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개근중, 김창완 DJ "내 인생 3분의 1"

조회수 2020. 04. 17. 12: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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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만 들어오면 김창완은 바보처럼 늘 싱글벙글이다. 무려 20년째다. 단 한 번도 펑크 낸 적 없다. 휴가를 쓴 적도. 15년간 동고동락한 박현주 작가는 김창완 DJ의 장점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라디오를 너무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저 따뜻한 웃음소리.”

이 방에만 들어오면 김창완은 바보처럼 늘 싱글벙글이다. 무려 20년째다. 단 한 번도 펑크 낸 적 없다. 휴가를 쓴 적도. 15년간 동고동락한 박현주 작가는 김창완 DJ의 장점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라디오를 너무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저 따뜻한 웃음소리.”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하 아침창·매일 오전 9∼11시·연출 오지영, 작가 박현주 서정선)가 방송 20주년을 맞았다. 매일 아침 가수 겸 배우 김창완 씨(66)의 푸근한 목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연다는 이가 많다. 아이 등교 시킨 뒤 커피 한 잔 내리거나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며…. 


‘아침창’은 연중 다양한 20주년 특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기념 콘서트도 열 계획. 설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생방송 전화 연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출연해 새해인사를 전하고 있다. 2020.1.24 / 청와대 제공

“20년이라니 제 인생의 3분의 1이네요. 오리배에서 노를 젓듯 하루하루 정신없이 해왔어요. 그 세월의 무게가 새삼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서울 양천구 S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3일 만난 김 씨는 “20년 전, 오프닝 시그널을 처음 들은 순간만은 생생하다”고 했다. “아침 9시의 기분에 꼭 맞는 상큼한 휘파람 소리가 데자뷔나 현몽(現夢) 같았어요.”


자택에서 방송국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30분의 출근길마저 하루하루 꿈결 같았다고. ‘나의 아침을 청취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2000년 10월 첫 방송부터 매일 직접 오프닝 원고를 쓴다.

“왜, 갓 나온 빵, 바로 싼 김밥이 더 맛있잖아요. 라디오는 현장성이 강한 매체죠. 마치 음악처럼요. 그날 아침의 그 순간을 포착해 담고 싶어요.”


로커, 배우, DJ…. 일인다역의 삶은 때로 슈퍼맨 같다.

“간밤에 악당 짓을 하다 아침에 착한 역을 하는 저를 낯설어하는 청취자들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 사람, 웃는데 진짜 나쁜 놈 같아 보여’ 하는 평을 들으면 연기자로서는 흐뭇하죠.”


매주 수요일 라이브 초대석 ‘꽃다방 김마담’도 인기 코너다. 프랑스의 전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부터 혁오까지 국내외 다양한 게스트가 다녀갔다. 음악가에겐 공포의 코너로 유명하다. 성대가 잠긴 오전에 음악 거장의 코앞에서 라이브하는 부담감이 어마어마해서다.


김 씨는 “별로 감동적이지도 않은 엄마의 ‘밥 먹어라, 학교 늦는다’가 두고두고 귓전에 맴돌듯, 소소한 음악과 일상을 매일 아침 청취자와 나눈다는 사실이 늘 뭉클하다”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DJ란 그저 ‘그 시간에 거기 있는 사람’이에요. 청취자들도 ‘내가 이 순간, 여기에 있구나’ 하고 잠시라도 느낀다면, 제 몫은 다한 거라고 봅니다.”

김창완이 청취자에게 보낸 육필 답장.

스튜디오 속, 오프에어 김창완 ‘명언들’

(노래나 광고가 나가는 동안 김창완은 뭘 할까. 통기타를 치거나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눈다. 게스트 중에는 기자도 있다. 요즘의 고민이나 노래에 관한 뒷이야기도 가끔 들려준다. 직접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은 것들) 


1. “요즘 제가 제일 골몰하는 문제는, ‘산은 왜 초록색일까’예요. ‘하늘은 왜 파란색일까’도….”


2. “(1986년 산울림 11집 수록곡)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는 사실 해가 쨍쨍하던 날 만들었어요. 30도가 넘는 한여름 폭염 속 차 안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쓴 곡이죠. 공상의 산물인 셈이에요.”


3. “‘너의 의미’에 나오는 간이역(‘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은 (강원 원주시) 간현역이에요. 집사람과 싸운 뒤 당시 서너 살 된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간 기차역이죠.”

김창완 키워드 4

통기타 

김창완의 분신. 몸통에 '훔친 기타'라고 본인이 직접 써뒀다. 도둑맞은 적이 있어서 아예 예방용으로... 생방송 스튜디오에 비치해 둔다. '아침창'에서 노래가 흐를 때 통기타로 그 곡을 따라 쳐본다. 진행하다 번뜩 영감이 떠오르면 즉석에서 작곡을 하는 도구도 된다.


자전거

김창완의 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집에서 양천구 SBS 사옥까지 매일 아침 타고 출퇴근한다. 방송 초기에 택시나 자가용을 탔다가 교통 정체로 진땀을 뺀 적이 많아서다. 이제는 일상이 됐다. 주말이나 휴일에 동료들과 라이딩도 즐긴다.


김창완의 음료. 소문난 애주가인 그는 초면의 게스트에게도 스스럼없이 "(방송) 끝나고 뭐 해요?"라고 묻곤 한다. 그렇게 물으며 짓는 그의 미소는 때로 조금 공포스럽기까지 하다고. 낮부터 밤까지 '달리던' 날들을 뒤로 하고 요즘엔 많이 줄였다.


아이유

김창완의 페르소나. '산울림'의 1984년 원곡을 2014년 아이유가 리메이크했다. 김창완과 아이유가 함께 부른 '너의 의미'는 단연코 '아침창' 부동의 최다 신청곡이다. 매일 아침 생방송 때마다 청취자들의 신청 메시지가 밀려든다.

김창완이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든 곡들


노란 리본

2014년 4월에 쓴 세월호 희생자 추모곡. 청취자들 중 아이를 키우는 분이 많다. 애청자들을 위해 ‘아침창’ 홈페이지에 가장 먼저 공개했다. 무료로 듣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김창완 밴드 3집 ‘용서’(2015년)에도 실었다.


E메이져를 치면

어느 날 ‘아침창’의 둘째 곡이 나가는 동안 스튜디오에서 홀로 통기타를 드르륵 치고는 영감이 떠올랐다. ‘E메이져를 치면’이라는 제목부터 펜으로 써뒀다. ‘E메이져를 치면 늘/그녀가 입던 초록색 점퍼가 생각이 난다’로 시작해 ‘F#마이너를 치면…’ ‘A D Bm G’의 코드 진행을 홀린 듯 연주해 나가며 그대로 노랫말을 붙였다. 1부가 채 끝나기 전에 작곡을 마쳤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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