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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왓챠 없이 못살지 (6편 추천)

조회수 2020. 3. 11. 12: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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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B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 인사를 하기가 민망하다. 결국 돌아오는 대답이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밖에 없으니까. 모두 강제적 집돌이가 되어버렸다. 약속을 잡지도 않고 일도 집에서 하고, 주말이 되어도 특별히 여가 활동을 하지 않더라. 그 덕분에 스트리밍 서비스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소비되는 것 같다.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유튜브 이런 것들 말이다.


오늘 고른 ‘B추천’은 총 여섯 편이다. 네 편은 왓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두 편은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넣은 극장 개봉작이다.


Drama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실 나는 영화를 좋아할 뿐 드라마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러닝타임이 길면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편이거든. 핫한 드라마를 챙겨봐야 하는 것이 에디터의 직업윤리라 생각하긴 하는데, 소중한 주말을 할애하기엔 또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신원호 감독의 작품은 예외다. 알만한 분들은 알겠지만 신원호 감독은 원래 예능PD였다. 그러다가 KBS에서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기점으로 드라마PD로 전직했고 <응답하라1997>을 크게 히트쳤다. 그 이후로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성공시키고 <슬기로운 감빵 생활> 역시 홈런! 신원호 감독의 드라마는 격정적이지 않아서 좋다. 온수도 냉수도 아닌 미온수 정도의 감정이랄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작품은 내게 딱 맞는 온도다. 지금 소개할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슬기로운 00생활’의 두 번째 시리즈다. 메디컬 라이프 드라마이지만 ‘메디컬’이 아닌 ‘라이프’에 방점을 찍었다고 하더라.


다섯 명의 의사가 주인공인데, 뮤지컬 계에서 꽤 잘나가는 배우들이 세 명이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정석, 유연석 그리고 초면이겠지만 전미도. 한때 공연잡지에 있으면서 전미도를 두 시간 동안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놓고 다음 뮤지컬은 예정이 없다고 했었는데, 드라마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참고로 전미도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2회 연속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2년 연속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랄까. 무대에서도 그랬듯, TV에서도 항상 빛나길 응원한다.

  • 채널 tvN, Netflix
  • 방영일 3월 12일
  • 출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등
  • 연출 신원호
  • 극본 이우정

Movie
<사냥의 시간>

<사냥의 시간>은 한차례 개봉일이 연기된 적이 있다. 2월 26일에서 3월 중으로. 코로나 사태가 여전하기 때문에 또 한 번 미루어지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약 57만 명을 기록하며 단단히 실패를 해버린 걸 보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연기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 출연진만으로도 보고 싶은 내 마음이 활활 타올랐으니까. 그것도 아주 활활.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안재홍 그리고 박해수. K-무비를 좋아하는 나는 이 조합을 보고 10분간 기립박수를 칠 정도로 좋았다. <사냥의 시간>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으니 영화가 아주 별로일 거라는 걱정은 고이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장르가 SF라고 하여 역대급으로 망했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떠올랐는데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감독이 <파수꾼>의 윤성현이니까.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해볼까. 근미래의 서울이 배경이다. 서울은 경제적으로 붕괴되어 황량 그 자체인데, 빈민가에 사는 네 명의 젊은이가 희망을 찾기 위해 위험한 범죄를 계획한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박해수)가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아, 그리고 이 영화는 사운드 때문에라도 꼭 극장에서 보도록 하자. 돌비 애트모스 기술로 제작되었으니까.

  • 개봉일 3월 중
  • 출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 감독 윤성현

Netflix
<킹덤2>

한국에서는 고구마 같은 전개에 답답함을, 해외에서는 갓 열풍을 일으킨 <킹덤2>가 돌아온다. 사실 내 주변만 해도 <킹덤>에 대한 혹평이 꽤 있었다. 배두나의 연기가 별로다, 전개가 답답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등등.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이런 말을 덧붙였다. “시즌2가 궁금하긴 하다”


나는 스토리에 관대한 편이라 시즌1을 그리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시즌1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조선 좀비 사건’에서 발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몇화 동안 이어지면서 지루할 수 있는데, 내겐 사극과 좀비를 융합했다는 소재가 주는 매력이 컸다. 세계관을 보는 맛이 있어서 덜 지루했달까. 비슷한 배경의 <창궐> 역시 이야기가 산으로 가긴 했지만 설정이나 액션은 좋았으니까.


아무튼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다 볼 거 같은데,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걸 들어보니 지난 시즌 떡밥을 대거 회수한다며 기대감을 뿜뿜하게 만들었다.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이번 시즌에서는 ‘조선의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는 배두나를 응원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 채널 Netflix
  • 출연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김상호, 허준호, 진선규 등
  • 연출 김성훈, 박인제
  • 극본 김은희

movie
<1917>

극장에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어서 신작도 없고, 신작이 없으니 사람도 없다. 하지만 진흙탕 같은 악순환 속에서도 꽃은 핀다. <1917>이다. 이 영화는 2월 19일에 아슬아슬하게 개봉했는데 아마 개봉일이 일주일만 더 늦었어도 코로나 때문에 연기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 국내 배급사도 후회하고 있을 듯.


줄거리는 단순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전장이 배경이다.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어려운 미션을 하나 받는다. 매켄지 중령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직접가서 편지를 전달해야 되는데, 중령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적진을 지나가야 한다. ‘두 병사가 적진을 뚫고 메켄지에게 간다’ 이게 줄거리 한 줄 요약이다. 둘이 미션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디테일이 있는데, 더 재미있게 보라고 생략했다.

불쌍한 병사 둘을 보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 <퓨리> 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전쟁 영화가 그렇듯 관객은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았을 거다. 촬영이 끝장난다. 괜히 아카데미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받은 게 아니다. 이 영화는 원 컨티뉴어스 컷으로 찍었는데, <킹스맨>에서 교회학살신을 떠올리면 된다.


몇 개의 테이크를 한 개의 롱테이크처럼 붙이는 방식인데, 놀랍게도 <1917>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 컨티뉴어스컷으로 찍었다. 신기하게 다 이어진다. 편집점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거다. 덕분에 극장 중앙에 앉아 영화를 보면 내가 전쟁터 한가운데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몸이 굳고 숨소리조차 낼 수가 없다. 그러니 팝콘은 사지 말자. 입맛이 뚝 떨어진다.


  • 개봉일 2월 19일
  • 출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앤드류 스캇
  • 감독 샘 멘데스

Watcha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

뭐랄까. 이 드라마는 웃기다. 웃긴데 씁쓸하다. 영국식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면 딱이다. 영국식 블랙코미디가 뭐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 북유럽 감성이라는 단어처럼 애매하다. 하지만 당신이 방금 머릿속으로 떠올린 그것! 뭔가 시니컬하며, 폭소보다는 냉소가 나오는 그런 것이 아닐까? <닥터후>의 메인 작가 러셀.T.데이비스가 각본을 맡은 <베리 잉글리쉬 스캔들>은 1965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촉망받는 국회의원 제레미 소프(휴 그랜트)는 동성애자다. 지금은 성적 취향이 죄가 되지 않지만, 그때는 범죄였다. 심지어는 동성애 금지법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소프 의원은 한때 노먼 스콧(벤 위쇼)이라는 젊은 남자와 연인 사이였는데, 사랑이 식어버리자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전 남친 노먼 스콧은 소프 의원과의 동성애 관계를 고발하려고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데…


이 드라마는 쉽게 말해 두 남자의 치정극이다. ‘치.정.극’ 이 단어만 들어도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해질 거다. 아직 1부까지만 본 사람으로서 드라마의 명장면을 꼽아보자면, 크림인지 오일인지를 들고 소프 의원이 노먼을 꼬시는 장면이다. 장소는 노먼의 침실. 휴 그랜트의 능글맞은 표정과 벤 위쇼의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보면 ‘크, 명연기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다음 휴 그랜트의 대사가 아마 뒤로 돌아 엎드려보라는 거였던가…

  • 채널 왓챠플레이
  • 출연 휴 그랜트, 벤 위쇼, 알렉스 제닝스 등
  • 극본 러셀.T.데이비스

Watcha
<이어스&이어스>

또 왓챠다. 집 밖이 위험하니 왓챠에서 볼 만한 것들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한 개 더 넣었다. 각본은 또 러셀.T.데이비스다. <이어스&이어스>는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의 다음에 집필한 작품이다. 왓챠플레이에서 최초 공개하는 작품들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것들이 많던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역시 스트리밍 계의 문익점.


<이어스&이어스>는 일단 2019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업가 비비안 룩이 토크쇼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doesn’t give a fuck(그런 거 신경 안 써)”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 장면을 보는 주인공 가족의 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그리고 5년 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비비안 룩은 겉으로는 서민의 편인 척하지만, 속으로는 기업의 편에 선 정치인이 된다. <이어스&이어스>는 15년이라는 시간을 6개 에피소드에 담은 사회 풍자적 가족 드라마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는 가족사에 블랙코미디를 담았다고 보면 되겠다.


15년 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 글쎄,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렇다면 2005년에 지금의 모습을 상상했나? 스마트워치 정도는 상상했다고 하자. 그럼 가짜뉴스, 코로나 사태, 대통령 탄핵, 일본 불매 운동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어스&이어스>의 상상이 흥미롭다. <이어스&이어스>에는 근미래의 IT가 묘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블랙 미러>시리즈처럼 기술에만 초점을 맞춘 드라마는 아니다. 15년간 정치, 사회적인 변화가 한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예고편을 보니 무서우면서도 궁금한 카피가 적혀있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미래를 보라’. 두렵다. 하지만 보고 싶다.

  • 채널 왓챠플레이
  • 방영일 3월 13일
  • 출연 엠마 톰슨, 제시카 하인즈, 러셀 토비
  • 극본 러셀.T.데이비스

etc.

만약 왓챠에서 드라마를 더 보고 싶다면 <리틀 드러머 걸>, <올리브 키터리지>를 추천하고 싶다. 신작은 아니어서 [월간B추천]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본 드라마 중 가장 몰입감이 있었다. 미국 AMD와 영국 BBC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박찬욱의 드라마 데뷔작인데, 한 무명 연극배우가 목숨을 걸고 스파이 연기를 하게 되는 줄거리다. 최근에 <작은 아가씨>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플로렌스 퓨가 그 역할을 맡았다. HBO 미니시리즈 <올리브 키터리지>는 좀 더 따뜻한 작품이다. 겉으로는 한없이 엄격하고 냉정하지만 알고 보면 온정이 있는 교사 올리브와 그의 가족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쓰리 빌보드>에서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연기했던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올리브 역을 맡았다. 내게 이런 엄마가 있다면 엄마말을 정말 잘 듣고 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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