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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꼭 가봐야 할 이탈리안 레스토랑 BEST 3

조회수 2019. 12. 3. 13: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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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데이트를 더 특별하게~♡

이탈리아에서 처음 먹은 파스타는 볼로네제 파스타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이 있는 그 볼로냐에서 유래한 볼로네제 파스타는 흔히 ‘미트소스’라고도 불린다. 만드는 방법을 요약하면 고기와 양파, 당근 등을 볶고 토마토를 넣어 푹 우려낸다고 보면 된다.

볼로네제 파스타는 몇백만에 달했던 미국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토마토, 치즈, 고기의 조합은 감칠맛을 폭발적으로 끌어냈다. 여기에 파스타를 버무리면 동양이든 서양이든 어디서나 친숙한 ‘면 요리’가 된다. 미국에 널리 퍼진 볼로네제 파스타는 해방과 6.25를 거친 한국에도 미군 부대를 통해 상륙했다. 풍요로운 미국에서 소스와 고기는 흥건해졌고 한국에 와서는 파스타를 국수처럼 푹 익혀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볼로네제 파스타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소스에 감칠맛이 엄청나게 나지도 않았고, 고기의 질도 좋지 않았다. 허브도 살짝, 소스도 살짝, 파스타를 비빌 정도로만 나왔다. 다른 파스타들도 마찬가지였다. 인당 한 접시씩 먹는 파스타의 양은 밥 세 공기 정도 되는데 소스는 간장 종지 정도 되는 분량이었다. 파스타 면은 뻑뻑하고 간은 강하며 양도 많아 도저히 완식할 수 없을 때도 잦았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눈을 감으면 그때 먹던 파스타들이 떠오른다. 소스가 흥건하지도, ‘건더기’가 많지도 않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그들이 먹는 파스타에 있었다. 재료의 간결함, 배를 부르게 하는 푸짐함, 격 없이 풍성한 식탁을 한가득 차려놓고 가족들이, 연인들이 세련되게 차려입고 맞이하는 저녁의 한가한 날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정, 오랫동안 가난했기에 더욱 소중했던 식사, 그 시절 배고픔을 상징하는 산더미 같은 파스타, 언제나 사랑을 노래했던 열정적인 민족.

이것이 이탈리아 본토의 맛, 청담동 Terra13

청담동 Terra13은 이탈리아 요리사 ‘소르티노’의 레스토랑이다. 그의 음식을 관통하는 철학은 현지의 재료를 사용하며 절대적으로 확실한 ‘간’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Terra13 메뉴판에는 지리산 흑돼지 같은 익숙한 이름이 산재한다.

음식 맛을 보면 쨍하게 떨어지는 소금간이 중심에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소금의 역할보다는 단맛, 감칠맛, 매운맛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국물 요리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탈리아는 대신 소금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비교적 적은 양의 소스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단위 중량 당 염도도 높다. 그러나 국물을 마셔대는 한국 일본에 비해서 절대적인 염분 섭취량은 낮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국 사람이 이탈리아 본토 파스타를 먹으면 ‘짜다’는 반응이 십중팔구다.

Terra13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식전빵과 전채요리, 파스타
Terra13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식전빵과 전채요리, 파스타

그래서 한국 이탈리아 음식점은 소금간을 낮추는 것이 하나의 필승전략이 되었다. 슴슴한 이탈리아 요리라는 말은 달지 않은 디저트와 동격임에도 그렇다. Terra13은 이런 면에서 완고하다. 식전빵에는 입자가 큰 소금과 올리브유가 발라져 있다. 오븐에서 살짝 구운 빵을 한 입 먹으면 달달한 뒷맛이 느껴지는 소금 맛이 크게 다가온다. 덩달아 와인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게 된다. 모든 메뉴가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이 집에서는 특히 전채와 파스타류를 섭렵해보는 것이 좋다.


대표 메뉴인 ‘블랙 트러플 페스토 파케리’는 일종의 크림 파스타다. 크림을 쓴다는 면에서 완벽한 정통 이탈리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부대찌개를 한식으로 봐야 하냐는 논쟁처럼 음식이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이 파스타를 먹으면 허브 타임(thyme)을 우려낸 진득한 크림과 트러플의 오묘한 향기, 그 모두를 아우르는 소금간에 입맛이 쭉 돋는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와인잔을 비우게 되고 빈 접시는 늘어만 간다.

맛도 멋도 더 깔끔하게,
상수동 브렛피자

상수동의 ‘브렛피자’는 상호처럼 피자가 주다. 이탈리아에 온 듯한 Terra13과 달리 (어둑하고 소품이 많다는 뜻이다) 브렛피자는 주인의 성향처럼 단순하고 정갈하다. 말끔히 정돈된 실내처럼 음식 역시 잡티 하나 없이 균형을 이룬다. 보통 나폴리 피자는 500도 가까이 되는 고온의 오븐에서 2분 안팎으로 빠르게 익힌다. 브렛피자는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 굽는 시간을 오래 가져간다. 빵처럼 구운 맛과 단단하고 바삭한 식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볼 수 있을법한 브렛피자의 화덕

이탈리아 삼색 국기를 본따 만들었다는 마르게리타 피자는 주인장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음식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먹었던 마르게리타 피자는 분명 흠잡을 곳 없었지만 채 날아가지 않은 수분 때문에 피자 도우 밑이 흐느적거렸다. 나폴리 피자집 대부분이 그렇다. 브렛피자에서 먹은 마르게리타 피자는 수분이 고르게 날아가 질척거리지 않았다. 대신 빵을 구웠을 때 나오는 고소한 향, 조밀한 질감, 산미가 확실히 살아있는 토마토, 촉촉한 모짜렐라 치즈가 하나로 뒤엉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맛을 냈다.

브렛피자의 대표 메뉴 마르게리타 피자
브렛피자의 가을 한정 메뉴 무화과 피자

가을 한정으로 내놓는 무화과 피자 역시 이 집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메뉴 중 하나다. 무화과에 설탕을 뿌리고 토치로 그을려 단맛을 최대한으로 뽑아낸 다음 스페인 산 하몽을 올리고 구워낸 이 피자는 단맛과 짠맛, 도우의 구수한 향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즉흥적이기보다는 철저히 조율되고 계산된 맛이다.

이탈리아를 그대로, 이태원 일키아소

만약 이탈리아 본토의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 모두를 원한다면 이태원 ‘일키아소’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Terra13처럼 이탈리안 요리사가 주방에 서 있는 이곳은 주문도, 요리도 모두 이탈리아어로 한다. 낮은 천장, 가득한 소품, 아늑한 조명, 친절한 종업원, 이 모두가 이탈리아에서 목도한 것들이다.

일키아소의 프로슈토 햄과 파스타

주문을 구령처럼 여겨 그때그때 잘라내는 프로슈토 햄은 오래된 불쾌한 냄새 없이 갓 딴 와인처럼 상큼한 향기가 난다. 정확한 몸놀림으로 볶아낸 파스타는 소스와 면이 하나가 된 것처럼 찰싹 붙어 있다. 그 ‘하나’를 입에 넣으면 마치 애정 어린 연인의 스킨십처럼 농밀한 감각이 온몸에 퍼진다.

치즈의 풍미가 살아있는 파르미자노 리소토

이 집에서 꼭 시켜야 하는 메뉴는 ‘파르미자노 리소토’다. 트럭 뒷바퀴만 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를 절반으로 자른 뒤 뜨겁게 익혀낸 리소토를 올린 뒤 손님 앞에서 비벼낸다. 감칠맛이 실타래처럼 엉킨 치즈 범벅이 된 리소토를 접시에 올린 다음에는 그 접시 밑을 툭툭 쳐 평평하게 만든다. 그러면 리소토가 조금씩 퍼지는데 이때 죽처럼 흐물거려서도 안 되고 또한 너무 뻑뻑해서 탑처럼 쌓여 있어도 안 된다. 그리고 남은 일은 리소토를 입에 넣는 것뿐이다. 그 흔한 건더기도 없다. 오로지 소스와 쌀 뿐이다. 그러나 그 하모니는 복잡하고 잡다한 구성을 저 멀리 뛰어넘는다. 너와 나 사이에는 그 무엇도 필요 없듯이, 그 간결한 조합 앞에 사람들은 저절로 웃음을 짓고 붉은 와인을 모자름 없이 따른다.


이탈리아에서 보았던 것은, 모자름 없는 애정이었다. 풍족하지 못하더라도 아낌없이 주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식사를 할 때 바라는 모든 것이 그 작은 접시 위에 있었다.


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 정동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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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프라퍼티 리징 2팀에서 '먹고(FOOD) 마시는(BEVERAGE)'일에 몰두하고 있는 셰프,

오늘도 지구촌의 핫한 먹거리를 맛보면서 혀를 단련 중!

저서로는 [셰프의 빨간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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