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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과학박사' 정재승이 말해주는 요즘 '핫'한 호크니!

조회수 2019. 4. 24.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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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저서를 집필하여 사랑받고 있는 과학자이자, 최근 <알쓸신잡>' 1에 출연해 '따뜻한 감성을 지닌 뇌과학자'라는 별칭을 얻은 정재승 박사가 서울시립미술관에 등장했는데요.

출처: tvN
2019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는데요. 앞선 온라인 예매에서 120명 정원이었던 강연이 무려 7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했다고 해요.

정재승 박사의 '데이비드 호크니, 뇌과학으로 그의 작품을 읽다'를 타이틀로 한 강연. 못 다녀오신 분들을 위해 강연 주제 중 세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호크니의 전매특허 ' 이중초상'으로 본 ' 사랑의 3단계'?
출처: 크리스티 경매 공식 홈페이지

데이비드 호크니에 '현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비싼 경매가를 기록한'이라는 긴 형용사를 내준 작품은 바로 위의 '예술가의 초상 - 수영장에 있는 두 사람'입니다.


이외에도 호크니의 작품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등장하는 작품이 많은데요. 정재승 박사는 이러한 '이중 초상' 작품들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해요. 각자 다른 곳을 응시하며 거리감이 느껴지는 화면 속 두 사람이 딱히 서로 살가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꽤 근사한 부르주아로 보이는 작품 속 사람들의 마음이 왜 풍요로워 보이지 않는 걸까요?

정재승 박사는 이러한 작품들을 보며 사랑의 '옥시토신' 단계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사랑의 3단계 중 마지막 단계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크게 기여하는 '애착'의 시기인데요.


이 호르몬은 보통 오래된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 오래된 부부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고 해요. 즉 사랑의 세 번째 단계에서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같이 무엇을 하기보다는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하는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상태의 관계로 접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선정된 ' 나의 부모님(1977)'은 실제 호크니의 부모님을 그린 대표적인 이중 초상 작품인데요.

작품 속 어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호크니를, 아버지는 관심 있는 책을 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영국인들은 이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살갑지는 않은, 우리 모두의 부모님을 떠올렸던 건 아닐까요?
인간은 부실한 기억력을 타고난다?

호크니는 인간의 기억력에도 큰 관심을 보였는데요. 특히 그는 "본 것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고 술회한 적도 있습니다.


그가 직접 요크셔 지방의 들판을 찾아가 작업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가 사랑한 요크셔'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렸던 자연의 색감은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생생한데요. 그의 머릿속 자연에 대해 엿볼 수 있겠죠?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우리가 즐기고 사랑하는 것은, 사진처럼 정교하게 묘사한 요크셔가 아니라 그의 기억 속 요크셔 풍경입니다. 정재승 박사는 호크니의 말에 격한 공감을 표했습니다.


박사는 "우리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하며 그 기억이 우리의 상상력과 감정적 반응을 크게 자극한다"며 인간의 기억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출처: ArtGallery TV 유투브 갈무리
옛날에 '기억'이 과거를 정확하고 정교하게 머릿속에 저장해두는 능력, 그리고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여겨져왔다면, 이제는 기억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사는 " 기억은 현재 상태에 따라 재해석되고, 미래를 상상하는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환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편집되고 상상의 재료로 활용되는 것"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정재승 박사는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는 으력이 인류의 생존에 훨씬 유리할 텐데도 불완전하게 발전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각각의 기억에 무게를 달리 주고, 재해석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뇌의 독특하고 뛰어난 능력이라는 것이죠.


그냥 '큰 첨벙'이 아니라 '더 큰 첨벙'이 되었던 이유는 호크니에게 물살이 첨벙이던 그날의 기억은 '더' 크게 남아있나 봅니다.

작품이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그 순간!
출처: 크리스티(Christie's)

여러분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눈에 들어오나요?

우리는 해당 작품을 보기 전에 어떤 '프레임'을 설정하느냐, 즉 그 작품 앞뒤로 무엇이 있었느냐에 영향을 받습니다작품을 하나의 독립된 것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문맥을 고려하여 '감정가'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정재승 박사는 이어 재미있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만약 여러분 앞에
천억의 현금 뭉치와
호크니의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었는데요. 이 작품에 붙은 '천억'이라는 타이틀은 정말 작품을 '천억'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걸까요?


정재승 박사는 어느 정보도 주지 않고 그림을 보았을 때와 '작품을 그린 화가의 이름' '작품의 제목' '평론가의 설명' '작가의 설명' '작품의 경매가'로 이어지는 정보를 차례차례 준 후, 뇌 사진을 찍은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정보를 하나씩 줄 때마다 통상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크게 판단하게 된다"로 귀결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아는 만큼 보고, 사랑하게 되고, 미적 가치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가와 비평가의 설명과 함께 작품 감상에 도움을 주는 요소는 '다른 관람객의 평가'입니다. 정재승 박사는 대중 예술뿐 아니라 순수예술의 분야에서도 '주변인의 평'이 전문가의 평만큼이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실을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문화가 영화만큼이나 대중성을 확보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출처: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주관사 (주)시월

정재승 박사는 미술 작품 감상에 있어 이 요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술관도 변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른 관람객들의 평을 전시장 내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나와 함께 작품을 본 사람들의 생각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또 다른 통찰력이나 즐길 거리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정재승 박사는 '미술 전문가'가 아니라 호크니 그림을 본 후 자신의 과학적인 감상을 나누는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박사의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며, 또 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제공했다는 의미죠.


이번 기회를 놓치셔서 아쉬운 분들은 5월 7일 '시인'의 눈으로 살펴본 호크니 작품에 대한 강연,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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