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김소영이 임신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던 이유

조회수 2019. 3. 27. 12: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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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김소영의 고민, 아내를 향한 윤상현의 눈물
출처: ⓒ김소영 인스타그램
“처음 임신을 확인했을 때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은 피어났지만, 한편으론 어딘가 내 안의 기세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tvN <신혼일기2>에서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보여줬던 김소영-오상진 부부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김소영 아나운서는 유튜브 채널 ‘김소영의 띵그리TV’를 통해 자신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임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은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기대감과 두려움, 행복과 불안 등이 혼재돼 있었다. 축복받을 일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듯했다.


실제로 가정 내에서 ‘임신’이라는 사건이 벌어져도 남성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당장 신체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몸의 불편도 경험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여성들이 점차 불러오는 배를 바라보며 경력 단절을 심각히 고민하게 된다.

출처: ⓒ김소영 인스타그램
“결혼과 임신, 출산은 행복이라는 확신에 가득 찬 말들에 비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느껴야 할 부담에 대해서는, 모두가 적당히 모른 척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래도 애는 있어야지,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데, 어차피 남자가 임신할 순 없는데, 여러 가지 말들로 결국 여성의 짐은 모두가 모르쇠 하는 느낌.”

김소영 아나운서는 석 달 동안 아이를 품으면서 경험했던 일들에 대해, 그 속에서 떠올랐던 고민과 느낌들에 대해 차분히 써 내려 갔다. 그는 우리 사회가 결혼과 임신, 출산이 행복이라 확신에 차 말하고 있지만, 정작 여성들의 입장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국가는 출산율이라는 수치로 출산을 권장한다. 그런데 정작 여성들이 짊어져야 할 짐들에 대한 공감은 얼마나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나와 같은 여성들이 얼마나 많을까? 임신을 축복으로 여기지 못하는, 일하는 여성. 임신을 대비해 다가온 기회를 애써 포기하는 여성. 출산, 육아의 최소한을 배려받을 수 있는 직장을 고르느라 다른 것은 따져보지도 못한 여성. 나중에는 자신이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는 사실도 잊은 채, 생활에 치여 먼 훗날 아쉬움과 회한을 남기는 여성.”

이것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쏟아지는 축하 속에서도 김소영 아나운서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이 마냥 행복해할 수 없는 이유다.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에 출연 중인 메이비-윤상현 부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꽤나 이상적이다. 윤상현에게 육아와 가사는 ‘(아내를)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도움이 아니라 분담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가정 내에서 자신의 몫을 해낸다. 그런 남편이 있다 보니 메이비도 세 아이를 연달아 육아하는 힘겨움 속에서도 산후우울증 없이 잘 버텨내고 있는 게 아닐까. 

“여보, 일하고 싶지 않아?”
“잠깐 그럴 때도 있었는데, 지금 온통 관심사가 희성이 태어난 거니까.”
“내가 만일 여자였으면, 몇 년을 육아 때문에 쉬어야 하잖아. 되게 힘들었을 거 같아.”

윤상현은 문득 메이비에게 묻는다. 가수와 DJ로 활약했던 아내가 결혼 후 5년 동안 육아에만 매달리며 살아온 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메이비는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은 셋째 아이에 전념하고 있어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왜 아쉬움이 없을까. 매이비는 4년 동안 매일 밤 8시만 되면 청취자들을 만났던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겼다. 아련히 떠오르는 기억들에 입가에 온전한 미소가 감돌았다.


윤상현은 아내가 진행했던 KBS 2FM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의 마지막 방송 영상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화면 속의 메이비는 정들었던 청취자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윤상현도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윤상현은 자신은 중간중간 드라마도 찍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지만, 아내는 라디오 DJ 제의도 거절한 채 집에서 육아만 해야 했던 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 욕심만 차리고 있는 것 아닌가. 아내도 일이 얼마나 하고 싶을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막 교차하더라고요.”

남성들과 달리, 임신과 육아의 중압감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여성들, 자신이 쌓아 온 커리어를 몽땅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여성들, 다른 일을 제쳐두고 육아에 전념하게끔 강요받는 여성들, 육아에 치여 결국 자신의 삶을 잃고 이름마저 잃고 살아가는 여성들, 인생의 끝자락에서 가보지 못한 자신의 길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은 여성들. 그들에 대한 미안함에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이후의 고민은 거기에서부터 겨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앞일을 모두 예단할 수 없지만, 잘 해보자!”며 마음을 다잡은 김소영과 삼남매의 육아에 온 힘을 쏟고 있을 메이비, 두 엄마를 열렬히 응원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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