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연극<1919유관순>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 배우들을 만나다

조회수 2019. 9. 9. 17:2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왼쪽부터) 노순경 지사(1902~1979) 김향화 지사(1897~미상) 유관순 열사(1902~1920) 권애라 지사(1897~1973)

좁고 어두운 이곳은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입니다. 수감번호 219, 237, 371, 285번. 만세운동을 주도한 죄목으로 끌려온 여성들입니다. 


수감번호 뒤에 가려진 그녀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노순경, 김향화, 유관순, 권애라. 다큐멘터리 영화 <1919 유관순>이 100년 전, 그녀들의 이름과 그날의 기록을 생생하게 재생합니다.

위클리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기 


다큐 영화 <1919 유관순> 배우들과 작가를 만나다 
유관순 열사를 연기한 배우 이새봄

2019년 2월 2일 토요일 오후 4시, 남양주종합촬영소 제7스튜디오 안은 어둡고 엄숙했습니다.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여성들이 투옥돼 있던 서대문 여옥사 8호 감방 세트장이 있는 탓이죠.


류의도, 박자희, 이새봄, 김나니 네 배우들의 몸을 빌려 ‘100년 전, 8호 감방의 여자들’이 그 안에 주저앉았습니다. 고문 장면 촬영을 준비하는 세트장에는 죽음의 암시가 숨통을 조여오는 듯했는데요.


그로부터 2주 뒤, 모든 촬영을 마치고 배우들과 작가, 피디가 한겨레신문사 9층 스튜디오에 모였습니다.


4명의 배우들은 지면을 장식할 사진 촬영과 인터뷰에 응했고, 이어서 11명의 배우 전원과 이은혜 작가는 3·1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 삼창을 영상에 담았죠.

유관순 열사의 감방 동지들
권애라 지사를 연기한 배우 김나니

어윤희, 심명철, 권애라, 김향화, 이신애, 동풍신, 노순경, 임명애, 신관빈. 대부분이 생소한 이름일텐데요. 이해하기 쉽게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여기 호명한 아홉 명은 유관순 열사의 감방 동지들입니다. 유관순 열사처럼 모두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끌려 들어왔죠.


서슬 퍼런 일제의 감옥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는 우리가 100년 동안 독립운동가라 불러온 이들이 있었습니다.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

 

노순경 지사를 연기한 배우 류의도/배우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1919 유관순>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기획 동기에 대해 총괄을 맡은 윤학렬 감독은 “우연히 2~3년 전 서대문형무소에 갔다 8호 감방을 봤다고 했죠.


그 안에는 유관순 열사 한 명만이 아니라 기생, 임산부, 간호사, 등 이름 모를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을 세상에 밝히는 일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했고 바로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시나리오를 쓴 이은혜 작가는 “8호 감방을 여러 번 방문했죠.


상상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기록들이었습니다. 사진 속 그녀들의 눈빛을 보며 궁금했는데요. 그녀들의 조국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3·1운동 시점부터 유관순 열사가 서거하는 시점까지를 다룹니다. 유관순 열사와 같은 시기에 구속되어 고초를 겪은 독립투사들의 삶을 추적해 기록하죠.


캐스팅에 대해 이은혜 작가는 “그녀들의 조국을 말하고 싶은데 누군가 한 명이 튀면 그 부분을 표현하기가 힘들다”며 신인 배우들을 택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척하거나 흉내 내지 않도록 신중히
김향화 지사를 연기한 배우 박자희

배우들은 각자 맡은 인물에게서 어떤 면모를 보았을까요. 이새봄은 “관순은 대장부다. 교과서적인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유관순 열사를 표현했습니다. 


박자희는 “향화는 출소 후 행방이 묘연하다. 홀연히 사라진 여인은 어떤 심정일까. 노래하고 악기 다루는 사랑스러운 여인은 또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처절하고 피폐해졌지만 그래도 싸워야 했을 김향화 지사의 마음을 표현”하려 애썼습니다.


김나니는 “권애라 지사는 어린 시절부터 똑순이로 불렸다. 연설도 잘하고, 분위기 메이커였다. 이런 밝은 성격이 나랑 닮았다. 캐릭터에 나를 많이 대비시키면서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에서 권애라 선생님은 노래 부르는 장면이 정말 많다. 소리꾼인 나에겐 퍼포먼스가 익숙한데, 권애라 선생님은 어떻게 불렀을까 생각했다. 기교를 빼고 노래했다. 22세의 당찬 아가씨 권애라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실제로 17세인 류의도는 “노순경 선생네는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나이는 17세이지만 마음은 단단했을 거 같다”며 “척하지 않고, 흉내 내지 않도록 신중히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배우들은 대답하는 순간순간 극중 캐릭터로 감정이입을 하는 듯 먹먹해했습니다.

그 고통이 계속 떠올랐다

“재연이고 간접적인 경험이지만 직접 닥친 일처럼 숙연해지고 힘들었다”는 김향화 역의 박자희 배우 말처럼 감옥에선 엄청난 고문이 자행되었습니다. 


유관순 역의 이새봄 배우는 “대나무로 손톱을 찌르면서 부모님을 모욕하는 신이 제일 힘들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세 번을 얻어맞는데도 아픔이 안 느껴졌다. 눈앞에 별이 보일 정도였는데도 말이다”라고 가장 힘들었던 고문 장면을 표현했죠.


노순경 지사 역의 류의도 배우는 “수조 고문이 끔찍했다. 상상도 안 되어 그런지 처음엔 긴장도 안 했다. 손이 뒤로 묶인 채 상체가 물속에 잠기는데,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러다 진짜 죽겠구나 싶었다. 촬영 후 집에 가서 하루를 앓았다. 샤워할 때마다 그 고통이 계속 떠올랐다”며 고문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다큐의 격조에 드라마 감동 더해

영화는 무엇보다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다큐멘터리 장르가 붙은 이유죠. 그렇다고 자료 영상으로만 만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은혜 작가는 “드라마와 다큐의 콜라보다. 드라마로 인물들을 재연하고, 극 사이사이에 전문가 인터뷰와 자료 영상이 들어간다. 다큐로서의 격조와 품위, 여기에 드라마가 주는 감동을 더했다”며 독특한 제작 방식에 대해 강조했죠. 


그러면서 “<1919 유관순>은 100년 전의 그녀들이 보내는 영상 편지”라고 덧붙였습니다. <1919 유관순>은 ‘1919년 8호 감방의 여자들’을 소환해, 100년이 지난 오늘 분단된 조국에게 되물어보는데요.


빼앗겼던 조국의 그날을 남과 북은 잊지 않고 있나요? 그리고 제작진의 바람처럼, 100주년이 끝나기 전에 북한 전역에도 <1919 유관순>이 상영되길 기대해봅니다. 영화는 3월 중순에 개봉 예정입니다.

▶'1919유관순 배우'들이 낭독하는 [독립운동 선언서] 영상 보러가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