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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2차 가해, 고준희에게 해명을 강요하는 사람들

조회수 2019. 4. 4.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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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애꿎은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어째서 우리의 시선은 가해자에 고정되지 않고 자꾸만 다른 이들을 향하고 있는 걸까? “동영상 속 주인공 아닌가요?”, “뉴욕에 간 여배우가 맞나요?” 질문은 폭력적이었고 무례했다. 배우 고준희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불법 동영상을 촬영·유포한 정준영의 범죄가 밝혀지자 사람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준영 동영상’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실시간 검색어’ 창에는 이 키워드가 순위에 걸렸다. 급기야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담긴 ‘지라시(증권가 정보지)’가 펴져 나갔다. 정체불명의 소문은 사실로 둔갑됐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네가 떳떳하다면 아니라고 말해’라 말했고 ‘관련이 없으면 나서서 입장을 밝혀’라고 강요했다. 결국 당사자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야 했다. ‘사실무근입니다’, ‘법적 대응하겠습니다’. 그제야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러나 이름만 바뀔 뿐 같은 레퍼토리가 되풀이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가 됐고 그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아님’을 해명해야 했다. 

고준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가 발화점이었다. <그알>은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2015년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들은 일본 사업가 접대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종훈이 “XXX(여배우) 뉴욕이란다”라고 말하자 승리는 “누나 또 뉴욕갔어?”라고 답했다. 이어 최종훈은 “여튼 배우X들은 쉬는 날은 다 해외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이 끝난 후 누리꾼들은 난데없이 ‘피해자 찾기’에 나섰다. 이것이 포털 사이트에서 ‘정준영 동영상’을 검색하는 행동과 무엇이 다를까. 그들이 지목한 대상은 고준희였다. 그가 승리와 함께 YG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돼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고준희의 인타스그램에는 “뉴욕간 여배우가 맞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2차 가해’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다.  


3월 27일 고준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들에 일일이 “아니에요”라는 답글을 적어 넣어야 했다. 그런데도 의혹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았다. 소문과 억측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그로 인해 고준희는 또 다른 피해를 입었다. 출연 논의 중이던 KBS2 새 월화드라마 <퍼퓸>에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4월 1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장문을 글을 게시했다. 

고준희는 서두에서부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터무니없는 소문들로 인해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팬분들이 상처받는 것을 더는 침묵할 수 없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이었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는 고준희는 소문과 억측이 알파 만파 퍼져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진실과는 다르게 저는 이미 그 사건과 관계된 사람이 되어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준희의 태도는 명료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포함하여 저는 이 소문의 내용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또, 승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동종업계에서 알게 된 사이’, ‘같은 YG 소속사’로서 “친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승리의 사업상 접대 등에 참석하였거나 참석 요청을 받았거나 그런 유사한 관계가 있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했다. 

무엇보다 ‘여배우 찾기’는 이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정준영 사건에서 동영상의 피해자가 누군지를 찾는 게 2차 가해인 것처럼, 고준희를 향한 억측 역시 2차 가해다.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나영석 PD는 스캔들 사건이 일단락된 후 “’나 그런 적 없다'고 증명하기 위해 누구를 고소해야 하는 게 마음이 그렇더라”면서 “그 이야기가 퍼지게 만든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고 생각한다”며 씁쓸해했다.


정준영 동영상을 찾는 이들이 정준영 동조 지나지 않는 것처럼, 승리의 카톡방 속 여배우를 찾는 데 혈안이 된 사람들 역시 그들과 동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이상 무분별한 2차 가해가 없길 바란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대상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여야 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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