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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한국 여성인권'을 강력하게 비판한 이유

조회수 2018. 3. 3.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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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권리는 낙후돼 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미투 운동에 대한 안이한 대응과 낙후된 여성정책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CEDAW 제8차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UN 여성차별철폐위는 한국의 여성문제와 정부의 대응 정책을 심의했다. 한국의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8개 부처(여가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대표단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

출처: ⓒ한겨레
회의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한국의 기술, 경제의 진보와 견주어 여성의 권리는 낙후돼 있다” 


회의에서 지적당한 한국 여성인권의 문제점은 다양했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구체적인 사례로 차별금지법 제정 무산, 남녀 임금격차 지속, 성폭력 피해자들이 당하는 2차 피해, 미투 운동에 대한 대처 미흡, 사이버 성폭력 대처 미흡 등을 언급했다.


로사리오 마날로 위원은 “유엔이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한국에서)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이 과연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지” 비판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요코 하야시 위원은 세계 경제 포럼의 자료를 인용,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 문제가 일본과 더불어 심각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에 관해서는 일본과 한국이 누가 최악인지를 가리기 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혹평했다. 하야시 위원의 조롱 섞인 발언에 참석 중인 위원들이 폭소를 터뜨렸을 정도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부의장인 루스 핼퍼린 카다리 부의장은 한국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겪는 2차 피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이렇게 2차 피해를 받는 상황은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한샘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에 대한 꽃뱀 논란에 대해 설명했던 이나영 중앙대학교 교수

이는 특히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된 미투 운동과도 관련 있는 지적으로 보였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고발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꽃뱀’ 논란이 이는 상황이나, 무분별한 무고죄 역고소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법체계를 지적한 듯하다.


실제로 미투 운동이 진행되는 최근 한국에선 피해자들을 압박하는 꽃뱀 논란과 함께, 성폭력을 규정하는 법체계가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설정돼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선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만을 대상으로 강간죄를 적용하고 있는데, 강간의 기준이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카다리 부의장도 “한국 형법은 강간을 너무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CEDAW는 일반권고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강간) 기준으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며 “한국의 법이 국제 기준과 합치하는지”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한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의 답변은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정 장관은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공감을 표했지만, 대책에 대해선 “최근 정부도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등의 2차 피해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정도의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출처: ⓒ연합뉴스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카다리 부의장은 한국의 사이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온라인상에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이버 성폭력’ 정책이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사후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7년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유포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삭제 비용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등 관련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처가 문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한다고 이미 국내에서도 지적받은 바 있다. 


군나 벅비 위원은 한국 성폭력 사건의 실제 기소율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벅비 위원에 따르면 “2012 ~ 2016년 한국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2109건의 성희롱 사건 가운데 9건만 기소로 이어졌다” 이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표다. 사회를 휩쓸고 있는 미투 운동 또한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계에 마주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여성정책, 의미 없을 정도로 심각 


이날 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의 발언 및 답변은 “의미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현백 여가부장관은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지정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등 한국의 “정책적 노력”을 강조했지만, 위원회로부터 “한국의 기술, 경제의 진보와 견주어 여성의 권리는 낙후돼 있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출처: ⓒCEDAW 동영상 화면, 국민일보
한국 측을 질타하는 로사리오 마날로 위원(왼쪽)과 정 장관(오른쪽)


위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한 한국 측 답변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한 비판이 일었다. 마날로 위원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두고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그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통계만 내놓지 말고, 한국의 여성을 보호하고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성토했다. 


마닐라 위원은 또한 “오늘 오후 회의는 건전한 토론이 아니고 시간 낭비”라고 지적하며 문제에 대한 한국 내부의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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