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광고로 내보냈다고? "중국인 양심 어디?"

조회수 2019. 8. 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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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알리바바가 만든 오픈마켓 플랫폼 타오바오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거래가 등장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타오바오 플랫폼에서 '광고 의뢰 상품'을 구입하면 됐다. 그러면 약 10일 이내에 맞춤 제작된 광고 영상이 구매자에게 전송됐다. 물론 이 동영상은 타오바오가 아닌 외주업체가 만든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결코 평범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었다. 동영상 속 주인공은 어눌한 중국말로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었다. 중국인 사업가들은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영상을 찍어 타오바오의 고객들에게 판매하며 돈을 벌었다. 20-30초짜리 영상은 150위안(2만 5000원)에서 220위안(3만 7000원) 정도 가격에 판매됐다.

중국에서 태어난 이상한 마케팅 수단

영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잠비아에 살고 있는 5-10살 아이들이다. 이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칠판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말이나 개인적인 메시지가 적혀있다. 예를 들어 "OO 회사의 카메라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혹은 "내 사랑, 나는 너 없이 못 살아. 제발 돌아와 줘"같은 문구가 중국어로 쓰여있다. 영상이 시작되면 중국인 카메라맨이 큰 소리로 칠판에 써져있는 글자를 먼저 읽는다. 아이들은 들리는 대로 중국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프로포즈용으로 촬영된 비디오일 경우, 손키스를 날리며 귀여운 춤을 추기도 한다. 외국 아이들, 특히 흑인 어린이들이 중국어를 하는 모습은 꽤나 신기하지만 동시에 묘한 느낌을 준다.



왜 중국에서 이런 특이한 광고 사업이 등장하게 된 걸까? 타오바오를 이용하는 중국의 한 사업가 뤼 샤오Rui Xiao는 온라인 잡지 <SIXTH TONE>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현상은 '이국적인 것'에 대한 중국인의 강박관념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뤼 샤오에 따르면 실제로 외국을 가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을 본 적조차 없는 중국인들이 상당히 많다. 부도덕한 영상 제작으로 돈을 모으려고 했던 사업가들은 광고에 출현한 아프리카 꼬마들이 중국인들의 관심을 유발할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출처: 타오바오
지금은 삭제됐지만 2017년 당시 타오바오에서 이 같은 광고 영상이 판매됐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러한 전략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며 어린이들의 가난을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중국 <글로벌 타임스>는 "차라리 아이들에게 직접 구호 물품을 보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적인 목적을 취하고 돈을 지불하는 형태는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인들은 이러한 광고 영상을 이용해 제품을 홍보하는 회사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사실 가장 심각한 것은 윤리적인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광고에 참여한 아이들이 겪을 정서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아이들이 의미도 모른 채 무작정 따라 하는 중국 말이 항상 건전한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수한 눈빛으로 중국 욕을 따라 하거나 선정적인 서비스를 광고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진정성 없는 광고 사업, 결국 쫓겨나다

출처: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홈페이지

이러한 영상을 제작했던 한 중국 업체는 <베이징 유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 비디오당 220위안을 받으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작 30위안에 불과하다"며 "수익의 대부분이 출연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일종의 자선활동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의 증언은 달랐다. 실제 잠비아 슬럼가에서 영상을 촬영해본 적이 있는 중국인에 따르면, 광고에 출연한 아이들은 겨우 과자 몇 개와 문구류를 보상으로 받는다고 한다.


논란이 거세지고 얼마 되지 않아 타오바오는 결국 해당 판매 업체들을 자사 플랫폼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타오바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는 "해당 상인들의 영업을 중지시켰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이러한 영상 대부분은 중국 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국내 최고', '최상의 품질과 서비스'같이 아이들이 외치는 말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타오바오 측은 법을 위반하는 어떤 광고든지 앞으로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논란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좋은 뜻'에서 기획됐다는 광고 제작자들의 주장에 ‘진정성(authenticity)’이 없어서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 대학원 글렌 캐럴 교수는 "현대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에 맞는 상품을 선호하는 '가치 소비'의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소비자의 가치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캐럴 교수에 따르면 진정성이란 인위적이지 않으며, 일관된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적∙도덕적 이슈에 깨어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광고는 진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값싼 상술에 불과했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써 본적도 없는 아이들이 뜻도 모를 중국어를 말하는 장면은 소비자들의 눈에 인위적인 가식으로 비쳤을 뿐이다. 설령 선의를 가지고 행한 일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를 진정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진정성이 없다면 어떤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인터비즈 박성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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