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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아닌 '동백꽃 용식이'를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

조회수 2019. 11. 11. 1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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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매력을 자랑한다.
“저는 남녀관계가 충동적이기 때문에 인류가 번영을 했다고 생각을 해요. 길게 재고 따지고 어유, 모양이나 쫌 시럽지 결국은 머리를 쓴 놈이나 안 쓴 놈이나 이 업어치나 매치나라고 봅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강하늘)은 직선이다. 에둘러가는 법이 없다. 그에게는 오로지 정면 승부뿐이다. 철없던 시절의 쌈박질도 그러했고, 동백(공효진)을 향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용식은 동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머리를 굴리거나 작전을 쓰지 않는다. 용식은 “제가 머리 쓰고 작전을 짰다면요, 옹산에서 제일 치명적인 여자가 저한테 넘어왔을까요”라고 말하는 남자다.


용식은 무모할 정도로 순수하다. 투명한 얼굴로 “저 은근히 비상한 놈입니다. 비상한 김에요, 오늘 밤에 저희 집에 좀 오실 수 있으세요?”라며 동백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자칫 부담스러운 캐릭터일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용식에게는 정감이 간다. “그 놈의 썸 다 때려치워요. 우리 그만 결혼해요. 걱정돼 못살겠어요. 동백 씨가 너무 귀여워 죽을 때까지 내 곁에 두고 싶어요.” 역시 직진이다.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용식의 ‘직진’이 딱히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용식이 (이성 간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을 지켰기 때문이겠지만, 강하늘의 섬세한 연기력도 큰 몫을 했다. 강하늘은 순박하고 우직한 용식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고, 거기에 특유의 순수한 미소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깊은 감정 연기와 ‘눈알 연기’ 등 다채로운 표정 연기는 덤이었다.

어쩌면 핵심은 사투리였는지도 모르겠다. <동백꽃 필 무렵>은 옹산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옹산 사람들은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옹벤져스’의 탁월한 사투리 연기를 보라!) 서울에서 온 동백과 달리 옹산 토박이인 용식은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해야 했다. 만약 사투리가 어설프게 되면 임상춘 작가 특유의 구수함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투리 연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입에 익지 않은 사투리 연기로 몰입을 방해한 배우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어설픈 사투리 연기로 몰입이 떨어지면 드라마는 손쓸 도리 없는 지경에 내몰리게 된다. 더구나 전작인 KBS2 <백희가 돌아왔다>, MBC <쌈, 마이웨이>에서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임상춘 작가였던 만큼 용식은 중요한 캐릭터였다. 


강하늘은 임상춘표 사투리, 그 정감 있는 언어의 말맛을 살려냈다. 강하늘은 용식의 촌스러움을 구수함으로 바꿔 버렸고, 그 매력은 살인적이라 할 만큼 치명적이었다. 강하늘이 아닌 황용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강하늘의 진가는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공효진과의 멜로 연기뿐만 아니라 엄마 곽덕순 역의 고두심과의 모자 케미도 압권이었다. 또, ‘옹벤져스’를 비롯해 마을 주인들과는 구수한 입담을 나누며 극의 재미를 더했고, 노규태 역의 오정태와는 살벌한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까불이를 좇을 때는 경찰의 날카로움까지 보여주며 다양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강하늘의 뜨거운 활약 덕분에 <동백꽃 필 무렵>은 ‘약체’라는 초반의 평가를 뛰어넘고 명실상부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등극했다. 1회 시청률 6.3%로 출발한 시청률은 최고 18.4%까지 올라갔다. 동시간대 경쟁작품인 SBS <시크릿 뷰티>, tvN <청일전자 미쓰리>를 압도했다. 곧 종영을 앞두고 있는 <동백꽃 필 무렵>은 20%대 시청률 돌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군복무 이후 복귀작으로 <동백꽃 필 무렵>을 선택했던 강하늘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입대 전 출연했던 SBS <보보경심-려>에서의 아쉬움도 훌훌 털어냈다. 영화 <동주> 등에서 보여줬던 진지한 연기뿐만 아니라 코믹스러운 연기까지 장착한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앞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얼마나 다양하고 두텁게 쌓아나갈지 기대가 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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