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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간편결제 서비스의 등장, 제로페이

조회수 2019. 9. 9. 17: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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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를 0%로 낮춘 ‘제로페이’가 3월에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제로페이에 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위클리공감 원문 기사 보기


민관 협력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제로페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카카오페이처럼 민간기업이 만든 페이와는 달리, 제로페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고 은행과 간편결제업체가 참여해 은행 계좌끼리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입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12월 20일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경남 창원시, 부산 자갈치시장 등에서도 시범 운영되고 있지요.

 

먼저 결제 과정을 살펴봅시다. 고객이 가게에서 물건을 고른 뒤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찍고 가격과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전송합니다. 


그러면 곧바로 가게 주인의 휴대전화에 ‘결제가 완료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어렵지 않겠죠? 

제로페이로 부르는 이유는 연 매출 8억 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가 내는 결제수수료가 0%여서입니다. 연 매출 8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는 0.3%, 12억 원 초과는 0.5%입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올해 크게 낮아졌지만, 그보다도 많이 낮은 수준입니다. 


서울시는 “서울 전체 사업체 10곳 중 8곳(66만 개)이 소상공인이며 카드 가맹업체(53만 3000곳)의 90% 이상은 연 매출 8억 원 이하의 영세 업체”여서 “사실상 거의 모든 영세 자영업자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수료 부담 어떻게 낮췄나

여기서 의문이 들죠? 정부가 별도의 앱을 만들지도 않고 민간은행과 간편결제업체들의 앱을 활용하면서 어떻게 수수료 부담을 확 낮출 수 있었을까요. 


먼저 결제 대금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를 통해 카드사들이 떼어가는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또 신용카드 결제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이어주는 결제대행업체(VAN·밴)가 중간 단계에서 수수료를 받는데, 제로페이 결제는 밴사도 거칠 필요가 없어 중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제로페이에 참여한 4개 간편결제 사업자는 소상공인에 대해 결제수수료를 받지 않고, 20개 은행은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결제 간소화 방법 없나?

제로페이가 시범 실시되자마자 결제가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고객과 가게 주인 둘 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신용카드는 꺼내서 긁는 데 10초면 끝인데, 제로페이는 QR코드를 찍고 가격까지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모바일에 익숙지 못하면 몇 분까지도 잡아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결제 뒤에도 가게 주인이 돈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메시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는 애를 먹는다는 사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중기부는 결제 시간과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매장 결제단말기인 포스(POS)기 연동 결제와 무인 결제를 4월까지 도입할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아예 QR코드가 필요 없는 다른 간편결제 방식을 상반기 중에 들여와, 스마트폰을 탭에 갖다 대기만 하면 돈이 빠져나가도록 할 방침입니다. 

10cm 이내 거리에서 전파를 이용해 소비자의 정보를 판매자의 단말기에 전송해 결제하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 신용카드를 카드 단말기에 긁을 때 발생하는 자기장 신호를 스마트폰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 등으로 결제 방법을 다양화한다는 얘기입니다.


제로페이 연동 앱에 가맹점을 안내하는 기능이 없어 가맹 여부를 직접 물어봐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지역별 가맹점 현황을 소개하는 ‘제로페이 지도’를 3월까지 선보인다고 합니다. 


가맹점이 적다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제로페이 전국 가맹점은 지난 1월 23일 기준 4만 699개로 늘어났습니다. 중기부는 지역별로 유동인구가 많고 소상공인 점포가 밀집한 핵심 상권 109곳을 시범 상가로 지정했습니다. 


서울시는 3월에 가맹점을 6대 편의점과 프랜차이즈업체로 확대하고 앞으로 무인 매장에서도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형래 서울시 제로페이추진반장은 “가맹점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고객이 가게에 들러 ‘제로페이로 결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게 최고”라고 조언했습니다. 

안착 위한 최우선 열쇠는?

제로페이 안착을 위한 열쇠는 가맹점의 선호 여부보다 소비자의 참여에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이용을 끌어낼 제로페이의 매력은 높은 소득공제율입니다. 제로페이는 올해 사용분부터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15%), 체크카드(30%)의 소득공제율보다 높지요.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인 직장인이 1년 동안 2500만 원을 제로페이를 이용해 소비했다면 약 83만 원을 돌려받아 같은 금액을 신용카드로 썼을 경우 환급액(약 31만 원)보다 52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큰 유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보도가 많이 나왔죠. 언론들은 제로페이 소득공제보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영화·커피·통신비 할인, 마일리지 적립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소비자의 피부에 즉각 와닿는다고 짚었습니다. 


제로페이의 높은 소득공제는 부가서비스 수준이 낮은 체크카드 수요에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습니다. 

신용카드 선호자 마음 돌리려면?

전문가들도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제로페이로 당겨오려면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자영업자를 돕자는 ‘착한 소비’에만 호소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했을 때 얻는 혜택이 커야 이용자 수를 늘릴 수 있고 정책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용주차장과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을 제로페이로 이용할 때 요금을 할인하고 전통시장 상품권을 적립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또 참여 은행과 간편결제업체별로 포인트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칩니다. 

서울시는 교통카드 기능을 제로페이에 탑재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 다양한 지역 화폐나 복지 포인트와 연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올해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제로페이의 수수료 강점이 줄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관점은 달랐습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선임 애널리스트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수수료율이 인하하면 카드사는 결제부문 수익성 저하를 방어하기 위해 고객 마케팅 비용을 축소할 수 있다. 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축소는 제로페이에 대한 효용 우위를 줄여 제로페이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주도라 나쁜가?

제로페이가 아파하는 대목은 정부가 주도하니 ‘관제 페이’라는 식의 낙인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민간은행과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자사의 앱을 활용해 결제서비스를 하는 민관협력 방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제로페이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사용할 수 있는 ‘은행권 공용 QR코드 표준’을 2018년 11월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은행들에 이체 수수료 포기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합니다. 


서울시는 “은행들이 스스로 참여했다”고 말합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로페이를 이용하려면 출금 계좌에 늘 잔액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계좌를 활성화하고 저원가성 자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귀띔합니다. 


언론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면 신용카드가 대표적인 ‘관제 카드’입니다. 정부가 세원 확보를 위해 모든 업소에 신용카드 결제를 의무화하고 소득공제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덕분에 신용카드는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좋은 정책도 부족한 면이 있다면 비판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탓에 중소상공인들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보도해놓고선 정작 이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제로페이가 나오자 마구 공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신용카드 맞먹는 결제 수단 되려면?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이 사실상 의무화돼 있어 신용카드는 지급 수단으로서 현금과 거의 동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 외상·할부 구매 등 신용카드의 편익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할 유인이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결제서비스를 혁신하려면 정부가 ‘메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진단합니다. 제로페이가 신용카드와 맞먹는 결제 수단이 되려면 사용자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소득공제 제도의 파격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기됐습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올해 말 일몰

나아가 카드 결제에 대한 조세지원 범위를 축소하고 영세·중소 가맹점 대상의 소액 간편결제에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실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다시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올해 말로 일몰이 도래합니다. 2018년까지 8차례 수명이 연장됐죠.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활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영업자 소득을 파악하기 위한 제도의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했습니다. 


또한 제로페이가 대체 결제수단으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의무수납제 폐지는 신용카드사에 대한 가맹점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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