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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식어버린 열정으로 배우자와 산다는 것

조회수 2019. 12. 2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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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 정식 씨는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는데 최근에 재발했습니다. 

“아내가 나를 제대로 돌봐주지 않습니다. 아내는 자기밖에 몰라요. 저는 외롭습니다.”

그는 아내의 행동이 우울증이 재발한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바쁠 때는 한 달에 두세 번밖에 집에 가지 못하고 공장에서 먹고 자며 일했습니다. 젊었을 때 고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중년이 된 지금은 살 만해졌습니다. 편하게 살아도 될 정도로 돈도 모았습니다. 정식 씨는 이제 편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퇴근해서 가족과 식사하고 저녁에 아내 손을 잡고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닌가 봅니다.

“아내는 혼자 돌아다닙니다. 교회 가고 친구 만나고 취미생활하고. 퇴근해 집에 오면 아내가 없어요. 요즘 내가 시간이 나는데도 아내와 저녁식사를 같이 못 해요.

지금껏 일하느라 바빠서 혼자 저녁 먹고 집에도 못 들어왔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아내는 자기만 즐겁게 살겠다고 밖으로 도네요.”

그런데 정식 씨의 아내는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사업밖에 몰라요. 젊었을 때 일주일에 하루 집에 왔어요.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어요.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참았어요. 남편이 없어도 혼자서 애들 키우고 시댁 식구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며 살았지요. 남편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내 인생을 희생하며 산 거죠.

젊었을 때는 내가 결혼한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어요. 차라리 이혼한 여자가 낫겠다 싶었죠. 교회 나가고 봉사활동하면서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야 외로운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이렇게 하는 것이 남편과 가족을 위한 것이라 믿었죠.

그런데 이제 와서 남편은 내가 자기를 외롭게 만들었다며 화를 냅니다. 나는 지금껏 외롭지 않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도요.”

이 부부의 사연을 들으면 사랑이란 항상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과 아내 둘 다 자신이 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준 것 같은데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느끼니까요. 서로를 사랑했는데도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으니까요.


부부 문제는 어느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상호작용의 결과입니다. 한 사람을 단죄하는 것으로는 부부 갈등이 절대 해소되지 않습니다.

마흔이 넘어서도 결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부를 종종 봅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숨겨진 욕구나 진심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착각하는 남편과 아내도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아내가 엄마이기를 바라는 남편, 남편이 아빠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아내도 있습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모든 욕구를 100퍼센트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부도 많습니다.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배우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불만을 느낍니다. 사소한 잘못에도 상대를 비난하며 상처를 줍니다. 현실의 결혼생활은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열렬한 사랑도 행복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부부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실망하고 결혼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배우자를 비난하게 됩니다.


정식 씨의 아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니 더 외로워졌어요. 나처럼 결혼생활을 오래 한 부부라면 다 그렇게 이야기할 거예요.

남편이 일에만 빠져 있을 때 저는 외로웠어요. 그땐 정말 이혼하고 싶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해서도 항상 행복하고 외롭지 않은 부부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만으로는 내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혼자 교회 다니고 운동하고 사람들 만나면서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찾은 거예요.”

결혼이 외로움과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과 결혼을 통해서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입니다. 사랑이 클수록 외로움도 커집니다. 사랑이 커질수록 결국은 서로가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지금 부부생활이 행복하니까 ‘나는 괜찮아’라고 안심할 게 못 됩니다. 결혼은 너무나 깨지기 쉬운 제도입니다.

많은 부부를 만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세상에 100쌍의 부부가 있다면, 서로 다른 100가지 형태의 결혼생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다른 부부에 비해 잘살고 있나?’ 하는 비교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혼한 부부들의 실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누가 누구보다 멋진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복과 불행을 합쳐보면 세상의 모든 결혼생활은 공평합니다.


너무 맥 빠지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요? 그렇게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혹시 지금 부부 사이가 좋지 않고 갈등이 있다면 배우자를 탓하기 전에 ‘사랑과 결혼에 대해 내가 가진 기대와 믿음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아내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부부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믿음이 부부관계를 나쁘게 만든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결혼은 청춘 로맨스 소설이 아닙니다.


열정적인 사랑의 달콤함에 빠져 있는 젊은 시절에는 절대로 깨달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결혼해서 더 처절한 외로움을 겪어본 사람, 식어버린 열정으로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결혼생활의 절정과 바닥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만이 결혼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됩니다. 부부간의 정과 결혼의 의미는 오랜 세월 동안 동고동락해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마흔의 문제에는 선명한 해법이나 단순한 원리가 없습니다.


타인이 거쳐간 길은 그것이 아무리 좋고 옳아 보여도 절대로 내것이 될 수 없으니까요. 마흔의 마음 공부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마음 공부가 필요할까요?


바로, 마음 공부의 핵심은 상실의 고통을 끌어안고 전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마흔이 되는 서른에게, 동시에 마음은 아직도 서른에 머물러 있는 마흔을 위한 이야기를 글에 담아두었습니다.


마흔의 길목, 없어질 것만 보지 마세요.

당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소중한 것이 더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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