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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결혼] 사람들이 왜 이혼을 하게?

조회수 2019. 1. 12. 14: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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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토박이 부모 밑에서 
자라다 20대에 유학을 갔다. 

남편은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재미교포였지만, 
나는 우리가 어차피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한국말도 유창했고, 
냉장고에는 늘 커다란 유리병에 든 
김치가 있었으며, 
핸드폰엔 카카오톡이 깔려있었으니까.  

물론 그는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배운 터라 
어른을 만나면 허리 굽히는 대신 
꼿꼿하게 서서 악수를 청했고, 

장모님, 장인어른 같은 
단어 자체도 몰랐지만,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나는 80년대에 이민을 오신 
시부모님들께서 생각하는 참한 며느리 상에선 
적어도 십만 마일쯤은 떨어진, 

아주 진보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누나이기 때문에 큰 방을 늘 내가 썼고, 
여자라서 못하는 게 있거나 
남자라서 들어가면 고추 떨어지는 장소 따윈 없었다. 

반면 경상도에서 이민을 온 남편의 집은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지 않으며 
대신 여자들은 보호받는 존재로 여겨졌다. 

우리는 이런 일들로 서로를 맹공격하기 시작했다. 

내 기준에서 바라보기엔 모든 것이 
다 처음부터 끝까지 
싹 다 틀려먹은 집안 같았다. 
남편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문득 깨우쳤다. 
그래, 다른 사람의 가족이 
갖고 있는 언어가 다 다른 것을. 
왜 나는 우리 언어가 ‘옳다’고 생각했을까. 

옳고 그름은 아니고 
다름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물론 이런 기특한 생각은 한달도 가지 않았다.

나는 남편 가족 사이에서 
늘 자주색 같은 존재였다. 

보라색의 나라에선 자줏빛이 너무 푸르고, 
또 파란색의 나라에선 너무 붉듯, 

 남편 가족 속에 섞여들 때마다 
나는 늘 너무 푸르거나 붉었다. 

반대로 우리 집에 온 남편은 연두색이었다. 
초록이나 노란색의 나라였던 우리 집에선, 
그는 역시 너무 누렇거나, 너무 시퍼렜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친한 언니를 만나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난 오빠랑은 전혀 문제가 없어. 
우리 둘은 너무 좋기만 해. 
근데 왜 자꾸 시댁이나 친정때문에 
싸워야 하는지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 

언니는 답했다. 

"너희 둘이 문제가 없는 건 당연하지. 
그랬으니까 결혼까지 갔을 거야. 
둘 사이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보통 결혼 전에 헤어지게 되니까. 

그렇게 유난 떨고 세기의 사랑에 빠졌다면서 
다들 결혼을 하잖아. 
완벽한 상대라 생각해서. 
근데 왜 이혼을 하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부부가 심각하게 싸우는 이유는 
결국 제3의 문제야. 
댁, 친정, 돈, 애들 그런 것 말이야.” 

언니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리는 서로 너무나도 좋은데, 
괜히 제3의 문제들로 관계를 그르치지 말아야지,  

이렇게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주변의 일들로 내 사랑에 생채기 내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에 다짐했으나 
현실은 언제나 나의 다짐보다 강했다.


 


당찬 B급 며느리 7년 차인 지금도 
어느 것 하나 쉬워지지 않는다. 

나는 그저 좀 더 뜻 없이 잘 웃고, 
궁금하지 않는 질문을 잘 하는 성격으로 
달라졌을 뿐. 

언니의 말처럼 
결혼이라는 것은 딱 그렇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나머지 상황들을 다 휩쓸어 버릴 수도 있는 것. 

그렇게 서로 죽도록 좋아서 
없으면 내 인생 망할 것 같은, 

너 아니면 안될 것 같고 
놓치면 이런 사람을 다신 못 만날 것 같은, 

그런 사랑을 만나는 것이 귀하고 
어려운 일인 걸 모두가 다 잘 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얻은 사랑을
상처 주고 괴롭게 만드는 것들은 
대부분 나도 상대도 아닌 외부의 것들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남편과 딸, 
그리고 나 셋이서 오붓이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완곡하게 비추었음에도, 

결국 시부모님의 방문으로 
대가족의 위험천만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래도 우리는 제법 잘 버텨냈다. 
제3의 것에 잠식당할 수는 없었으므로.   


[실전결혼] 시리즈

"결혼은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아티스트 심지아. 
그녀가 결혼 생활 속에서 겪게 된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전해 드립니다. 

누군가의 솔직한 결혼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연애와 결혼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실전 결혼>은 연애의 과학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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