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사람들의 '손'에 감춰진 비밀

조회수 2019. 9. 2. 1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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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더라도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인데요. 그만큼 고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고 친근한 화가죠. 고흐의 삶과 그림 세계를 소재로 출간된 책과 기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예요. 


서양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고흐는 강렬한 인상의 그림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삶으로도 유명해요. 자세한 내용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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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삶, 정신병, 광기, 천재성…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37세의 젊은 나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정신질환과 싸우며 10년 동안 900여 점의 그림을 남겼으나 살아생전에 팔린 그림이라고는 단 1점의 유화뿐이었죠. 


네 살 아래의 동생 테오에게 죽기 직전까지 보낸 편지 660여 통에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작품 세계, 화가로서의 고단한 삶이 잘 드러나 있어요. 


네덜란드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작성된 고흐의 편지는 고흐의 그림 세계와 삶을 연구하는 자서전적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불우한 삶, 정신병, 광기, 천재성은 고흐를 상징하는 키워드에요.

 

고흐는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 그루트 준데르트에서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걸은 부친 테오도루스 반 고흐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고흐가 태어나기 정확히 1년 전 모친 안나 코르넬리아 카르벤투스는 형을 낳았으나 얼마 못 가 사망하는 바람에 고흐는 집안의 장남으로 성장했죠.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탓에 기숙학교를 중퇴한 고흐는 1869년 16세의 나이로 삼촌의 권유를 받아들여 구필화랑 헤이그 지점에서 일하게 됐지만 1876년 해고(해고 당시에는 구필화랑 파리 본점에서 근무)당하면서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 공부에 몰두해요.


운명의 장난일까요? 1878년 암스테르담 신학대학 시험에 낙방한 뒤 벨기에의 광산촌 보리나주에서 전도 활동을 하던 고흐는 동생 테오의 제의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게 돼요. 1880년 고흐의 나이 27세 때죠. 고흐에게 테오는 단순한 형제가 아니었어요.  


테오는 고흐를 화가의 길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평생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은 촉매이자 경제적 후원자 겸 삶의 동반자였답니다. 고흐가 생을 마감하고 수개월 뒤 테오도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 고흐의 곁에 묻혔어요. 

독학 습작 대상인 밀레 작품과 판이

고흐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데요. 본인 스스로 전통적인 미술 아카데미 교육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미술 입문 초기에 그는 테오의 소개로 만난 라파르트라는 젊은 화가와 외가의 인척으로 현역 화가였던 안톤 모우베와 교류하며 그림의 원리를 익혔답니다. 


고흐는 ‘빛의 화가’로 유명한 렘브란트와 프란스 할스 두 네덜란드 선배 화가의 그림을 분석하며 독학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해나가기 시작했어요. ‘감자 먹는 사람들’은 고흐가 벨기에 브뤼셀의 북동쪽 브라반트의 누에넨 마을에 체류할 때 그린 작품이죠. 


1885년까지 헤이그와 에텐, 누에넨을 오가며 작업에 몰두한 고흐는 노동자와 농부, 노인 등 가난과 남루한 환경에 놓여 소외된, 그러나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거칠고 투박한 형태와 강렬한 선으로 표현해냈어요.  


이 시기의 고흐 작품은 전체적인 색조가 두드러지게 어두운데, 파리와 아를, 생레미, 오베르 시절의 그림들과는 깜짝 놀랄 정도로 판이해요. ‘감자 먹는 사람들’은 이 같은 고흐의 초기 작품, 이른바 네덜란드 시기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죠.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82×114cm, 캔버스에 유화, 1885,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 소장│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이 작품은 세로 82cm, 가로 114cm 크기로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그림이에요. 제작 연도는 188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이죠.


고흐 스스로 밝혔듯이 ‘감자 먹는 사람들’은 땅을 일구느라 거칠어진 손마디를 통해 비록 가난하지만 정직한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는 농민들의 삶을 전달하고자 제작됐는데요. 


고흐가 습작 대상으로 삼기도 한 밀레의 ‘만종’ ‘이삭줍기’에 나오는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경건하고 부드럽고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농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에요.그림 속 인물들을 보시죠.


휑한 눈과 툭 튀어나온 광대뼈, 과장되게 표현된 코, 뼈가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거친 손마디는 밀레의 그림 속 농부들과는 확연히 구분돼요. 고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어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손,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하려 한 것이 나의 목표였다. 손으로 일군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임을 암시하는 것이지.”(가셰 박사의 초상, 신시아 살츠만 지음, 강주헌 옮김, 예담, 2002, 42쪽 참조) 

  ⓒ 박인권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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