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헤맨 끝에 만난 30년 넘은 단독주택 리모델링

조회수 2018. 06. 01. 17: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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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대 / 단독주택 / 빈티지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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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살고싶다는 마음을 품은지는 꽤 오래 됐습니다. 하지만 주거환경을 바꾼다는 건 새로운 소품 하나를 들이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죠.

2016년 가을부터 남편에게 본격적으로 “우리 주택에서 살자”라며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남편이 듣기엔 농담 같은 말투였지만 전 몹시도 진심이었죠.
2017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찾아다녔고 한 해 동안 50채에 가까운 집을 봤습니다. 금방 구하진 못 하더라도 1년까지 걸릴 줄은 몰랐는데..

1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고 나서야 드디어 우리의 집을 찾았습니다. 작은 마당이 있고, 1층과 2층, 그리고 그 위에 3층 다락이 있는 아담한 빨간 벽돌집.
애타게 집을 찾아다니며 힘든 1년을 보냈지만 지나고 생각하니 그 모든 과정이 이 집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집을 간발의 차로 놓치지 않았다면, 많은 집들을 거치며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소장님들과 신뢰를 쌓아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집을 만나서 무사히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을까요?
모든 것들이 이미 정해진 운명인 것 같았죠. 집에도 다 인연이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집안 곳곳의 다양한 크기의 창, 반질반질한 마룻바닥,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와 형태 모두 이 집을 선택하게 된 요인이었습니다.
1년여에 걸쳐 집을 구했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하는 거라는 걸 알았어요. 30년 넘은 주택을 리모델링 해야 하는 큰 산이 나타났죠.

처음 예상했던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들여 주택을 구입하는 바람에 남은 리모델링 비용은 터무니 없이 적었습니다. 이제 할 일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집을 멋지게 리모델링 해 줄 업체를 찾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리모델링 업체를 찾기에 앞서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직영공사”.
한 곳에 리모델링을 다 맡기지 않고 각 분야별로 업체나 인력을 찾아서 건축주가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요. 직장인에 비해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니 직영공사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리모델링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너무 없는 저였기에 공부가 먼저였습니다. 전문가는 되지 못 하더라도 전문가가 하는 이야기는 알아들어야 하니까요.
공부하고 고민한 끝에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 나섰습니다. 아무리 생각헤도 처음 해보는 인테리어 공사를 온전히 제 힘으로 해낼 자신이 없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제가 선택한 리모델링 방식은 반업체? 반직영? 방식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리모델링 과정을 총괄하는 인테리어 회사를 선정했지만 중간중간 제가 컨택한 시공업체를 끼워넣는 방식.

대개 업체에서 굉-장히 꺼려하는 방식인데 흔쾌히 허락해주신 실장님께 다시 한 번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 방법은 하자 책임의 여부, 일정 조율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 될 수 있습니다.)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정말 많이 고민했고, 또 많은 분들의 고생으로 고쳐진 집인만큼 하나하나 다 애착이 갑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 속에 제가 있었어요.

살면서 계속 우리 손으로 고쳐나갈 우리의 집.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개할게요.
1층의 작은 문을 열면 공사 내내 가장 기대한 다이닝룸이 나옵니다.

이전 집에서 제대로 펼쳐보지 못 했던 다이닝 테이블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공간이죠.
1년 가까이 박스 안에 묵혀두었던 루이스폴센 ph5 조명은 공간이 완성되자마자 제일 먼저 달았습니다.
1989년에 지어진 집, 1960년대에 만들어진 빈티지 다이닝 테이블, 1970년대에 만들어진 티크서랍장. 1952년 퍼스트에디션 앤트체어까지. 각 자의 시간을 간직한 가구들이 한 공간에 모였습니다.
주방과 다이닝룸은 아치형 통로를 통해 서로 이어집니다. 원래 벽이 있던 자리를 뚫어서 만든 아치에요.

덕분에 주방에선 다이닝룸이, 다이닝룸에선 주방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할 일을 하더라도 함께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동안 대면형 주방을 참 갖고 싶었는데, 이렇게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돼서 좋아요.
우리는 이제 이 곳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어요.
주방은 집에서 가장 심플한 공간입니다. 집의 북쪽이고 3면이 벽으로 막혀있어 어두웠던 곳인데 다이닝룸과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었더니 한층 밝아졌어요.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11자 형태의 대면형 싱크대를 만들고, 작은 부엌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상부장은 없앴습니다.
상부장이 사라져 부족한 수납공간은 새로 장을 짜넣기 보다는 평소 잘 쓰지 않던 그릇들을 대거(?) 정리하는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한때는 그릇에 욕심을 내서 자주 새 그릇을 들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있는 걸 잘 활용해서 쓰자'는 주의에요. 그리고 세트로 사기 보다는 정말 마음에 드는 브랜드나 디자인의 제품을 한두 개씩만 구입해요.
컵은 넓은 서랍에 뒤집어 보관해요. 오래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수납방식이라 싱크대를 제작할 때 일부러 넓고 낮은 서랍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어요.

컵의 뒷면에는 각각의 브랜드나 이름들이 각인되어 있어서 찾아쓰기도 쉽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참 예뻐요. 차를 마시기 전에 서랍을 열어 컵을 고르는 재미가 생겼어요. :)
접시나 쟁반은 세워서 보관하는게 제가 아는 가장 편리한 수납 방법이예요. 접시를 보관한 무인양품의 파일꽂이는 아래가 1/3 정도 막혀있어 접시가 굴러나올 염려가 없어요. 꺼내쓰기도 편하고 손목에 무리가 덜 가서 다양한 접시를 골고루 쓰게 돼요.
작은 포크나 커트러리는 투명한 비커에 보관해요. 투명하니까 보기에도 예쁘고 찾아 쓰기도 쉬워요.
자주 쓰는 그릇 또는 예뻐서 자주 보고 싶은 그릇은 스트링 선반 위에 전시하듯이 나열해둬요. 저만의 주방 갤러리라고나 할까요. 웬만해선 변화가 잘 없는 이 집에서 아마 가장 자주 바뀌는 곳이 여기 스트링 선반 위 일 거예요.
주방에서 바라본 중문과 1층의 작은 거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오래된 나무계단.

“이 문은 왜 안 바꿔요? 계단은요?” 리모델링 견적을 받을 때마다 그리고 공사를 하면서 수십번은 이런 질문을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냥 이게 좋아서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딱히 그들을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굳이 모두를 설득해야 할 이유를 못 찾았거든요. 저 대답 그대로 그냥 제가 좋아서 이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중간중간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모든 걸 새 것으로 바꾸는 건 힘들게 이 집을 찾아낸 의미 자체를 없애는 것 같았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2층 거실이 나옵니다. 편안한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TV가 전부인 곳.
이 곳에는 가장 최근에 들인 페블 소파가 있는데요. 동글동글 예쁜 디자인에 첫눈에 반했고, 쓰면 쓸수록 기능도 몹시 만족스럽습니다.

이전에도 패브릭 소파를 사용했는데 패브릭 소파의 가장 큰 단점이 오염과 먼지, 이 2가지거든요.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소파는 오염이 되면 물티슈나 물걸레로 닦아내면 되고 먼지도 거의 안 나서 너무 좋아요.
1층에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2층으로 올라와 쉬는 시간을 가집니다. 좋아하는 소파에 앉아 밀린 드라마와 예능을 보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거실 한쪽에 이렇게 둥근 벽이 있는 공간이 있어서 편안한 의자를 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블로그에 글도 쓰고 일도 하는 공간이 필요했기에 방 하나는 서재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전 집에 있던 책상과 소품을 그대로 옮겨와서 그런지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던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옷은 서재에 있는 9자 붙박이장 하나에 다 보관하고 있어요. 멋진 오픈형 드레스룸이 따로 있고 그런 게 아니라 따로 보여드릴 게 없네요. ^^;

그릇과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옷은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부부 둘 다 옷이 많은 편이 아니라 리모델링 할 때도 일부러 옷 수납 공간을 많이 만들지 않았어요.

넣을 공간이 없으니 옷을 살 때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돼요. 이 옷 이 정말 내게 어울리나? 필요한 옷인가? 지나치게 유행을 타지는 않나? 이렇게요.
애초 계획이 새하얀 집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집안 전체가 화이트가 됐어요. 리모델링을 하면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수시로 (라고 쓰고 정말 많이, 엄청 많이 라고 읽어야 해요.) 찾아오는데 결정이 힘들 때마다 제일 기본적인 화이트를 선택했더니 집이 온통 흰색이 되었다는 후문. :)
침실은 어두울수록 좋다고 하던데 이 집에선 창이 크고 밝은 이 곳이 침실이 됐습니다.

+ 천장은 기존 천장을 철거해서 박공형태의 천장을 살렸습니다. (박공형태: 뾰족하게 솟아오른 삼각형 형태의 지붕)
침대에 누워 창밖 풍경을 볼 수 있고,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햇살이 강하게 들어와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자동으로 침구 소독(?)이 된다는 게 이 침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택에 살면 꼭 해보고 싶은 2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창가자리 윈도우 시트와 마당의 대청마루. 어딘가에 걸터앉아 멍 때리며 여유를 즐기고싶은 로망이 제게 있었나봅니다.

마침 안방 창가 곁에 윈도우 시트로 활용가능한 빈 공간이 있어 두 가지 중 하나는 실현할 수 있게 됐죠.

+윈도우 시트 아래 공간은 이불을 넣을 수 있게 큰 수납장을 짜넣었습니다.
한겨울에도 햇볕이 잘 들어서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으로 햇살 가득 받으며 책 읽기도, 늘어지게 낮잠 자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혹시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이 집은 창문이 많음에도 각 창마다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설치하지 않습니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집이 전체적으로 좁고 답답해 보이고, 먼지가 쌓이면 닦아주거나 세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외부에 바로 노출이 되지 않는 창은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장소였다면 설치를 했겠지만, 다행히 마당 담장 덕분에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어서 1층에는 전혀 설치할 필요가 없었고 2층은 바로 옆에 오르막 길이 나있는 서재의 창과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안방의 전면 창만 커튼과 블라인드를 설치했습니다.
주택살이.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 그 꿈은 결혼을 하고 5년간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더 확고해졌고 결국 현실이 됐네요.

물론 주변의 걱정과 반대도 많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지레 겁먹어 오랜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진짜 내 생각이 아니잖아요.

지금 주택에서 지낸 지 두 달 정도 넘었는데 밤에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돌려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 조카가 놀러와서 뛰어다녀도 잔소리와 협박(?)을 안 해도 되고. 매일 아침 문 하나만 열고 나가면 마당의 꽃과 나무들을 볼 수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직접 텃밭에서 기른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참 좋아요.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 아파트는 집 안만 잘 쓸고 닦고 관리하면 되지만 주택은 집 안은 물론이고 외부와 마당까지 모두 내가 관리해야 하니 손이 훨씬 많이 가요.

사람들이 했던 말이 다 사실이었구나 깨닫고 있죠. 그래서 주택으로 온 걸 후회하냐 물으면 그건 아니에요. 그저 내가 얻는 행복을 위해 그만큼의 값을 지불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얻은 행복만큼 노동이 늘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들이 용납돼요.

아파트와 주택 두 가지의 주거 형태는 장단점의 차이가 극명해요. 주택에서 누리지 못하는 편리함을 아파트에선 누릴수 있고 반대로 아파트에서 누리지 못하는 삶을 주택에서 누릴수 있죠.

어떤 게 더 좋고 나쁘다가 아니라 두 가지 중 자신에게 맞는 주거 형태를 선택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전 아직까진 이 곳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
집은 제 자신과 같아요.
“집은 곧 제 자신이에요”

식상한 말이지만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집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높은 제게 집은 제 자신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 같아요. 제 취향이 바뀌면 집의 모습도 바뀌고, 제 가치관이 바뀌면 그것 또한 집의 형태로 드러나죠. 집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날은 기분이 좋아지고, 일 때문에 바빠서 엉망인 날은 덩달아 기분도 가라앉죠.

오랜 부부를 보면 그들만이 가지는 편안함과 안정감, 이해가 묻어나잖아요. 우리집과 우리부부도 그렇게 함께 보낸 시간이 서로에게 흔적이 되고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by 오늘의집@33heeeun
출처: 1,600개 이상의 인테리어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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