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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의 해결책은 이미 100년 전에 나왔다

조회수 2019. 11. 26. 15: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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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 단위 헤르츠(Hz), 힘의 단위 뉴턴(N), 압력의 단위 파스칼(Pa), 일의 단위 줄(J), 일률의 단위 와트(W)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관련 분야에서 결정적인 공을 세운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단위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전압의 단위 볼트(V)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의 이름을 땄죠.


볼타는 전지(배터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거든요. 요즘 우리는 단 하루도 배터리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휴대폰만 생각해도 그렇잖아요. 그러니 그에게 이 정도의 영예를 안겨줘도 될 것 같습니다. 볼타가 발견한 흥미로운 과학의 비밀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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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해법, 100년 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바닷속 깊은 곳에 있는 메탄│ 한겨레



볼타처럼 훌륭한 과학자는 뛰어난 공적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1776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산이 조선 제22대 왕위에 올라 정조대왕이 되고 미국 정치인 토머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을 작성하던 해죠. 


볼타는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가로지르는 마조레(Maggiore) 호수를 여행하고 있었어요. 호수 부근의 진흙탕에서 기체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을 봤죠. 수많은 사람이 그 모습을 이전부터 봐왔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물리학자인 볼타는 지나칠 수 없었어요. 이게 과학자의 기본자세죠. 


기체를 조금 채집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실험을 했어요. 과학자들은 실험에서 얻은 결과를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자랑하고 싶어 하죠. 


11월 21일 그는 친구인 카를로 캄피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습지에서 올라오는 기체보다 불에 잘 타는 기체는 없는 것 같네”라고 말이에요.

볼타의 우연한 발견

볼타가 발견한 기체는 메탄(CH4)이에요. 술의 원료가 되는 에탄올(C2H5OH)이나 삼겹살 구워 먹을 때 쓰는 가스통에 들어 있는 프로판(C3H8)과 부탄(C4H10)에 비하면 작고 가벼운 분자죠. 


대부분의 기체처럼 냄새와 색깔이 없어요. 볼타는 말라 죽어가는 식물과 메탄 사이의 관계를 파고 들었어요. 하지만 메탄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오리무중이었죠. 


사실 그때는 그 기체가 메탄인지도 몰랐어요. 90년이 지난 1866년에야 독일의 화학자 호프만이 메탄올에서 이름을 따서 메탄이라고 불렀죠.

볼타가 메탄을 발견한 지 100년이 지난 다음에야 과학자들은 메탄 기체가 미생물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식물이나 동물이 공기가 없는 곳에서 썩을 때 미생물들이 동식물의 몸에서 메탄을 만들어내요. 생명에서 발생한 가스라고 해서 바이오가스라고 하네요.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도시가스에도 88%나 들어 있지요. 연소되면 깨끗하게 이산화탄소와 물만 남아요. 청정에너지원이죠.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대기 중에 섞인 메탄 분자는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34배나 강력한 온난화 작용을 일으켜요. 


바다에서 죽은 생물이 부패해서 메탄이 생긴다든지, 메탄하이드레이트 형태로 바닷속에 갇혀 있던 메탄 그리고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툰드라 토양에 갇혀 있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과 농축산 과정에서 생긴 유기성 폐기물에서 방출되는 메탄은 막아야 해요.

과학자들은 ‘혐기성 소화조’라고 하는 밀봉된 탱크로 부패를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했어요. 혐기성(嫌氣性)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옮기면 ‘공기를 싫어한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산소가 없다’는 말이에요. 


반대로 ‘산소가 있는’ 상태라면 ‘공기를 좋아하는’이라는 뜻으로 ‘호기성(好氣性)’이라고 표현해요. 또 소화조는 ‘소화를 시키는 통’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소화는 불을 끄는 소화(消火)가 아니라 영양분을 분해하는 소화(消化)예요. 


그러니까 혐기성 소화조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물을 분해하는 통이라는 뜻이죠.

뜻은 알겠지만 그래도 입에 잘 달라붙지 않아요. 그래서 혐기성 소화조라는 말 대신 쉽게 ‘메탄 소화조’라고도 해요. 메탄 소화조는 볼타가 메탄을 발견한 마조레 호숫가의 자연적 환경을 활용한 거예요. 


구조는 간단해요. 공기가 공급되지 않는 통에 유기물(동물과 식물) 쓰레기를 넣어요. 유기물 쓰레기는 메탄 소화조에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메탄과 소화 슬러지(sludge)로 분리되는데, 메탄은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슬러지는 영양분이 풍부한 비료가 돼요. 


유기물 쓰레기가 끊임없이 공급되고 미생물 상태가 잘 유지되면 메탄 소화 과정은 계속 진행된답니다.

사람들의 지혜는 참으로 역사가 깊어요. 1,000년 전 아시리아에서는 바이오가스로 목욕물을 데웠어요. 이탈리아 탐험가 마르코 폴로는 중국에 머물 때 뚜껑 덮은 하수 탱크에서 나오는 기체로 조리하는 모습을 목격했죠.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하수 가스로 램프를 밝혔어요. 결국 메탄 소화조였던 셈이에요. 그런데 인류는 이 지혜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어요. 화석연료가 너무나 풍부했기 때문이죠. 귀찮게 바이오가스를 쓰느니 그냥 화석연료를 구입해 사용하는 게 편했어요.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메탄 소화조’의 지혜

△메탄에 불을 붙이면 ‘메탄 얼음’의 메탄 성분이 연소된다.│한겨레



우리가 21세기에 다시 ‘메탄 소화조’를 만드는 이유는 메탄을 공기 중으로 보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메탄가스를 내보내지 않으려니 자연히 태워야 하고 태우다 보면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거죠. 또 쓰레기 매립지를 절약하고 쓰레기 유출물로 인한 물의 오염도 줄어들어요. 냄새와 병원균을 없애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저소득국가에 5,750만 개의 소형 메탄 소화조를 설치해 조리용 난로를 대체하자고 말해요. 또 대형 메탄 소화조로 70기가와트의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죠. 


여기에는 2170억 달러가 들어갈 거예요. 하지만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해 10.3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할 수 있죠.

10.3기가톤이 어느 정도일까요? 올림픽 규격 수영장 40만 개를 물로 가득 채우면 1기가톤입니다. 10.3기가톤이면 물로 수영장 400만 개를 채우고도 남을 무게죠. 


2018년 전 세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이 33기가톤이었어요. 음식물 등 유기물 쓰레기만 잘 처리해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는 셈이죠. 이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100년 전부터 기후 위기의 원인과 해결법을 알고 있었어요. 단지 실천의 문제였죠.

ⓒ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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