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필요 없는 일리 통역기로 일본을 가봤다

조회수 2018. 4. 11.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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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좀 부끄럽다

오프라인용 번역기가 나왔다. 이제 외국어 공부를 때려치우자. 농담이다. 여행용이라 실생활에선 못쓴다. 





애플 영향을 받은 화이트 디자인이다. 돋보기 안경집이랑도 비슷하게 생겼다. 42g으로 매우 가볍다. 목에 걸고 다니라고 끈을 주는데 걸면 “나 여행객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주머니가 있는 것이다. 자주 써야 한다면 손목에 걸어도 된다.


이걸 갖고 오사카에 가는 상상을 해봤다.


오사카성은 유럽처럼 해자(성 주변에 구덩를 파 물을 채워놓음)가 있다. 그래서 다리로 입장한다. 근처에서 물었다.


“여기 다리가 어디에요?”


오사카성에서 시바견을 만났다. 한번 안아봐도 되냐고 묻고 싶었으나 통역기가 없었다. 통역기가 있었으면 이렇게 물어봤을 것이다.

오사카 이후엔 나라 시로 오로지 사슴을 보러 갔다. 사슴 공원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나라 시 상인들에게 성적수치심을 드린 것 같다. 고멘나사이.

사슴은 너무 귀여웠지만 거의 깡패였다. 철저하게 먹이(전병)에만 반응했다. 어느 정도냐면 점퍼 주머니에 머리를 막 넣고 뒤진다. 그래서 전병이 나오면 맹수같이 물어뜯는다. 길가는 사람들 불러세워서 돈 뺏고 그러는 수준이다. 

이렇게 귀여운데 만나면 돈 뺏는다

사슴에게 돈과 식량을 다 뺏기고는 울면서 나라 역으로 돌아왔다. 역마다 파는 에키벤을 사서 사슴이 쫓아오기 전에 도망가려고 했는데 도시락에 알만한 생선이 얹혀 있다. 고등어 같았다. 

고등어라고 보기엔 누리끼리하다. 실은 위에 다시마를 얹은 것.

고등어도 모르냐고 누가 묻던데 저렇게 다시마를 붙여놓아서 그렇다. '오이 빼달라' 등의 질문도 잘 됐다.

왜 한방향 통역기일까


왜 한방향 통역기인지는 사이트에 잘 나와 있다. 양방향 통역기를 굳이 여행자들이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시장 조사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기기를 건네기 어렵고, 굳이 직원과 대화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배터리 떨어졌을 때 나의 모습

굳이 이 제품을 써야 할까


‘다리’, ‘배’ 등의 동음이의어에서도 통역이 잘 된다. “배 하나에 얼마예요”라고 잘못 물으면 한국에서 온 졸부인 줄 알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문장 이상을 말하면 번역 앱은 앞 문장을 수정한다. 길게 말하기엔 번역 앱이 좋을 수도 있다는 의미.



아니 사실 괜찮지만(속마음)

기준어가 일본어인 것도 마음에 든다. 일본어는 다른 언어 대비 DB가 풍부하다. 이유는 전 세계 덕후들이 충실히 DB를 쌓아놓았기 때문. 

이 제품은 효도 상품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들은 번역 앱을 잘 쓰지만 노인 세대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으니까.누르고 말하면 되므로 조작이 편해서 아무나 사용할 수 있다. 정식 출시부터 영어와 중국어도 한 기기에서 지원한다.


외국에서 엄빠의 심정

가격은 249,000원으로 비싸다. 비수기에 일본 왕복 비행기를 끊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효도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 한 번 사서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데이트하면 계속 쓸 수 있으므로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를 사서 동네에서 돌려쓰자.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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