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가족이란 희망
2020년 설을 앞두고 이상한 가족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가족에 대한 애증을 성토하는 '작은빛'이다. 이 작은 영화는 뇌수술로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된 진무(곽진무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진무는 기억하고 싶은 것, 기억해야 하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캠코더를 들고 오랜만에 가족들을 찾아간다.
민재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할 때도 많이 무서웠다. 나의 내밀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킨 거 같다.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를 많이 닮은 영화라서 나 자신을 부정 당하는 기분이었다.
현 감독님이 저를 만나고 싶어 했다. 당시 감독님이 스물네 살이었는데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고 생각했다. 잔잔하고 진지했다.
진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글이 나왔지, 놀랐다. 깊이 있고 빨려 들어갔다.
민재 진무 형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진무 형과 우리가 어떤 영화를 찍을지 이야기하면서 잘 깎아나간다는 느낌이었다.
민재 캠코더는 아버지를 망각하고 갈 것이냐, 기록하고 남겨둘 것이냐라는 딜레마를 가지고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사용한 장치다.
진무 잠깐 나오긴 한다. 진무가 사는 옥탑방에서 컴퓨터로 가족의 사진을 보는 장면이 있다.
민재 영화 속 가족들의 집은 실제 제 가족들의 집이다. 진무의 집도 내 집을 촬영해야 했는데 당시 집이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촬영이 어려워서 친구의 집을 빌렸지만 어색하고 낯설었다.
진무 NG로 테이크를 다시 가다 보면 가장 많이 먹은 게 예닐곱 공기였다. 많이 먹으면 정말 힘들다. 나도 연기 욕심이 있고 현장도 힘든데, 티를 내는 건 초보적이라고 생각했다.
민재 영화 특성상 서사가 고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 블록들을 고여 있게 할까 고민하다가 공간마다 일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로 했다. 먹는 신이 가장 일상적이라 많이 넣게 됐고.
현 연기하면서 아주 가끔 일체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그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좋은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곽현이 되는 시점이 있었다.
민재 인터뷰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캠코더로 찍으니까 바로 볼 수 없는데 안 보고도 현장의 느낌만으로 ‘오케이’ 했다. 후에 그 장면을 봤을 때 살아 있다고 느꼈다.
진무 하나는 엄마가 아들한테 화내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정서에만 있는 장면이다. 또 진무가 밥 먹는 시퀀스가 좋았다. 허심탄회하게 행동하는 모습에서 이게 가족이 아닌가 싶었다.
현 중희 선생님이랑 진무가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좋았다. 영화적이면서 선생님의 매력과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잘 보였다.
영화 '작은 빛'은 진무와 진무를 둘러싼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가족들이 나누는 아주 작은 이야기들은 숙명처럼 주어진 존재들 사이를 감싸는 작은 빛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