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최초 공연..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회수 2020. 9. 18.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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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 예술의 전당서 공연한 AI 작곡가입니다
표정·영상·사진에 맞는 음악 작곡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연구
AI가 만든 곡으로 앨범 내고 예술의전당 공연

유튜버와 같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영상 배경음악을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음악 덕분에 완성도가 올라가기도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경음악 선정이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BGM(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 음원 사용료를 내야 한다.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이종현(37)대표는 이렇게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뮤지아 서비스를 만들었다. 앱에 영상을 업로드하면 AI 작곡가가 30초 만에 영상에 맞는 BGM을 작곡해준다. 사진을 올리면 사람의 표정을 분석해 감정에 맞는 곡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작곡가는 이대표의 연구팀이 개발한 AI 작곡엔진 ‘이봄’이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 이종현입니다. 인공지능(AI) 작곡 앱 ‘뮤지아’와 AI가 작곡한 비트 위에 힙합 랩을 녹음할 수 있는 앱 ‘두렙’을 운영 중입니다. 2017년 4월에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이종현 대표와 크리에이티브마인드 팀원들

성균관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2010년부터 대학원에서 진화연산과 기계학습이라는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했어요. 인공지능 기술을 음악·미술·영상 등 예술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많이 했죠. 그중에서도 작곡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또 당시 AI 작곡 기술을 제대로 갖춘 곳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곡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쯤 AI 작곡 엔진 초기 버전을 이미 완성한 상태였습니다. 이대로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그동안 열심히 해온 연구가 그냥 연구로만 남는 것이 아쉬웠죠. AI 작곡 기술의 사업성도 충분해 보였고요. 다행히 같은 연구실 팀원들·교수님과 마음이 맞아 함께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사업 초반에는 국가의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받아 회사를 굴릴 수 있었죠.” 


-이봄(AI 작곡엔진)은 어떤 방식으로 작곡을 하나요. 


“이봄은 사람의 창작 과정을 따라 합니다. 인공지능 엔진에 화성학 같은 기존 음악 이론들과 가요 작곡 기법 등을 학습시켰습니다. AI가 학습한 음악 이론에 따라 멜로디를 만들고 음악 형태를 완성하는 거죠.”

출처: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제공
(좌)이봄과 양송희 클라리네티스트의 예술의 전당 공연 팜플렛 (우)Musia 유튜브 채널 캡처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봄이 작곡한 음악을 유튜브 채널 Musia에 올리고 있습니다. ‘공부할 때 듣기 좋은 음악’· ‘우울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등 기분과 상황에 맞게 작곡한 곡들이죠.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유튜브 개설 5달 만에 누적 조회수 85만회를 넘겼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도 했습니다. 2018년 클라리네티스트(클라리넷 연주자) 양송희씨가 연주회에서 이봄이 작곡한 오케스트라곡을 연주했죠. 예술의 전당은 연주가들에게 의미 있는 무대입니다. 또 보수적인 편이라 AI와의 협업 같은 건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죠. 이봄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최초의 AI 작곡가입니다. 


또 AI 비트 서비스 ‘두렙’도 운영 중입니다. AI가 작곡한 다양한 비트 위에 자신만의 랩을 녹음할 수 있죠. 요즘 힙합이 인기다 보니 두렙으로 직접 랩을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뮤지아 앱 화면 캡처

-수익구조는.


“현재는 뮤지아와 두렙 앱 모두 무료입니다. 아직은 AI 작곡 기술을 알리는데 집중하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누적 작곡 횟수는 3만건 이상입니다. 대신 회사 기술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해 수익을 냅니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차량 내부 시스템을 인공지능화하는 일 등을 진행 중입니다. 연 매출 규모는 1억원가량입니다.  


음반 레이블과 공동 협약도 맺었습니다. 향후 K-POP 가수들과 협업 앨범을 만들 계획입니다. 올해 4월에는 이봄이 작곡한 노래로 채워진 음반도 발매할 예정이고요.” 


-AI가 만든 곡의 저작권은 어떻게 되나요. 그동안 표절을 한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법적으로는 AI를 저작권 주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작권은 AI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가집니다. AI는 사람과 달리 작곡을 할 때 창작의 고통을 받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때문에 향후 AI가 만든 곡에 저작권료를 주더라도 훨씬 저렴하게 노래를 쓸 수 있습니다.  


표절을 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법적으로 3마디 이상 같을 경우 표절입니다. AI가 그렇게 만들 확률은 로또가 14번 연속으로 당첨될 확률(10¹⁰⁰)과 같죠. 물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기존 음악들과 데이터를 매칭해보는 기술도 이미 개발했습니다. 또 저작권 검증이 엄격한 유튜브에 700곡 이상을 올렸지만 아직 표절로 걸린 적은 없습니다.”   

-AI 작곡가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당장 기존의 작곡가가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 AI가 사람처럼 악상을 떠올려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려면 아직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에서 저작권 비용 문제가 커지면서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최근 AI 작곡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고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봄 엔진을 전문 작곡가 수준으로 만들어 음반 사업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또 K-POP 가수와의 협업을 통해 AI가 만든 음악을 차트 순위권에 올리는 것도 단기 목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글 jobsN 오서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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