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지켜야 한다'며 공판 출석 거부한 MB

조회수 2018. 10. 05.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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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국격이란 무엇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 선고 공판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선거 공판 과정을 TV로 생중계하는 건 국격과 국민 단합을 해치는 것"이라며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의 법정 모습을 TV로 보여주는 것이 국격을 해치는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직 대통령이라도 잘못했다면 단호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에 사법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로 보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사실 ‘국격’이라는 단어부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비롯된 이상한 단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국격이라는 말은 원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표준어 자격조차 가질 수 없었던 ‘국격’

출처: ⓒ국립국어원 화면 캡처
▲2010년 언론에서 국격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자 국립국어원에 표준어인가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국립국어원은 표준어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2010년 국립국어원에는 국격이란 말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표준어도 아닌데 언론에서 자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가리키는 ‘인격’이나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이르는 ‘품격’, 글의 품격을 이르는 ‘문격’은 사전에도 있으며 지금까지 사용했지만, ‘국격’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격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자주 쓰여왔던 말도 아니었고 표준어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물건도 아닌데 국가의 격을 정할 수 있는 자체가 웃기는 일입니다. 


국토의 크기나 국민이 가진 부의 양으로 국격을 정할 수 있을까요? 만약 외부적인 지표로 국격을 정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국격이 높은 나라이고 부탄은 국격이 낮은 걸까요? 


국가의 격은 따지기 어렵거니와 영토는 작지만 고유의 문화와 국가가 있다면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G20 위해 국격 표현 남발했던 MB

▲ G20을 놓고 MB는 국격이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G20을 앞두고 글로벌예의지국, G20에티켓 등이 강조됐으며, 언론에서는 연일 홍보 프로그램과 뉴스가 보도됐다.

국격이란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이유는 2010년 12월에 열린 G20을 앞두고 MB 정권에서 이 단어를 계속 강조하고 홍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MB정권은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450조 8000억 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언론들도 앞다퉈 "G20 정상회의가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큰 일조를 했다"고 보도했죠. 특히 KBS는 뉴스와 특집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일 G20 정상회의(와 그로인한 한국의 국격)을 보도했습니다.

‘G20특별방송-쾌적 한국 국격을 높이다’ KBS

‘G20정상회의 D-30일 “일류 한국 세계에 알린다”’ KBS

‘G20 특별생방송 D-30 웰컴 투 코리아’ KBS

‘G20 D-100 특집-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 KBS

‘특별기획 국가탐구 G20’ KBS

MB 정부는 한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에게 웃으며 인사하기 △길거리 예절 지키기 △바른 음주문화 만들기 등을 해야 한다며 G20 에티켓을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정부는 학생과 공무원을 동원해 길거리를 청소했고 구청에서는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G20 기간 중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자제해달라고 홍보했습니다. 서울역에서는 경찰들이 노숙자를 단속했고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주변에서는 노점상들도 길거리 정비로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대대적인, 어떤 면에선 폭력적인 노력 끝에 표준대사전에도 없던 국격이라는 말은 결국 표준대사전까지도 등재됐습니다. 

국격이란 무엇인가

출처: ⓒ오마이뉴스
▲트위터리안이 뽑은 2011년 최고의 망언베스트 “이명박은 오답이라니까… 왜 찔리냐?”

MB는 법정에 들어서는 것을 거부하면서까지도 자신이 유행시킨 국격이란 말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국격은 무엇일까요? 국가의 품격이라 알고 있는 국격은 지표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치인과 대통령의 인격은 우리가 쉽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MB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히 무너진 정권이었습니다. 물론 MB는 스스로를 가리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주장했지만 말입니다. 


한국에선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보수 정권일수록 국가주의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가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G20을 위해 국가가 나서 노숙자나 생활 쓰레기 배출을 통제하고 학생들을 (보수도 없이) 동원해서 노동시키는 것도 그렇죠. 


그렇다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올려야 했다는, 그들이 말했던 국격은 대체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론, 범죄를 저질렀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처벌하는 나라가 더 나은 '국격'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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