보건소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출처: SBS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 나와 과잉진료를 폭로한 강 원장. 이후 강 원장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 만큼 그를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자꾸 움츠러들었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고개를 숙이게 되더군요. 하지만 생각할수록 '정작 잘못한 사람은 반성을 모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숨어있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를 바꿀 수 없다면 환자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페이스북·유튜브 업로드 시작


-그래서 SNS를 시작했나요

"환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과잉진료 피하는 법, 치과 검사비 사기 주의 등 직접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안보더군요. 동영상 조회 수가 100회 정도였습니다. 지인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라고 알려줬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8000명이 넘게 봤습니다."


-신고로 페이스북 계정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시작한 지 2주도 안 됐을 때였어요. 누군가 계정을 신고했나 봅니다. 그때는 며칠 뒤에 계정이 다시 열리는 것을 몰라서 앞이 깜깜했습니다. 상실감이 컸어요. '어떻게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좌절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영상을 찍었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진료 시작 전이라 다시 찍을 새도 없이 올렸죠. 주변에서 기사로 나왔다고 알려주더군요. 창피했지만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릴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요. 신고받으면 유튜브나 다른 계정에 올립니다. 악착같이 버틸 겁니다."


과잉진료 청산 "이길 때까지"


강 원장이 과잉진료라고 주장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진료는 주관적 소견’이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한다. 의사 소견에 따라 진료도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준다면

"법랑질(치아 구성 중 최상단에 위치한 하얀색의 조직)과 상아질(치아 대부분을 이루는 조직으로 법랑질 아래에 위치)에 생긴 충치는 지속적인 관리로 충치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상아질 충치는 두 번째 단계라 치료를 권하기도 하고, 조금 지켜보자고 하기도 하죠. 하지만 첫 번째 단계에서 무조건 금으로 때워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들이 있어서 문제인 것입니다. 환자는 덜컥 겁부터 먹고 치료하겠다고 하죠. 이런 걸 두고 과잉진료라고 하고, 바꾸고 싶은 겁니다."

출처: 강창용 페이스북 캡처
직접 편집해 SNS에 올린 사진. 환자들이 과잉진료가 의심스러워 엑스레이 사진과 함께 상담을 요청한다. 해당 환자의 경우 초기 충치에 해당해 관리와 정기검진만 받으면 됐다. 하지만 다른 치과에서 충치가 있다고 과잉진료 후 금니로 때운 상황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과잉진료로 억울한 환자, 사정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수두룩합니다. 그중 2015년 겨울에 찾아온 한 어머니가 기억에 남아요. 진료를 해보니 제가 하는 간단한 시술로는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신경치료가 필요한데 그분은 사정이 어려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진료 중 눈물이 나 원장실을 왔다 갔다 했죠. 당시 방송에 나가고 조금 으쓱해져 있었는데, 저를 다시 깨우쳐 준 환자였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치과를 운영할 생각인가요

"이길 때까지 하려고 합니다. 저를 똥이라고 불러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하는 치료는 응급조치입니다. 응급조치를 통해 환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제 환자 대부분이 다른 치과의 진료가 의심스러워서 찾아와요. 이런 진료 상담을 보건소에서 봐주면 좋겠습니다. 환자들이 치과와 보건소 소견을 비교하면서 치료받는다면 과잉진료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지 않을까요."


-동료나 후배에게 한마디

"과잉진료가 문제 되면서 환자가 치과의사를 불신하는 건 당연합니다. 문제를 인정하고 바꾸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입니다. 후배들이 소신껏 진료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죠. 후배들에겐 공감 능력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 가족 일이라고 생각하면 과잉진료 못 해요. 전문지식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공감하는 의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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