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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사·CEO들이 계절 바뀔 때마다 찾는 이 남자

조회수 2020. 9. 21. 10: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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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좋아하는 가을 소개팅룩 10가지" 주인공이 접니다
막노동해 번 600만원으로 쇼핑몰 차렸다 망해
월급 30만원 받으며 연예인 스타일링 입문
새벽에 전단지 돌리며 일반인 대상 스타일링
유튜브 구독자 40만 모으며 패션 MCN 차려
패션 감각 없는 일반인 대상 유튜브 스타일링

군 제대 후 가세가 기울었다. 돈 벌려고 차린 쇼핑몰은 망했다. 졸업 후 시작한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BMW·삼성전자 CF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히다 패션 감각 없는 일반인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러다 남성 최초로 카메라 앞에서 옷 갈아입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퍼스널 스타일리스트(일반인 맞춤형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유튜버, 그리고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대표로 사느라 24시간이 모자란 강대헌(32)씨를 만나봤다. 

출처: 강대헌씨 제공

◇반 왕따에서 길거리 캐스팅까지···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 있었나요.


“수학여행 때 멋부리고 싶어 부모님께 10만원만 달라고 떼쓰던 중학생이었습니다. 처음 중학교에 들어갔을 땐 소심했어요. 거의 반 왕따 수준이었죠. 어느 날 예쁜 옷을 입어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이 생겼어요. 소풍 때마다 패션으로 주목 받으려 기를 썼어요. 옷 덕분에 자신감도 생겨 고등학교 들어가선 여자친구도 생기고, 인기도 많아졌죠.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서울 동대문으로 수학여행 간 적 있어요. 옷 구경하다 길거리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스타일리스트를 꿈꿨나요.


“방송계에서 일하고 싶어 대학도 방송연출과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군대를 갔다오니 집안 사정이 기울어 있었어요.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가 붙을 정도로요. 돈을 벌기 위해 원양어선 탈 생각까지 했지만 부모님이 극구 말렸죠. 옷을 좋아하니 쇼핑몰을 하고 싶은데, 자본이 없었죠. 두 달 노가다를 뛰어 600만원을 모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쇼핑몰은 10개월하고 망했습니다. 대신 패션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꿈이 생겼죠.”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시작하셨는데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새벽부터 하루종일 일하고 월급으로 받는 돈이 30만원이죠. 차비랑 밥값을 내면 끝. 돈도 문제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에겐 누군가 입혀줄 사람만 있으면 되지, 꼭 내가 필요한 게 아니었어요. 내 생각대로 입힐 수도 없고 그냥 시키는대로만 해야 해요. 그러다 우연히 광고 스타일링 일을 도우러 간 곳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어요. 광고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4년간 일했어요.”

◇전단지 돌리며 시작, CEO·한의사·검사 옷 입혔어요


-광고 스타일리스트는 어떤 일인가요. 


“TV광고에 나오는 모델을 스타일링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냉장고 광고를 맡은 적 있는데요. 삼성전자 타겟층 이미지는 경제력 있는 30대 신혼부부 느낌이에요. 이들과 어울리는 우아한 옷을 입히는 거죠. 유아용 전동차 브랜드 광고를 맡았을 땐 아동 모델에 옛 유럽풍 베레모를 씌우고 자켓을 입혔어요. 전동차가 고급스러운 클래식카였기 때문이죠.”

출처: 강대헌씨 제공
유아용 전동차 '디트로네' 광고.

-퍼스널 스타일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건 언제인가요.


“연예인, 모델을 스타일링하다보니 내가 진짜 필요한 건 일반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예인은 예쁘고 잘생겼으니 사실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잖아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반대죠. 나를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어졌어요. 2018년쯤 회사를 나왔어요.


독립하고 처음엔 일이 안 들어와 별 걸 다 했어요. 일 끝나면 새벽에 전단지를 돌리며 저를 홍보했어요. 2000장 돌렸는데 딱 한 명한테 연락 왔습니다. 제가 원래 살던 원룸을 ‘스타일리스트가 사는 곳’이란 컨셉으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기도 했죠. 그 때부터 유튜브도 시작했어요. 유튜브가 잘 돼 퍼스널 스타일링 의뢰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고 먼저 연락을 주십니다. 고객은 주로 의사나 검사 같은 전문직 남성이나 중소기업·벤처기업 CEO가 많아요. 경제력은 있는데 잘 꾸밀 줄 모르는 거죠. 결혼할 나이가 됐거나 잦은 비즈니스미팅 때문에 외적인 부분을 바꿀 필요를 느끼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직접 만나 퍼스널컬러 진단(개인이 타고난 신체 색을 파악해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부터 직업, 성향, 체형까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떤 목적으로 스타일링이 필요한지, 어떤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보통 1년으로 잡고 계절마다 한 번씩 함께 만나서 쇼핑을 해요. 고객의 체형이나 상황에 맞는 옷을 사고 평상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조언을 해드립니다. 한 번에 메인 의상은 세트로 두 벌, 평상시 입을 여벌 의상 3~5벌 정도 사요. 전반적 컨설팅과 분기별 쇼핑, 그리고 평소 코디 고민도 해결해드리며 총 100만원을 받아요.”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요.


“한 분은 한의사였는데 여태 공부와 일만 하느라 옷을 너무 못 입었던 거예요. 선 자리만 나가면 옷 못 입는다고 거절당했는데 제 스타일링을 받은 해에 결혼하셨어요. 다른 한 분은 벤처기업 CEO인데, 사업은 성장해가는데 옷은 항상 패딩에 후줄근하게 입으셨죠. 그 분도 비즈니스 미팅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꾸며드렸어요. 같은 블레이저라도 라펠(코트나 재킷의 앞깃)이 크면 더 스타일리쉬해보이죠. 스타일링 받은 뒤로 사업도 더 잘 되고 자녀들도 좋아하더라고 말하셨죠.


고등학생도 있었어요. SNS도 많이 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게 중요한 시대이다보니 한창 외모 고민이 많은거죠. 20대 초반 대학생들도 있어요. 대학 갔는데 친구도 안 생기고, 이성친구도 사귀고 싶은데 어려운 거죠. 사실 옷을 못 입는 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먼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게 패션이니까요.”

출처: 강대헌씨 제공

◇옷 갈아입는 영상으로 빵 떴죠


-유튜브 ‘깡스타일리스트’ 채널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되셨는데요.


“유튜브에선 첫 3개월 안에 구독자 1000명 모으지 못하면 앞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영상을 하루에 하나씩 올렸죠. 초반에 피부 관리 영상을 만들었는데 잘 됐어요. 그걸 본 사람 중 패션에 관심 있던 분들이 다른 영상도 보게 되면서 구독자가 쭉 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건 속옷만 입고 시작한 ‘여자들이 좋아하는 가을 소개팅룩 10가지’ 영상이에요. 속옷차림으로 시작해 옷 갈아입는 과정을 보여준 건 한국 남자 중 제가 처음이었어요. 조회수가 갑자기 10배 이상 뛰더라고요. 작년 늦여름쯤 올렸는데 지금은 90만회가 넘었죠. 구독자는 40만명 정도 됩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깡스타일리스트' 캡처

-콘텐츠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안 보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잘 만들자는 게 모토예요. 같은 옷이라도 가격, 소재 비교해서 구입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해요. 패션에 대한 전문적 지식까지 필요하죠. 저와 함께하는 팀원들도 스타일리스트 출신인데 다같이 열심히 고민해서 아이템을 고르죠. 5~10분도 안 되는 영상 하나를 위해 하루종일 팀원들이 모여 디자인·가격·소재를 하나하나 비교하는 겁니다.


또 나이대와 상황별로 맞는 스타일 추천이 주 콘텐츠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패션 유튜버 MCN을 설립했어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더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죠.”

-평소 어디서 패션 팁을 얻으시나요.


“영화나 드라마, 잡지 보고 배웁니다. 영화는 시대나 캐릭터에 따라 의상이 중요하죠. 영화 ‘독전’에서 광기있는 마약상이었던 김주혁는 화려한 실크 소재를, 까칠한 악역을 연기한 차승원씨는 핏이 딱 떨어지는 화이트 수트를 입었죠. 최근엔 ‘이태원클라쓰’ 박서준씨 스타일을 참고해요.


연예인 중엔 송민호와 유아인씨가 제일 잘 입는 것 같아요. 잘생긴 얼굴만으로 살아남긴 너무 힘들잖아요. 이들은 개성있는 스타일 덕분에 더 주목 받은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시대니까요. 옷만 잘 입어도 능력을 훨씬 인정 받을 수 있는 거죠.”

출처: 강대헌씨 제공

얼마 전 강대헌씨의 유튜브 채널엔 ‘90대까지 유튜버 해서 지팡이 추천까지 해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실제로 나이 들어서도 계속 스타일링 콘텐츠를 만들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지금도 옷을 좋아하는 2030세대가 나이들어 경제력을 갖추면 패션에 대한 소비가 엄청나질 거라 생각해요. 이들이 50대, 60대가 되면 지금과 달라질 거예요.”

유튜브를 시작하고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아 뿌듯하다는 강대헌씨. 그는 어떤 스타일리스트인지 물어봤다. “저는 누가 와도 잘 입힐 수 있어요. 제 유튜브 독자는 대부분 1020세대인데 퍼스널 스타일링 고객 3명 중 1명은 40대입니다. 타고난 체형이 비슷해도 나이대에 따라 핏이 달라져요. 사람들은 체형 뿐 아니라 나이와 직업, 취향이 전부 다르죠. 누가 와도 그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패션을 완성시켜줄 수 있습니다.”


글 jobsN 박새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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