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사이보그 군인' 실제로 존재

조회수 2018. 9. 24. 08:29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By 이웃집과학자
"우리는 우주인을 우주로 보낼 기술이 있는데 왜 더 나은 보철 장구는 만들 수 없는 거죠?"

2003년 여름 이라크, 미군 데이비드 로젤(David Rozelle)은 부하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군용 지프차를 선두에서 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타고 있던 차가 지뢰를 밟아,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차 문과 잔해는 수백m씩 날아갔습니다. 로젤은 방탄조끼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를 잃었습니다. 

다리 절단 수술이 끝난 뒤 램스타인 공군기지로 향하는 로젤에게 부대 지휘관인 부치 키베나 중령이 말했습니다. "회복해서 이라크로 돌아오면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로젤은 그 말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배꼽 빠지도록 웃었다고 합니다. 

출처: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데이비드 로젤

수술 5주 뒤, 처음으로 의족을 착용한 로젤은 대단히 실망합니다. 로젤은 "제가 처음 달았던 의족은 과거 베트남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착용하던 의족과 별 차이가 없었어요"라고 했죠.

다시 체력을 단련한 로젤은 의족을 착용한 채 130kg의 벤치프레스 운동을 할 정도로 재활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2004년 여름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죠. 자신이 다리를 잃은 그 전장의 부대를 지휘하기 위해 이라크로 향했습니다. 문제는, 이라크로 가는 첫 번째 여정 동안 의족이 3개나 부러졌다는 점입니다. 로젤은 이후 몇해 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수십 편의 고발 투고를 냈는데요. 대부분의 투고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우주인을 우주로 보낼 기술이 있는데 왜 더 나은 보철 장구는 만들 수 없는 거죠?"

'사이보그 군인'의 탄생

과학기술 기자 스티븐 코틀러의 책 <투모로우랜드>를 보면 군인 데이비드 로젤이 '사이보그 군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데이비드 로젤을 재탄생시킨 사람은 두 다리가 없는 의족 개발자 휴 헤르(Hugh Herr)입니다.

휴 헤르는 2007년 언덕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최초의 로봇 발목, '바이옴(BiOM)' 시제품을 완성했습니다. 바이옴은 지형, 경사를 읽고 자동으로 반응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바이옴은 블루투스를 통해 걸음걸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자기의 주인의 몸에 적응하죠. 프로그래밍은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로도 가능합니다. 

바이옴은 <타임>지가 2007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바이옴의 제작에 많은 연구비를 지원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만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무려 1,400여 명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비를 투자해 그들의 희생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출처: TED
바이옴을 착용하고 춤을 추는 댄서.

2011년 드디어 로젤이 바이옴을 부착하게 됩니다. 세계 두 번째로 공식적인 '바이오닉 맨'이 된 겁니다. 로젤은 바이옴을 부착하자마자 험난한 지형을 찾아나섰고, 경사진 언덕을 찾아 올랐습니다.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치 내 진짜 발이 돌아온 것만 같았거든요"

데이비드 로젤은 희망을 찾았습니다. 로젤은 길을 걷다가 인도로 올라설 때 물웅덩이를 훌쩍 건너뛰기도 합니다. 정말 자연스러운 다리가 된 거죠.

출처: NBC
자전거를 타는 데이비드 로젤!
"장애를 가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술이다"

휴 헤르는 다리를 잃기 전 8살에 템플산을 등반했던 천재 소년 등반가입니다. 그러나 17살에 워싱턴 산을 오르다 조난당했죠. 그리고 수십 명이 수색에 나서 4일 만에 구조됩니다. 그 과정에서 두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더한 비극은, 구조대의 알버트 다우가 휴 헤르를 찾다가 눈사태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고 이후 더 이상 암벽등반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알버트 다우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견디기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수술 후 10주가 지나고, 헤르는 펜실베니아 주 세이프 하버 바위산에서 중급 코스 암벽 등반에 도전합니다. 절벽에 도달하기까지 긴 등산이 헤르에게는 굉장히 힘겨웠겠죠? 지팡이에 의지한 채 비틀거리다 때로는 형이 업고 올라갔습니다. 엎드려서 몸을 질질 끌며 가까스로 절벽 아래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막상 절벽을 올라가니 그의 불편한 다리가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걷는 것보다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게 훨씬 쉬웠던 거죠. 이 암벽 등반은 휴 헤르가 이끌 '기적'의 시작이었습니다.

헤르는 고등학교 공작실에서 자신의 의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실제와 똑같이 생긴 의족을 만드려고 하는 반면, 헤르는 목표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는 굳이 인간의 다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등반 도구가 필요했죠. 만약 제가 등반에 특화된 보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제 장애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헤르는 밀러스빌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MIT 기계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습니다. 하버드대에서 생체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MIT 미디어랩의 수장이 됐죠.

출처: 유튜브/Jothy Rosenberg
암벽을 등반하는 휴 헤르!

헤르는 자연의 디자인을 흉내내는 접근법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자연적인 팔다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똑똑합니다. 걸어갈 때 자연적인 팔다리에서 신경계는 단지 근육을 뻣뻣하게 하거나 풀어주는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헤르는 1990년대 말이 되자 보다 지능적인 무릎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는 관절 각도를 측정할 수 있는 마이크로 센서를 부착했고 초당 수천 번의 속도로 데이터를 저장했습니다. 저장된 데이터는 컴퓨터 칩으로 보내졌고 제어 프로그램은 자기장을 자동 조절해 무릎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합성유 안에 포함된 철 입자의 움직임을 제어 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보철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인공지능 보철은 학습 능력도 갖추고 있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더 좋아집니다.

'사이보그' 어디까지 왔나

휴 헤르의 의족은 이동수단입니다. 따라서 이 의족을 5년 동안 사용하려면 600만 걸음을 걷는 동안 고장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2010년 말, 헤르는 바이옴이 임상실험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내구성을 갖추게 됐다고 판단하고 2011년 1월 앞서 소개해드린 군인 데이비드 로젤에게 임상 시험을 실시합니다.

출처: NBC
바이옴을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면?

딘 카멘이라는 발명가가 방위고등연구계획국과 협력해 개발한 의수인 '루크 암(Luke Arm)'은 포도를 터트리지 않고 집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주 정교한 촉각 센서를 필요로 하며, 모터 제어가 정밀해야 하고 손목과 팔꿈치, 어깨가 아주 유연해야 합니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려면 전원 공급 장치가 내장돼야 하는데 무게는 4kg보다 가볍습니다. 여성 인구의 절반 이상이 쓸 수 있고, 가운데 손가락에서 어깨까지는 80cm보다 짧습니다. 

출처: DARPA tv
루크암으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다리를 대신한다, 그 이상

이젠 보철 기기의 디자인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휴 헤르는 "아름답지 않은 보철 기기는 장애인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저는 섹시하고 놀랍고 강한 팔다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애인에 대 해 느끼는 연민의 감정을 터미네이터를 보고 느끼는 감정으로 바꿔 주는 '인간-기계 결합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보철기기를 넘어 '스타일'
출처: 제스 퀸 인스타그램
뉴질랜드 출신 모델 제스 퀸.

영화 <킹스맨>의 암살자 '가젤'이 의족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듯, 실제 장애인들도 의족으로 개성과 멋을 나타낼 수 있는거죠. 마치 다리를 꼬고 멋진 포즈를 잡고 있는 휴 헤르의 모습처럼요.

출처: 킹스맨 공식 보도자료
영화 <킹스맨>의 섹시한 악당 가젤~

책 <투모로우랜드>에 따르면, 휴 헤르가 만든 인공지능 의족 바이옴의 가격은 6만 달러, 약 6,700만원 정도입니다. 다른 의료비용 절약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인생을 바꿀 뿐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수백만 달러를 절약하는 것과 마찬가입니다.

출처: Getty Images
휴 헤르 교수입니다.

차후 등장할 인공지능 보철기기가 어떻게 발전해 갈지 <투모로우랜드>에서 조금 더 자세한 사례들을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