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로 카카오톡 인기 1위 이모티콘 작가입니다"

조회수 2020. 10. 4. 1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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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판매 1위 이모티콘은 누가 만들었을까? '옴팡이' 작가 정다슬
옴팡이로 2018년 한 해 동안 억대 수익
커뮤니티 ‘웃긴 대학’에 만화로 시작
pc방 알바 경험을 만화로 그리기도

전화보다 SNS로 소통하는 일이 많은 요즘, 이모티콘은 점점 더 사랑 받고 있다. 2011년 11월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할 때 6개로 시작한 이모티콘 상품이 2018년에는 6500여개로 늘었고, 매달 27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22억건의 이모티콘 메시지를 보낸다.


인기 캐릭터와 스타 작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기 이모티콘 작가는 억대의 수익을 올린다. 2018년 한 해 동안 카카오 이모티콘 판매 1위를 기록한 ‘옴팡이’를 만든 작가 정다슬 씨를 만났다. 말하자면 그녀는 카톡 이모티콘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작가다. 2017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 작가는 같은 해 9월 옴팡이를 처음 내놓았다.

정다슬 작가

“이모티콘을 카카오 이모티콘샵에서 판매하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7월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9월에 ‘승인’ 통보를 받기까지 마음을 많이 졸였어요. 경쟁이 심해 거의 포기했는데, 통과 소식에 기뻤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또 도전할거야. 예순 살이 될 때까지 도전해볼 거야’라고 마음먹었거든요. 잘 팔릴 줄은 몰랐고, 그저 내가 만든 캐릭터를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어요.”


옴팡이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순위 2위까지 뛰어올랐다. 그 후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모티콘은 보통 24개 묶음으로 판매하는데, 옴팡이는 6탄까지 출시됐다. 지금은 7탄 마무리 작업 중이라고 한다.

옴팡이 이모티콘

캐릭터 상품도 출시


이모티콘이 인기 끌면서 2018년 여름에는 인형, 공책, 볼펜, 가방, 달력, 휴대폰케이스 등 옴팡이 캐릭터 상품도 나왔다. 작가는 이모티콘을 내놓자마자 인기를 얻은 데 대해 “너무 운이 좋았다”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운이 좋기만 해서일까? 작가가 옴팡이를 만들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던 작가는 대학에 입학하자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웃긴 대학’에 만화를 올렸다.


“남성들이 많이 보는 사이트여서 처음에는 조금 거친 내용으로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소재로 만화를 그렸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죠. 지금의 옴팡이 형태도 그때부터 그렸어요. 감정이 잘 드러나는 장면을 사람들이 퍼 나르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 그림을 본 한 웹툰 작가가 ‘이모티콘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대학졸업 후에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 일상을 만화로 연재하면서 이모티콘도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잘되면서 이 일에 전념하고 있어요.”

옴팡이 이모티콘

옴팡이는 찹쌀떡처럼 하얗고 말랑말랑한 몸과 분홍빛 볼로 눈길을 끈다. 동작 하나하나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뭐해’라고 묻거나 발끝으로 콕콕 찌르고, 베개 속으로 고개를 처박거나 ‘세상 밖은 무서워’라는 표정으로 이불 속에 파묻혀 있고, 소금통 안으로 들어가 ‘짜져 있을게’라고 말하기도 한다.


작가는 옴팡이에 대해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지만 사랑이 많은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작가를 만나보니 캐릭터와 느낌이 비슷했다. 그의 친구들은 캐릭터를 보고 “정다슬 그 자체”라고 말한다고 한다.


“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게 콤플렉스였는데, 그게 제 이모티콘의 특징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수줍어하는 편이거든요. 감정 표현도 잘 못하고 삭이는 편인데, 이모티콘이 대신 해주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작가와 이모티콘이 꼭 닮은 경우가 많아요. 작가의 개성과 진솔한 마음이 담겨야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정다슬 작가

마케팅회사 인턴 경험


옴팡이 이모티콘에는 유독 하트 모양이 많이 등장하고 사랑에 관한 미묘한 감정표현이 많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받기 좋은 이모티콘들이다. 그런데 작가는 정작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한 남자애가 있었어요.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쓴 일기장이 따로 있을 정도였죠. 그때 너무 감정을 쏟아서인지 그 다음에는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옴팡이에서 풋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고등학교 때 일기를 열심히 썼다고 말한다.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일기에 세세하게 적었다.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만화처럼 그리기도 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전공 중 문화 콘텐츠를 공부하다 1년 동안 마케팅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대학 재학 중 교수님 소개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연령과 관심사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이었죠. 정직원으로 일해 달라는 제의까지 받았는데, 복학하면서 그만뒀습니다.”

옴팡이 이모티콘

옴팡이는 단순한 형태지만 섬세한 감정표현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이모티콘을 구상할 때 감정을 세밀하게 분류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놀라는 감정 하나만 가지고도 기분 좋은 놀람과 기분 나쁜 놀람, 무서워서 놀랄 때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작가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할수록 사용자도 진정성 있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옴팡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끼는지 ‘엄마는 어디 있어요?’ ‘친구는 누구에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이모티콘을 구상하기에 앞서 나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게 중요합니다.”

정다슬 작가

서울이 낯선 20대 작가


옴팡이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계속 써온 일기,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의 취향을 분석한 경험, 커뮤니티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해온 독자들과의 꾸준한 소통 등이 모두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전남 광양에서 성장하고 충북 청주에서 대학을 다녔다. 일이 많아지면서 2018년 여름에 서울로 이사했다는 작가는 “아직은 서울이 낯설고,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을 타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발그스레한 볼과 처진 눈이 귀엽고, 맑고 순수한 느낌의 옴팡이는 느릿하게 행동하면서 소소한 감정까지 소중하게 간직한다. 지방 소도시에서 생활한 작가의 감성에서 우러나온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됐다.


정다슬 씨는 나이가 들어서도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한다. “옴팡이는 20대인 지금의 제 모습입니다. 나이가 들고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면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요?”


글 jobsN 이선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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