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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왜 낳아야 할까요?", 멘티가 멘토에게 묻다

조회수 2019. 8. 30. 17: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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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멘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육아의 투자가치
취업도 결혼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시대에 왜 아이까지 낳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멘티가 멘토에게 물었습니다. 멘티의 진심 어린 조언 함께 살펴볼까요?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나밖에 모르면서 결혼해 아이 낳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결혼 전 내 모습은 부끄러워요. 공부를 좀 하는 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공부 좀 한다는 것에 장남이란 이유로 난 모든 것에서 제외됐죠.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내게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어요.

당연히 이부자리 한번 갠 적 없고, 밥 먹은 그릇 한번 개수대에 둔 적 없는데요. 어릴 때는 청소나 잔심부름 정도는 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그마저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내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죠. 


공부만 잘하면 모든 의무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착각하며 살았어요. 제 딴에는 잘났다고 폼 잡고 다녔지만 사실 나밖에 모르는 철부지였던 사람이죠. 그런 무자격 상태로 결혼했고 처가에서 1년을 지내다 유학을 갔는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였어요. 


가뜩이나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든데 아이까지 생긴 것이죠. 참 사는 게 만만치 않았답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고 돈도 없는 상황에서 공부를 해야 했어요. 어린 아내는 돈을 벌겠다고 가게에 나가 일하고, 시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내가 많은 시간 육아를 했어요. 


보통 사람에게도 육아는 힘든 일인데 평생 아무 일도 안 하고 살아온 내게 육아는 죽음이었죠. 그저 먹이고,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고, 칭얼거리는 애 재우고, 놀아주는 일인데 내겐 너무 힘들었어요. 

게다가 큰아이는 까탈스러워 잠도 잘 못 자고 자주 깼고 깨면 안아달라고 보챘어요. 잠시도 내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 하는 껌딱지 같은 존재였죠. 정말 답답하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또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애한테 뭐라고 얘기할 수 없어 갑갑했답니다.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아이 키우면서 알게 되었어요.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위대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죠. 인간은 신 앞에서만 겸손해지는 게 아닌데요. 난 아이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했어요.

 

결혼한 지 35년이 넘었는데요.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요. 가장 잘한 일은 스위트 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에요. 내겐 그게 가장 잘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죠. 가끔 혼자 이런 생각을 해봐요.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결혼은 해도 자식을 낳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결혼하고 애를 낳았어도 그들과 사이가 나빠 소 닭 쳐다보듯 했다면 어땠을까? 혼자 벌어서 혼자 쓰면 부자가 되었을까? 잔소리하는 사람, 책임질 가족이 없어 자유로웠을까? 그래서 난 행복했을까?' 


전혀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아내가 없을 때 내 행동으로 미루어보면 난 틀림없이 게으르고 더럽고 추한 독거노인이 되었을 것이죠. 생전 청소도 안 하고, 라면만 끓여 먹고, 운동도 안 해 살이 뒤룩뒤룩 찐 욕심 사나운 아저씨가 되었을 것이에요. 


난 가족 덕분에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아내의 잔소리와 자식들 눈치가 나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하죠. 내 평생 가장 잘한 일은 좋은 여자와 결혼하고 예쁜 딸 둘을 낳아 잘 키운 것이에요. 그 딸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또 자기 자식을 낳은 것이랍니다.

아이가 부모를 키우는 스승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든 일이에요. 경제적으론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일이죠. 요즘 결혼하지 않고, 결혼해도 애를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인 이유인데 과연 그게 진실일까요? 육아에는 투자가치가 없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은데요. 


엄청난 투자가치가 있어요. 경제적으론 손해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른 가치가 크죠. 자식을 키우는 재미와 보람을 자식이 없는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인데요. 자식의 자식인 손자를 안고 노는 즐거움을 없는 사람들은 헤아리기 어렵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가 팔을 벌리고 안아달라 하고, 침으로 가득한 입으로 내 볼에 입 맞출 때의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답니다. 최근 내가 존경하는 홍익희 선생의 페이스북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보고 격하게 공감했어요.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데요. 


“육아는 고비용 고수익 활동이다. 아이는 경제적 가치는 없지만 정서적으로 무한한 가치를 지닌 존재다. 육아는 힘겨워도 부모는 아이 덕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초월적 경험을 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를 겪으면서 비로소 부모가 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다." 


"아이가 부모를 키우는 것이다.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아이를 부모의 종속물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 아이 옆에서 늘 아이와 눈을 맞춘다. 이들은 하나님이 자녀를 13세 성인식 때까지 부모에게 맡겼다고 생각한다. 성인식 때 하나님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여긴다."


"성인식을 치르고 나면 비로소 자녀 교육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그 뒤 인생에 대한 책임은 본인과 하나님에게 있다고 여긴다. 아이를 인격체로 보느냐, 부모의 종속물로 보느냐는 중요한 차이다.” 맞는 말인데요.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고, 아이가 우리를 키우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랍니다. 

ⓒ 한근태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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