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참여한 유명 만화가가 데뷔를 3번이나 한 이유

조회수 2020. 9. 21. 18: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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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작화 그린 20년차 만화가가 3번 데뷔한 까닭
월간웹툰 ‘심해수’ 노미영 작가
1999년 살례탑으로 데뷔
2008년 일본에서 작화가 활동도

1995년 공주전문대(현 공주문화대학)에서 한국 최초의 만화학과가 생겼다. 만화가를 지망하던 청년은 그곳에서 만화가를 꿈꿨다. 만화 잡지에서 하는 신인작가 공모전에 작품을 내며 당선을 기다렸다. 순정만화 전문 월간잡지 화이트에 작품을 냈는데 돌아온 답변은 “당신 작품은 소년만화와 더 어울리니 그쪽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겠다”였다. 실망한 그는 만화가의 꿈을 접고 게임회사에 취직했다. 만화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소년지풍 만화에 도전했다. 인기 만화잡지 영챔프 공모전에 다시 작품을 냈고 당선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1999년 ‘살례탑’ 연재로 만화계에 첫 발을 디딘 노미영(44) 작가는 대학 졸업 후 공모전으로, 일본에서 출판사를 돌면서, 다시 한국에서 월간 웹툰으로 모두 세 번 데뷔했다. 첫 데뷔 후에는 살례탑이라는 인기작품을 남겼고, 일본에서는 유명 애니메이션이자 만화 공각기동대 작업에도 참여했다. 2018년에는 다시 한국에서 심해수라는 월간 웹툰으로 웹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경기도 부천시 만화영상센터에서 노미영 작가를 만나 세 번 데뷔에 얽힌 사연을 들었다.

출처: 사진 노미영 작가 제공
노미영(왼쪽) 작가와 남편 이경탁 작가

출판만화 황혼기에 데뷔


“공모전 당선이지만 정식연재는 힘들었어요. 대기하고 있던 작가들도 많았습니다. 1년 정도 정식연재 제안이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영챔프에서 새로운 만화잡지를 창간했습니다. 바로 주니어챔프였죠. 주니어챔프 편집장이 대기작가들에게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했고 바로 살례탑을 보여줬습니다. 작품을 보고 곧바로 연재를 결정했습니다.”


노작가는 데뷔 시기가 좋지 않았다. 만화잡지는 이현세 작가의 ‘천국의 신화’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었다. 도서대여점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만화를 사서 보는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결국 살례탑 연재도 잡지 폐간으로 완결을 짓지 못했어요. 그래도 끝을 내야한다는 생각 하나로 단행본 출판은 계속했습니다. 살례탑 이후로는 학습만화를 그렸어요.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요.”

노미영 작가의 데뷔작 살례탑

살례탑은 고려시대 대몽항쟁기로 타임슬립한 주인공이 고려 토벌군 선봉장 살리타이(살례탑)와 대결을 그린 역사 판타지 만화다. 고려시대 역사 만화를 그린 작가이니 역사 학습만화에 대한 의뢰가 많았다고 한다. 학습만화를 그리면서 틈틈이 작품 구상을 하고 있을 때 그에게 같이 일하는 작가가 불렀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만화잡지 편집자가 있는데, 작화를 그려줄 한국 만화가를 찾고 있다고 했어요. 출판사 아키타쇼텐이 발간하는 플레이코믹의 편집자였죠. 살례탑 완전판을 다시 발간했는데 1권을 보냈어요. 표지를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공각기동대 제작 참여도


‘검은 사기’라는 작품을 쓴 나츠하라 다케시 작가는 야쿠자와 한국 조폭이 등장하는 작품을 기획했다. 한국 조폭이 등장하는 작품에 한국인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걸 계기로 만화 왕국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작화 작업도 하고 제 작품 연재도 했어요. ‘갱스터스’는 4권 분량을 연재했습니다. 편집자가 실력이 뛰어난 스토리작가와 연결을 잘 시켜줘서 연재가 쉬웠어요. 그런데 혼자 하려고 하니까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출처: 그림 노미영 작가
일본 히어로즈 공모전 당선 작

한국에서는 살례탑이라는 작품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노미영은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공모전부터 시작했다. 마침 신생 만화잡지 ‘히어로즈’에서 공모전을 열었다. 신생잡지면 기회를 잡기 쉬울 수 있다는 기억에 도전을 했다.


“당선됐지만 연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는 ‘모치코미’를 했습니다. 일본 신인작가들은 공모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후 모치코미를 하며 정식 계약을 할 출판사를 찾는다고 했거든요. 편집자가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면 연재를 하는 거고 아니면 ‘다음 작품이 나오면 연락주세요’라고 해요.”


일본의 유명 출판사 고단샤 편집자가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지인을 통해 건너 들었다. 노작가는 곧바로 고맙다는 전화를 하고 편집자를 찾아갔다. 단편과 장편 모두 가지고 갔다.


“그걸 쭉 보시더니 ‘그림 잘 그리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순정만화 같아요. 1회분을 3회로 늘리고 소년만화풍으로 바꿔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원하는대로 다 바꿔서 다시 찾아갔죠. 자기가 말한 걸 그대로 지켜서 찾아온 게 마음에 들었는지 3회분 연재를 결정했어요.”


작품 준비를 하는 동안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연재를 결정한 편집자는 인기 애니메이션이자 만화 ‘공각기동대’도 담당하고 있었다. 공각기동대 원작 전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과 맞춰 만화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작화가를 찾고 있는데 선뜻 나서는 작화가가 없었다. 신인에게 맡기기에도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이전 원고를 보고 메카닉(로봇만화)도 잘 그린다고 생각했는지 그에게 기획회의에 참석해보라고 제안이 왔다.

출처: 그림 노미영 작가
만화 공각기동대 프리퀄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기획회의에서 제 그림을 보고 승인을 받아야 정식으로 작화가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기획회의 전날까지 심혈을 기울여서 원화들을 그렸죠. 편집자는 아직 확실하지도 않으니 너무 힘쓰지 말라고 했고, 시간 날 때 틈틈이 그린 거에요라고 했죠. 원화를 들고 갔더니 모두 흡족해 하더라고요. 공각기동대 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영광이에요.”


공각기동대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잘 그려야 본전이고 조금만 부족해도 독자들에게 거센 항의가 빗발치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공각기동대의 팬으로 가장 먼저 스토리를 알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의 만화 제작의 차이를 말하면 편집자의 역할 같아요. 일본 편집자는 1차 독자로 세세하게 피드백을 줍니다. 어떤 때는 정말 가혹할 정도로 지적을 하기도 해요.”


월간 웹툰으로 세번째 도전


공각기동대 작업이 끝난 후 새 작품 연재가 쉽지 않았다. 새 작품 연재를 따내려면 짧으면 6개월, 길면 1~2년이 걸리기도 한다. 화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들의 생활도 책임져야 했다.


“연재를 할 때는 원고료를 모두 직원 월급과 화실 운영비로 쓰고, 단행본 인세수입으로 살았습니다. 연재 없이 화실을 유지하는 건 힘든 일이었죠. 빨리 연재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마침 ‘심해수’라는 작품이 있으니 그걸로 한국 웹툰 시장에 도전해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제안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출처: 그림 노미영 작가
웹툰 플랫폼 투믹스에 연재 중인 월간 웹툰 심해수

노작가가 웹툰 연재를 결정한 곳은 신생 웹툰 스타트업 투믹스였다. 네이버나 다음웹툰 같은 대형 웹툰 플랫폼이 아닌 투믹스를 선택한 이유는 월간 시스템 때문이었다. 투믹스가 주간 연재가 대세인 웹툰에서 월간 웹툰 개념을 도입한 것은 웹툰에서도 질 높은 작품을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처음 데뷔도 잡지로 했고, 일본에서도 월간지에 주로 작품을 연재했습니다. 호흡도 맞고, 긴 시간만큼 작품에 투입할 수 있는 노력도 많거든요. 웹툰이지만 출판만화만큼 많은 공을 들이는 작품입니다.”


노작가는 심해수로 2018년에 부산 국제웹툰페스티벌 골든브릿지어워드 다이내믹브릿지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등을 받았다. 심해수는 남편 이경탁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동안 스토리작가만 해오다 심해수 작업부터 함께 참여했다.


"너무 일이 안잡혀서 네이버 '도전 만화가'에 지원해 보려고도 했습니다. 정말 신입 웹툰작가 지망생들이랑 함께 경쟁해야 하는 곳이었어요. 그러다가 투믹스의 제안이 와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판만화에서 20년을 보낸 둘에게 웹툰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래도 만화라는 본질은 같으니 출판만화와 웹툰의 경쟁력을 살리면 웹툰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출판 만화와 웹툰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출판만화는 책장을 넘기면서 컷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웹툰은 스크린과 스크롤이라는 한계가 있어요. 대신에 출판만화는 페이지 제한이 있으니 꼭 필요한 컷을 선별해서 넣어야 하지만 웹툰에서는 다 살릴 수 있죠. 그래도 꼭 출판을 하고 싶으니 출판만화의 기본틀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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