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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빼고 감성은 더하고' 흑백이라 더 매력적인 한국영화

조회수 2020. 5. 15. 1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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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J 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때문에 침체된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을 소식이 들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흑백판이 4월 29일부터 특별 상영한다는 것. 오스카에서의 선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개봉이 미뤄져 아쉬움이 컸던 만큼 반가운 소식이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 흑백판]은 단순히 색을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기생충: 흑백판] 뿐만 아니라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도 [동주]에 이어 흑백영화로 만들어져 기대감이 크다. 흑백영화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기에 컬러 시대에도 여러 감독들이 꾸준히 만들고 있는 것일까? 최근 공개된 한국 흑백영화 위주로 그 매력을 살펴본다.

동주(2015)

출처: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윤동주 시인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이준익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동주]를 흑백으로 만든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애당초 컬러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동주 시인의 흑백 사진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은 마음과 일제시대를 재현하는 데 드는 제작 비용을 고려할 때 흑백영화로 만드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그렇게 흑백영화로 탄생한 [동주]는 시를 쓰기 위해 고민하는 윤동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대에 맞서는 청춘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담아내 긴 여운을 건넨다.

그 후(2017)

출처: 콘텐츠판다

홍상수 감독은 [오! 수정]을 시작으로 [북촌방향], [풀잎들]에 이어 최근 [강변호텔]까지 꽤 많은 영화를 흑백으로 제작했다. 어느 출판사 사장의 기이한 하루를 담은 [그 후]도 흑백영화다. 영화는 아내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고백한 출판사 사장 권해효를 쫓으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흑백이기에 시간대 구분이 명확하게 잘 드러나지 않는데, 오히려 이런 점이 영화를 독특한 분위기로 끌고 간다. 밤인데 낮처럼 환하고, 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운 효과가 군데군데 보여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흑백이 주는 사실적인 표현으로 인물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방황이 깊게 느껴진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출처: (주)라이크 콘텐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류승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면서 이전에 자신이 만든 단편영화를 이어 붙인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이중 네 번째 파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흑백 버전으로 만들었다. 조직 폭력배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 상환의 이야기로, 류승범이 상환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파트는 유혈이 낭자하는 패싸움 장면이 있어 표현 수위가 제일 높은데, 흑백 버전으로 만들어 높은 표현 수위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차갑고 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지막에는 흑백 배경과 구분이 되지 않는 눈까지 내려 그 속에서 죽어가는 상환의 모습을 더욱 씁쓸하게 표현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출처: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3.1 운동 이후 서대문 감옥에 갇힌 유관순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이야기에 따라 컬러와 흑백을 교차한다. 유관순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컬러로, 옥중에 있을 때는 흑백으로 담아내 인물이 처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안타까운 감정을 자아낸다. 조민호 감독은 인물들이 갖고 있는 미세한 감정이 부딪히는 모습들이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흑백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옥중 화면을 컬러로 표현한다면 너무 가학적으로 그려질까 봐 흑백 화면을 통해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전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

출처: 인디스토리

[윤희에게]로 인상 깊은 작품을 만든 임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마을 이발소를 운영 중이던 모금산이 시한부 판정을 받자 영화감독 아들과 함께 자신의 인생이 담긴 단편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의 추억을 더듬는 이야기를 흑백으로 그려내 아련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극중 모금산과 아들이 만드는 단편 영화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에서도 흑백의 낭만이 느껴진다. 마치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초기작을 보는 느낌을 전하며 고전 무성 영화에 대한 향수도 함께 불러온다. 

다영씨(2018)

출처: 인디스토리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모은 고봉수 사단의 흑백영화. 다영을 짝사랑하는 퀵서비스 기사 민재가 회사 동료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직접 그곳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시민과 아웃사이더들의 짠내 나는 이야기를 잘 담아내는 고봉수 감독답게 직장 내 따돌림 문화를 꼬집으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다영씨]는 흑백영화인 동시에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이기도 하다. 인물들은 목소리 대신 과장된 행동과 음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매 작품마다 다양한 시도로 독특한 웃음을 주는 고봉수 감독은 [다영씨]를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멜로 감성과 흑백영화의 낭만적인 정서를 전한다.

춘몽(2016)

출처: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춘몽]은 주막을 운영하는 예리와 그를 사모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흑백영화다. 장률 감독이 연출했고 한예리,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이 출연했다. 양익준은 [똥파리], 박정범은 [무산일기], 윤종빈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자신들이 맡았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연기를 펼쳐 재미를 더한다. 네 인물이 전하는 이야기가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모호하게 그려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흑백 화면이 건네는 몽환적인 느낌이 영화가 그리는 환상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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