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게임의 재미는 '완성도'로 판가름된다 '다크사이더스 3'

조회수 2018. 12. 20. 1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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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시리즈 [다크사이더스]의 최신작, 변화된 게임성보다 더 답답한 건 완성도 문제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후에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천사와 악마, 그리고 묵시록 네 명의 기사 등 다양한 주제로 묶어 마니아 층의 지지를 받는 게임이 있다. 바로 THQ의 간판 시리즈이자 퍼즐식 액션 어드벤처인 ‘다크사이더스’(Dark Siders)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시리즈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퍼즐을 대폭 강조한 어드벤처를 중심으로 독특한 게임성을 선보여왔다.

  

물론 사용자들 사이에선 어디선가 주요하게 먹힌 유명 게임들의 특징을 적절하게 섞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내놓았지만 나름 신선했던 이야기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예상을 깬 독특한 전개, 다소 어렵지만 나름 할만한 퍼즐 요소 등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Xbox360, PS3, PC 등으로 나온 후 현세대기로 리마스터 이식돼 많은 사용자를 만났다.

▶ 1편은 명작이다. 개성과 재미 모든 면에서 좋았다.

전작인 1, 2편 모두 리마스터 및 자막 한글화돼 국내 정식 출시됐다. 이 버전들은 네이티브 1080p 해상도를 비롯해 4K 해상도 지원, 텍스처 2배 향상, 60 프레임 지원, 그림자/이펙트 대폭 추가, 랜더링 재작업 등을 거쳐 현세대에서도 부족함 없는 수준을 보여줬다. 덕분에 많은 사용자들이 다크사이더스 시리즈에 대해 알게 됐고 그 결과 세 번째 작품도 무난히 정식 출시됐다.

  

2017년 5월 첫 공개된 다크사이더스 3는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액션은 물론, 이전 시리즈보다 한층 발전된 퍼즐과 이야기를 경험하게 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받던 결과물은 지난날 27일 공개 이후 낮은 평점을 기록하며 순탄치 못한 시작이 됐다.

  

이러한 낮은 평점에는 다크사이더스 3의 변경된 구성에 있다. 진행형 게임에서 오픈형 게임으로 바뀌었고, 전투, 액션이나 퍼즐까지도 ‘소울 라이크’ 시리즈처럼 변모해 버렸다.

▶ 분노는 감시자와 함께 지구로 떠나게 된다.

“퍼즐식 어드벤처 게임의 완성은 설계와 적절한 단계에 있다”

퍼즐이 대표적인 시리즈인 다크사이더스 시리즈 중 이번 세 번째 작품은 그 퍼즐부터 문제가 있다. 퍼즐 자체는 전작에 비해선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소울 라이크 게임의 하드코어한 특징과 결합되면서 힌트와 설명이 없어졌다. 힌트도 없이 무작정 퍼즐과 만나게 해 버린다. 전작이 있는 작품이 타 시리즈의 특징을 무작정 따라하면 게임 자체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 다크사이더스 3는 이런 문제로 시작한다.

▶ 대사 정도 빼면, 게임 내 힌트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보자. 폭탄 벌레를 집어던져 거미줄을 불태워야 하는 퍼즐이 있다. 대부분의 유저는 몬스터처럼 생긴 폭탄 벌레를 보면 십중팔구 그냥 공격할 것이다. 연출 신이나 이벤트로 구성해 자연스럽게 “폭탄 벌레를 거미줄에 쓰면 된다”고 일깨워주지 않고 그냥 “폭탄 벌레 있다, 거미줄을 불태워라”는 식이다. ‘감시자’로 불리는 캐릭터가 살짝 언급해주면 어떨까 싶었지만 그는 빙빙 돌려 말하는 스타일에, 직언도 없어 대부분 그냥 농담 정도로 치부해버리기에 그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또다른 문제가 있다. 폭탄 벌레가 제 역할을 하려면 용암 덩어리를 먹어야 한다. 용암을 먹으면 엉덩이 부분이 터질 것 같은 용암 덩어리처럼 되는데, 이걸 잡아서 조준해서 거미줄로 던져야 한다. 잡는 건 O 버튼이고, 조준은 R3 버튼이고, 던지는 건 R2 버튼이다. 이 사이에 3초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안 던지면 터진다.

▶ 이 퍼즐을 단숨에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폭탄 벌레를 던지면 거미줄이 탄다. 겨우 거미줄 말이다.

웃긴 게 그냥 용암을 먹고 있는 폭탄 벌레는 터지지 않는다. 근데 잡는 순간, 행동을 하기도 전에 터져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던지기 위해 R2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의 정면 방향이 아닌 캐릭터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래서 정확하게 맞추려면 착실하게 잡고, 조준하고, 던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냥 거미줄 하나 녹이는데 이런 불편한 과정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 과정이 게임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일도 아니다. 그냥 다른 공간으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지옥에서 온 묵시록 기사 중 분노를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가 겨우 거미줄 하나 못 태운다는 것도 웃기지만(나중에 불 능력을 얻으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저런 불편하고 귀찮은 과정은 여러 번 거치게 만든 것도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 변신에 따라 하는 일이 늘지만 퍼즐도 늘어 귀찮아진다.

게임 내 퍼즐들은 이런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다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힌트와 설명, 그리고 다소 과한 과정까지 (어쩌면 너무 세밀한 것일지도 모른다) 짜증을 유발시킨다. 이는 결국 설계와 완성도의 문제다.

“강하다는 느낌을 잃어버린 주인공”

다크사이더스 3는 묵시록 네 명의 기사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분노(퓨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주인공 설정 부분이 제일 아쉬웠다. 전작에 등장했던 두 명의 묵시록 기사는 강력한 힘을 가졌고 그에 어울리는 시원한 액션을 사용했다. 액션 구간이 주는 부담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물론 퍼즐은 달랐다. 이 시리즈는 전통적으로는 액션보단 퍼즐에 강점을 두고 있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액션을 짬짬히 넣는 구성을 띄고 있다.

▶ 이런 스킬은 강해 보이지만 보스에겐 크게 도움이 안된다.

그러나 이는 캐릭터의 강함 덕분에 액션은 쉽다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주인공이 약하다면 성립되지 않는 요소가 돼 버린다. 3편의 주인공 분노는 매우 약하다. 그냥 일반적인 적들에게도 쉽게 사망하고 높은 공간에서 떨어지면 바로 죽는다. 한껏 무시하던 중간 보스들에게도 쉽게 죽는다. 다크 소울처럼 노력으로 이겨내는 과정이 나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수준 아닌가 싶다. 분노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식의 발언이나 무시하는 발언이 많은데 그에 비해 너무 약해 그냥 성격만 쎈 캐릭터처럼 보인다.

▶ 분노라는 이름이 아깝게 그녀는 강하지가 않다.

그래서 게임을 즐기는 내내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무슨 캐릭터가 이렇게 약해!”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주인공 크레토스는 시종일관 강력함으로 주변을 박살낸다. 거대한 뱀은 물론 신들까지도 아주 잔인하게 격파한다. 그래서 거대한 신들의 전쟁 속에서도 스파르타 영웅의 존재는 강력한 형태로 각인된다. 게임 내 있는 모든 퍼즐부터 액션까지 주인공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용자의 믿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 그냥 강하다, 강해! (갓 오브 워)

하지만 다크사이더스 3의 분노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말로는 지옥과 천국의 존재를 모두 찢어낼 것처럼 떠들지만 정작 적들과 싸울 때는 대등은커녕 무능력해 보인다. 후반부에 변신 기능을 쓰면 조금 강해지지만 그것도 제한적이고 무기 자체가 평범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해 성능에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다크 소울처럼 기력 제한이 없는 건 좋지만 그거 하나로 극복하기엔 적들이 너무 강하다.

  

게임에는 성장 시스템이 존재해 공격과 체력, 그리고 신비라고 불리는 카운터 능력치를 올리게 해 준다. 하지만 레벨업을 통해 능력치를 마구 올려도 성능이 월등히 올라가지는 않는다. 능력치를 올린다고 해서 RPG처럼 좋은 무기를 주는 것도 아니다. 단계별로 성능이나 특성이 다른 무기만 줄 뿐이다.

▶ 왜 이렇게 약할까.

그러다 보니 주인공의 언행에서 몰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종일관 “내가 너를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나?” 이렇게 말하면서 막상 싸우면 두 세 방에 분노가 사망해 버린다. 그렇다고 중간 보스들이 압도적으로 거대하거나 긴 리치를 이용해 처치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결국 게임의 수준은 완성도로 판가름나기 마련이다”

아쉬운 점은 이 게임은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꼭 해야 할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은 전작과 동일한 시간대에서 진행되는 내용이다. 초반 1편의 주인공 전쟁(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의 평의회(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에 의해 포박된다. 그 사이 해방된 7대 죄악이 멸망이 임박한 지구에서 활개치고 있는 상황에서 분노는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지구로 향한다.

▶ 번역 안 된 부분이 왜 이렇게 많은가?

이야기는 누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이야기라고 언급하지만 실체를 보여줄 수 없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특히 반전도 적절하고 누구나 기대했던 전개와 결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이 더해져 있어 기존 시리즈를 재밌게 했고 여러 궁금증을 가졌던 유저라면 즐겨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다크사이더스 3를 리뷰하면서 단점을 언급하기가 못내 아쉬웠다. 좋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있음에도 게임의 구성이나 수준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호평받지 못한 사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편견을 다소 놓고 보면 변신 이후의 액션 요소나 퍼즐 요소는 그나마 균형을 좀 찾아가고 나름 소소한 즐길 요소나 비밀 요소를 찾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다.

▶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엔딩은 기대 이상이다.

그러나 결국 완성도에서 이 게임의 평가는 판가름 난다. 추천하기 어려운 부분은 위의 요소들도 있겠지만 각종 버그와 튕김 문제, 그리고 번역 등에서 더 나온다. 버그는 다소 심각하다. 오픈 월드 형태의 게임이지만 이 게임 내에서는 특정 행동을 잘못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이럴 때 튕기거나 또는 아예 이야기 전개가 막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를 언급하면 첫 번째 불 변신을 얻는 과정에서 변신 상태에서 세모 버튼을 눌러 돌진 기술을 써야 하는데 이전에 보인 힌트에 나온 L1을 누르면 변신이 풀려버린다. 그 이후에는 변신도 되지 않고 기술도 쓸 수 없어 꼼짝없이 게임이 막혀버린다. 재시작을 해도 해당 부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뭘 해도 탈출할 수 없다. (아이템까지 전부 써보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 문제의 구간. 이 버그에 걸리면 새로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특정 액션 상황이나 전투 도중에 과도한 조작을 남발하거나, 보스전에서 변신을 마구 변경하며 들어가면 튕기기도 한다. 지역을 넘나들 때 갑작스럽게 로딩이 생기면 튕기는 경우가 많다. 이건 PC버전부터 PS4, Xbox ONE 버전 모두 해당되는 사례다. 테스트 자체가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번역도 문제다. 테스트를 진행한 한국 인력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실시간 CG 부분을 자주 스킵한 것 같다. 실시간 CG는 스킵하면 통째로 넘어가 대사를 다신 볼 수 없게 되는데, 시간이 없어 테스트 중 다 스킵해 버린 것일까? 이 사이에 번역되지 않은 문장이나 코드 용어 등이 나오는 일이 아주 빈번하다.

▶ 정말 번역 안 된 곳이 많다. 테스트가 안 된 느낌이다.

결국 다크사이더스 3는 여러 부분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 됐다. 크게 정리하자면 완성도에서 부족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게임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는 각각의 유저들에게 호불호가 생기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과 반론, 논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버그나 사소한 완성도에 대한 이슈는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고 본다.

▶ 왠지 개발자들한테 캐릭터가 소리치는 것 같다. “이 멍청한 전쟁 덕분에 너희들이 다 바보로 보이는걸. 천사도 악마도 묵시록의 기수도... 제작자도 말야!”

글/ 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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