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사이에서 난리..이마트 '12억 라면 신화' 주인공의 아이템

조회수 2020. 9. 27. 23:0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딸바보 아빠가 만든 우리 아이 위한 필수 앱
40만명 이용 식품 성분 정보 앱 '엄선'
식품MD 10여년 베테랑에서 창업가로
확장 분야 무궁무진한 식품 빅데이터

케모포비아(Chemophobia·화학 공포증) 시대. 자녀를 둔 엄마 아빠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구입빈도가 높은 ‘먹거리’를 고를 때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가공식품 뒷면에 식품 첨가물이 표시돼 있지만 낯선 용어여서 어떤 성분인지 알 겨를이 없다. 때론 부정확한 정보가 불안을 부추긴다.


식품MD로 일하던 조기준(39) 트라이어스앤컴퍼니 대표도 몇 년 전까지 같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았다. 내로라하는 ‘딸바보’였던 그는 식품 첨가물이 딸에게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다. 아이가 먹는 음식만큼은 무엇이 들어갔는지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식품 주의 성분 확인 애플리케이션 ‘엄선(umsun)의 시작이다.


2017년 3월 시작해 깐깐한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지금까지 40만명이 내려받았다. 앱 하나로 2만 5000여개 식품의 첨가물·원재료·영양 성분 등을 볼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마트의 PB 브랜드 ‘피코크’를 만든 핵심 인물이었다. 순희네빈대떡, 남원추어탕 등 맛집과 협업해 만든 간편식과 2013년 출시 3개월만에 12억원 어치를 판 '하바네로 라면'을 개발한 기획자이기도 하다. 11년을 식품MD로 살다 창업에 뛰어들었다. 

출처: jobsN
조기준 트라이어스앤컴퍼니 대표.

수많은 식품 관련 정보 한곳에서 비교


엄선은 수많은 식품 관련 정보를 한곳에서 정확히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마트에서 일일이 제품을 찾아다니며 비교할 필요가 없다. 제품 이름을 앱에서 검색하거나 카테고리를 선택한다. 찾고자 하는 제품에 식품첨가물이 몇 개가 들었는지 볼 수 있다. 엄선에선 첨가물 등급을 4단계(안전, 유의1·2·3)로 나눈다. 발암물질·10대 주의 성분 여부, 알레르기 성분은 무엇이 들어갔는지도 알 수 있다.


비영리 환경 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식품안전청(EFSA), IARC(국제 암 연구소), 식품의약안전처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EWG는 미국의 환경 단체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연구 논문, 실험 등을 바탕으로 첨가물을 유해성에 따라 무·저·중·고위험으로 나누었어요. 저희는 이용자가 보기 쉽게 색깔로 구분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스파탐’의 경우 ‘10대 주의 성분’이라 표시된다. EWG 등급은 ‘저위험(Lower Concern)’이다. 주의사항으로 ‘동물실험시 세포과다증식증, 출산무게감소, 암유발 등을 유발할 수 있음’이라 나온다. 

출처: 트라이어스앤컴퍼니 제공
식품 성분 정보 애플리케이션 '엄선' 화면.

스크롤을 내리면 식품의 영양성분이 나온다.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식품인지도 알 수 있다. 해썹은 식품 생산·제조 과정에 관한 것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의미한다. 야채·채소·육류 등 신선식품의 원재료와 영양성분도 볼 수 있다.


매월 1000개씩 새로운 식품 데이터를 추가한다. 마트 식품 뿐만 아니라 편의점, 배스킨라빈스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데이터는 영양사, 식품 전문 변호사, 화학과 교수 등 식품 전문가들이 분석·처리한다. 사람들은 그동안의 궁금증을 엄선 앱이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반응이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방문하는 충성고객이 전체 65%를 차지한다.


첨가물 성분과 유해 등급을 나타냈을 뿐인데 영향력이 강하다. ‘상품톡’ 메뉴에 이용자가 올린 후기 때문이다. 주목받지 못했던 제품이 '건강한 성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다시 주목받기도 한다. “어떤 제품에는 유해 성분이 들어가서 ‘안 먹어야겠다’, ‘갈아타야겠다’는 글이 올라옵니다. 또 ‘이 첨가물은 정말 괜찮은 거냐’ 질문하기도 하죠. 저희 직원들이 답변하기도 하고, 이용자가 서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용 후기 비롯한 빅데이터, 성분 데이터를 근거로 ‘그린’ 제품을 엄선해 보여준다. 

출처: 엄선 화면 캡처
'상품톡' 메뉴를 누르면 이용자가 남긴 후기를 볼 수 있다. 옆에 있는 '분석' 메뉴를 누르면 아이가 먹은 식품을 선택하면 첨가물과 영양성분을 분석해준다.

성분 해석 앱이 위험하다고 표현해도 법과 규칙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기업 입장이 대부분이다. “저희가 분류한 첨가물 등급에 ‘미표기’가 있습니다. 성분 이름이 아니라 발색제, 감미료, 산도 조절제, 증점제 등 식품첨가물의 ‘용도’만 표기한 경우가 미표기에 해당합니다. 최소한 이 ‘미표기’를 구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말은 ‘위험하다’보다 ‘모른다’입니다. 실제 ‘미표기’를 중위험 정도로 느낀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아요.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해 개선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20억원을 투자·지원받았다. 앞으로 계속 데이터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GMO 정보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국내 GMO 수입량에 대해선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다. “엄마들 사이에서 GMO 여부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습니다. 곧 GMO 정보를 공개합니다.”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민간에서 처음 시도하는 셈이다. 해썹 정보도 인증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같은 해썹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은 식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대학생 때 그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조 대표는 대구 출신이다. 2006년 경북대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닥뜨린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1년에 한번씩 꼭 만나던 친구 2명과 한강에서 치맥을 할 때였다. 

출처: 조기준 대표 제공
조 대표의 딸과 아들. 지금은 각각 8세 6세다.

“문득 ‘우리 어쩌다 이렇게 살고 있냐’고 토로했습니다. 대학 시절 다들 열정이 넘쳤어요. 지방대생이 SKY 출신과 겨루려면 실력뿐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T.O.P라는 경영동아리를 만들어서 실제 음식점 컨설팅을 도왔어요. 소상공인을 돕고 저희 실력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컨설팅 한 '고불'이라는 음식점은 대구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확장했어요. 또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는 대학생이 되자며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어요. 그렇게 찬란했던 청춘이었는데, 회사에선 ‘나사’ 같았어요. 시계를 움직이기 위한 부품에 불과한 나사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신세한탄이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달랐다. “마침 가습기 살균제를 시작으로 각종 화학용품 이슈로 사회가 시끄러웠어요. 세명 모두 비슷한 또래의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맘 놓고 애들을 키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은 사회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대학생 때 그 열정을 느끼고 싶었어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네이버 서비스 기획자였고, 다른 친구는 SK에서 시스템 총괄로 일했습니다. 다들 10년 동안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죠.”

출처: 조기준 대표 제공
식품MD로 일하던 시절.

2016년 여름 한강에서 맥주캔을 부딪치던 세 아빠는 그렇게 창업을 결심했다. 조 대표는 그해 10월 퇴사했다. ‘식품 구입 전 한번에 비교해 선택에 도움을 준다’는 아이디어만 있을 때였다. “2개월 정도 직장과 병행해보니 불가능했습니다. 회사일에도, 창업에도 집중하지 못했어요. 병행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도 저도 안 풀렸을 때 핑곗거리로도 좋고요. 창업에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사업에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일이 술술 풀리진 않았다. “EWG나 WHO 등 공신력 있는 단체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축적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정보는 있었지만 가치 있진 않았어요. 정리 없이 산만한 자료들이었습니다. 또 국가마다 첨가물 이름이나 코드가 달랐어요. 나라마다 다른 성분 코드를 통일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첨가물 코드를 입력하면 성분 특성이 나오는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트라이어스앤컴퍼니가 특허 등록한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기술신용평가(TCB, Tech Credit Bureau) TI-3 등급을 받았다. TCB는 기업이 가진 기술의 기술성, 권리성, 시장성,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한다. 기술등급 TI-3은 총 10등급 단계 중 상위 3단계에 해당한다. 

출처: EWG 홈페이지 캡처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 홈페이지. EWG는 8만개 이상의 상품 분석 데이터와 2억 5000여개 연구 조사 결과로 식품 첨가물 등급을 정한다. 해당 페이지는 감미료로 사용하는 첨가물 '스테비아'의 EWG 등급을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유해 성분 여부는 이용자에게는 유용하지만 사업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안 좋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이 알려지면 바로 엄마들의 외면을 받는다. 조 대표는 식품 사업자에게 항의도 많이 받았다.


“항의가 오면 글로벌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표시한 내용이어서 문제없다고 설명드려요. 엄선을 시작하기 전 법적 검토를 다 마쳤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건강기능식품회사 대표님이 회사 앞에 찾아오셨어요. 큰일이 나나 싶었는데 그 대표님이 저희에게 대뜸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회사 식품에 인산이 들어있었어요. 인산은 엄선에선 유의2 등급, EWG 등급으로 ‘중위험’이에요. 그동안 몰랐다면서 ‘그린’ 제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셨어요. 같은 산도조절제여도 안전한 첨가물 종류를 알려드렸습니다.” 지금까지 7개 식품 브랜드가 엄선이 제공하는 정보를 근거로 식품 첨가물을 바꿨다.


식품 빅데이터 확장 분야 무궁무진


식품 성분 분석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2월 말 식단 추천 서비스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하루 2000칼로리 이하 식단을 원한다면, '그린' 식품 중에서 8대 영양소를 고려해 식단을 짤 수 있습니다. 과거엔 단순히 ‘닭가슴살’, ‘사과, ‘자몽’ 이런 식으로 음식 종류를 말했다면 저희는 특정 브랜드의 식품 조합을 추천합니다. 저희만이 가진 차별점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엄선 공식 블로그
엄선 빅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가 읽을 만한 게시물을 공식 블로그에 올린다.

수익모델은 ‘데이터 판매’와 ‘맞춤형 광고’다. 2018년까지는 서비스를 안정·고도화하는 과정이어서 이렇다 할 매출이 없다. 2019년 목표 매출액은 10억원. 신한생명과 협업해 조만간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한다. 2년 안에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펫 식품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엄선의 데이터를 활용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펫 식품 성분 분석 데이터는 이미 갖고 있습니다. 펫 시장 규모가 6조원인데 그중 식품이 3조원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2.4조원이 수입식품이에요. 건강한 펫 식품 시장을 만드는 데 저희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품 빅데이터는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식품 커머스다. “성분 정보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엄선을 이용하며 남기는 모든 흔적이 데이터입니다. 후기, 상품 구매율, 지역별 선호 제품 등 모든 데이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분당 30대 엄마가 어떤 제품을 가장 많이 클릭했는지 알 수 있어요. 또 ‘우유’하면 연관해 나오는 키워드가 ‘멸균’입니다. 식품 마케팅에 중요한 정보들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저희 브랜드를 내세운 식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조 대표는 창업을 적극 권유한다.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닙니다. 아빠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장이기 때문에 위험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빠라서 가능합니다. 또 자유를 원한다면 창업을 추천합니다. 방종, 방임이 아니라 책임을 졌을 때 따라오는 온전한 자유입니다. 직원, 소비자, 투자자, 가정 등 책임질 부분이 많아요.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더이상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지 않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