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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가족이란 희망

조회수 2020. 3. 13. 19: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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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빛> 조민재 감독 & 배우 곽진무·김현 인터뷰

2020년 설을 앞두고 이상한 가족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가족에 대한 애증을 성토하는 '작은빛'이다.  이 작은 영화는 뇌수술로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된 진무(곽진무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진무는 기억하고 싶은 것, 기억해야 하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캠코더를 들고 오랜만에 가족들을 찾아간다. 


2016년에 찍고 4년 만에 정식 개봉하게 됐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곽진무, 조민재, 김현(왼쪽부터)

민재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할 때도 많이 무서웠다. 나의 내밀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킨 거 같다.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를 많이 닮은 영화라서 나 자신을 부정 당하는 기분이었다. 

실제 가족인 듯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연기자들과 영화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감독님이 저를 만나고 싶어 했다. 당시 감독님이 스물네 살이었는데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고 생각했다. 잔잔하고 진지했다. 


진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글이 나왔지, 놀랐다. 깊이 있고 빨려 들어갔다. 


민재 진무 형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진무 형과 우리가 어떤 영화를 찍을지 이야기하면서 잘 깎아나간다는 느낌이었다.

출처: 영화 <작은 빛>
영화 속 진무는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진단을 듣고 가족들을 만나 기억하기 위한 인터뷰에 나선다. 기억 상실과 캠코더를 이용하는 설정은 어떻게 구상했나.

민재 캠코더는 아버지를 망각하고 갈 것이냐, 기록하고 남겨둘 것이냐라는 딜레마를 가지고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사용한 장치다. 

출처: 영화 <작은 빛>
가족들의 집이 모두 등장하고 그 안에서 각자 먹고 자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진무의 집만 등장하지 않는다.

진무 잠깐 나오긴 한다. 진무가 사는 옥탑방에서 컴퓨터로 가족의 사진을 보는 장면이 있다. 


민재 영화 속 가족들의 집은 실제 제 가족들의 집이다. 진무의 집도 내 집을 촬영해야 했는데 당시 집이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촬영이 어려워서 친구의 집을 빌렸지만 어색하고 낯설었다.

출처: 영화 <작은 빛>
각 가족의 집을 방문하는 진무가 먹는 장면이 많다. 어머니, 누나, 형의 집에서 늘 뭔가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진무 NG로 테이크를 다시 가다 보면 가장 많이 먹은 게 예닐곱 공기였다. 많이 먹으면 정말 힘들다.  나도 연기 욕심이 있고 현장도 힘든데, 티를 내는 건 초보적이라고 생각했다. 


민재 영화 특성상 서사가 고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 블록들을 고여 있게 할까 고민하다가 공간마다 일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로 했다. 먹는 신이 가장 일상적이라 많이 넣게 됐고. 

곽현은 진무와 인터뷰하며 왜 이런 걸 찍냐고 손사래 치면서도 신춘문예에 도전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을 빛낸다.

연기하면서 아주 가끔 일체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그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좋은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곽현이 되는 시점이 있었다. 

출처: 영화 <작은 빛>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을 꼽아줬으면 좋겠다.

민재 인터뷰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캠코더로 찍으니까 바로 볼 수 없는데 안 보고도 현장의 느낌만으로 ‘오케이’ 했다. 후에 그 장면을 봤을 때 살아 있다고 느꼈다.


진무 하나는 엄마가 아들한테 화내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정서에만 있는 장면이다.  또 진무가 밥 먹는 시퀀스가 좋았다. 허심탄회하게 행동하는 모습에서 이게 가족이 아닌가 싶었다.


중희 선생님이랑 진무가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좋았다. 영화적이면서 선생님의 매력과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잘 보였다. 

영화 '작은 빛'은 진무와 진무를 둘러싼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가족들이 나누는 아주 작은 이야기들은 숙명처럼 주어진 존재들 사이를 감싸는 작은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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