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 아니에요' SBS 개그맨도 뛰어든 4조 유망 시장

조회수 2020. 9. 24. 11: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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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배운 타로카드서 '대박'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정회도 타카소 대표
타로는 점치는 것보다 심리 상담 비즈니스
한국 점술시장 4조원 규모 영화산업의 2배
유튜브서 타로점 보며 국내외 시장 공략 꿈

"타로 카드는 단순히 점만 봐주는 점술 도구가 아니에요. 심리상담 비즈니스에서 쓸 수 있는 좋은 창업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문화인만큼 이를 소재로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면 전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어요. 저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타로 카드를 가지고 다양한 유튜브 영상, 명상 프로그램 등을 만들고 싶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정회도씨.

정회도(35) 타카소 대표는 78장으로 구성된 타로 카드들을 이용해 다가오는 미래를 상담해주는 타로 상담가다. 진로, 연애, 학업 등 서로 다른 고민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과 마음의 위로를 얻고자 정씨를 찾는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정씨를 찾아 1대 1 상담을 받은 손님은 1만5000여명. 정씨는 ‘무한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 유재석, 방송인 탁재훈, 가수 청하씨 등을 상대로 타로 상담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미래를 점쳐온 그에게 타로 카드는 좋은 상담 도구일뿐 아니라 전도유망한 창업 아이템이다. 그는 점점 성장해가는 국내 점술시장 규모와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자료 조사를 보면 타로, 사주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 점술 시장규모는 약 4조원에 이른다. 한국 전체 영화산업(2018년 기준 2조3764억원) 규모의 약 두배에 이르는 수치다. 타로 카드는 현재까지 서양 문화권에서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때문에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모두를 공략할 수 있는 좋은 창업 소재라는 것이다.

출처: '타로마스터 정회도' 유튜브 캡처
과거 정씨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인들의 타로 점을 봐줬다. 정씨는 가수 청하씨가 걸그룹 i.o.i로 활동했을 당시 그가 가까운 미래에 솔로 가수로 활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군대서 화장실 불 켜놓고 공부한 ‘타로 마스터’

취미로 배운 타로카드서 ‘대박’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15년 전만 해도 정씨에게 타로 카드는 그저 하나의 취미 생활이었다. 군 복무 시절 타로 카드를 처음 접했다. 정씨는 후임이 휴식 시간에 군대 동기들에게 타로 카드로 상담해주는 것을 봤다. 당시 동료들은 군대 생활관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곧이어 고심하고 또 고심해 카드를 뽑았고 타로점을 통해 해결 방법까지 들을 수 있었다.


“군대 생활이 많이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제 고민을 속 터놓고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당시 후임이 타로 카드로 동료들을 상담하는 것을 봤어요. 타로가 상담에 쓰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죠. 그래서 후임한테 부탁해 타로 카드 자료집을 빌렸어요. 40쪽 가량 되는 A4 종이 자료집이었는데 군대에서 새벽에 화장실 불을 몰래 켜놓고 공부할 정도로 타로 카드에 푹 빠졌습니다. 타로의 원리, 카드별 해석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힘든 현실을 조금은 잊었던 것 같아요.”  

출처: 본인 제공
타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정회도씨.

군 전역 후 직업을 선택해야 했던 그는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혔다. 카드를 매만지는 것이 가장 재밌었지만 타로 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경제적인 불안정성 때문에 타로 상담을 직업으로 삼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한테 타로 카드를 이용해서 일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이들은 타로가 장난 삼아 보는 놀잇감에 불과하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도 타로 상담가는 정식 직업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친구들한테 타로 카드가 좋고 이걸로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하나같이 절 뜯어 말렸어요. ‘그거 미신 아니냐’, ‘눈치껏 때려 맞추는 놀이일 뿐인데 그걸로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냐’는 말도 들었죠.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까 타로 전문가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어요. 그래서 취미 생활로만 이어 나갔습니다.”


◇SBS 공채 개그맨, 학원 강사로 일하기도


대신 정씨는 차선책을 택했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도 타로 카드를 계속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한 타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카페에 있던 타로 상담가로부터 상담 기법을 전수받았다. 카페를 방문했던 손님들한테 타로 카드로 고민 상담을 해주며 진로, 취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처럼 손님과 상담을 진행하던 중 하루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새로운 영역은 ‘개그 무대’였다.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한 손님은 타로점을 보러 와 S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손님은 정씨한테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 설명하며 평소 농담을 잘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었던 정씨한테도 시험을 쳐보라고 권유했다.


개그맨이 되어 무대에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던 정씨는 경험 삼아 SBS 공채 개그맨에 지원해 합격했다. 약 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개그맨이 된 이후 대학로에 위치한 한 개그 극장에 섰다. 무대 위에서 개그 공연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웃겼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는 자신이 개그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재능과 열정이 뛰어난 동기와 선배들을 보면서 한계를 느꼈고 개그맨으로서 자신감도 잃었다.

출처: 본인 제공
학원 원장으로 일할 당시 정씨 모습.

정씨는 다른 길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개그맨 일을 그만 뒀다. 대신 친구와 중고등학생 보습학원을 창업하여 2010년부터 약 3년 동안 원장으로 학원을 운영했다. 이마저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취미였던 타로 카드를 생업으로 발전시켜보자고 결론 내렸다.


“개그맨 일을 하고 학원을 운영하는 와중에도 저한테 타로 카드로 상담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었어요. 당시 제 본업이 따로 있었지만 타로로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일이 가장 재밌었습니다. 이후 타로 카드가 제 운명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타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정씨는 개그맨, 학원 원장 일을 다 거친 뒤 타로 점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과거 프렌차이즈 카페서 손님들의 타로 카드를 봐주는 정씨의 모습.

이후 그는 명동에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 한 켠에 자리를 마련해 타로 점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호기심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찾아왔던 손님들이 점차 명함을 받아가고 개인으로 예약했다. 이런 식으로 타로 상담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타로 상담소를 따로 차렸다. 이곳에서 정씨는 출산 관련 미래 예측이 맞았다며 아기를 데리고 상담소에 찾는 손님, 타로가 재밌다며 직접 가르쳐달라고 찾아오는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했다.


◇ 이젠 유튜브 통해 타로점 봐...글로벌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싶어


약 11년째 타로 카드를 이용해 일하고 있는 정씨는 이를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많은 사람들이 타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카드를 다양한 매체의 소재로 활용한다. 실제로 그는 타로 카드를 그림으로 새로 디자인해서 이를 색칠할 수 있는 컬러링 북을 출간했다. 경영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현재 숭실대학교 교양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데 경영학 수업에서 타로 카드로 창업한 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지난 5월엔 ‘타로 마스터 정회도’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손님들과 얼굴을 마주한 채로 개인 타로 상담을 했던 그가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미래를 봐준다. 구독자 수는 약 6만명으로 오프라인 상담에서 많이 나왔던 질문들, 구독자들이 댓글에서 추천하는 주제 등을 토대로 영상 소재를 정한다. ‘운의 변하는 징조’,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 등에 대한 영상들을 찍어 올리고 있다.

출처: '타로마스터 정회도' 유튜브 캡처
최근 정씨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타로 카드 상담 영상을 찍어 올린다.

“저는 연애 뿐 아니라 지혜롭고 요령 있게 사는 법에 대한 타로 카드 영상을 만들려고 해요. 해석은 담백하고 간단하게 핵심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제 채널 구독자 비율을 보면 35세 이상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55세 이상도 12%로 연령대가 높은 편이에요. 찍어올리는 영상 소재가 폭넓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네요.”


정씨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최종 목표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타로 카드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그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과 타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본인 모습을 꿈 꾼다.


“요즘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영어로 타로 콘텐츠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조회수와 댓글로 검증된 타로 영상들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제가 영어를 아직 유창하게 못한다는 점입니다. 영어를 공부해서 타로 카드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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