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탄생한 헤어 브랜드

조회수 2020. 4. 27.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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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에이치

두피도 피부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두피 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에서 새롭게 선보인 ‘라보에이치LABO·H’는 지금 헤어 케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명확히 보여준다.

라보에이치 제품 디자인. 각각의 포인트 컬러를 통해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를 드러낸다. 이중 두피 강화 샴푸는 동물성 원료나 실리콘 오일, 설페이트 계면활성제, 인공향 등의 성분을 배제한 비건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 BM 팀은 “요즘의 소비자는 비듬, 피지 케어 등개별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매일 두피 관리를 통해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샴푸를 찾는다. 이러한 니즈에 맞춰 라보에이치는 두피 자체의 힘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라보에이치는 헤어와 피부 분야를 비롯해 화학, 미생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10년에 걸친 공동 연구를 거쳐 탄생했다. 브랜드 이름은 ‘Laboratory of Hair(헤어 연구소)’의 약자로, 기술의 진정성과 자신감을 표현한다. 여기에 두피 강화 샴푸와 민감 더마 라인은 동물성 원료와 인공 향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비건 샴푸로 개발했다. 환경과 윤리에 대한 다변화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차별화된 제품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한 브랜딩 역시 이전의 아모레퍼시픽 헤어 케어 제품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행했다. 제품의 패키지는 미니멀한 그래픽의 더마 제품을 연상케 한다. 전체 디자인 모티브는 연구실의 실험 도구로, 여기에 눈금과 중괄호, 대괄호 같은 디자인 요소를 사용해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제품 용기는 실험실의 비이커나 플라스크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제품별 고유의 제형과 기능성을 고려한 컬러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라보에이치는 아모레퍼시픽의 다른 생활 뷰티 제품과 달리 마트가 아니라 온라인과 드러그스토어를 주요 유통 채널로 선택했다. 그리고 눈에 띄기 위한 튀는 컬러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크기 대신 욕실에 놓였을 때의 조화에 좀 더 집중했다.

라보에이치 제품 디자인


라보에이치의 브랜딩과 디자인은 연구소와 마케팅, MC, 디자인 팀에서 자발적인 TF 팀을 꾸려 전개했다.

특히 TF 팀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기능성 전달부터 제품의 전 성분과 배합 목적까지 설명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패키지에 자랑하고 싶은 성분이나 획기적인 기능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주된 판매처가 온라인임을 고려한 전략이기도 하다. 라보에이치의 주된 타깃인 젊은 세대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정보는 온라인 상세 페이지를 통해 충분히 제공하고, 제품 자체는 실험실이라는 콘셉트에만 충실하도록 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론칭 채널로 잡은 것또한 브랜드의 차별화된 제형과 사용감을 다양한 이미지와 GIF,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라보에이치는 온라인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5월부터는 올리브영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미 포화 시장이 된 헤어 케어 제품은 이제 기능만이 승부처가 아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순간부터 사용할 때까지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얼마든지 움직일 수있다. 라보에이치는 브랜드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통한 설득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라보에이치 로고 디자인. 영문 로고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대괄호로 묶은 서브 로고를 함께 사용하는 형태다. 서브 로고에서는 대괄호를, 전면 그래픽에서는 눈금과 중괄호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제품의 기능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라보에이치는 아모레퍼시픽의 기존 헤어 케어 제품과 완전히 다른 브랜딩으로 전개했다.
- 윤민혜(디자인팀), 장은지(BM팀) -


두피 케어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능성 제품이 늘어났다. 라보에이치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나?

라보에이치의 차별화된 기능은 특정 증상에 대한 케어가 아닌 피부 본래의 힘을 길러준다는 점이다. 같은 샴푸를 써도 어떤 사람은 건조하고 어떤 사람은 기름지는 이유는 바로 두피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라보에이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통해 두피 장벽을 강화하고 본연의 건강한 힘을 길러주는 데 집중했다. 또한 이제는 전국민이 노케미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화장품 성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도록 착한 성분의 제품을 개발하고자 힘썼다.


기능과 개성을 어떻게 표현했나?

라보에이치는 두피 케어나 탈모 예방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용기에서는 독특한 펄감이 주는 존재감, 투명한 펌프 캡 안에 보이는 용기의 나사선, 유광 용기와 만나는 무광의 컬러 펌프 버튼 등 서로 상이한 요소에서 생기는 의외의 재미를 주고자 했다. 제품마다 소재를 조금씩 다르게 사용했지만 기본 컬러는 백색 계열로, 라벨의 볼드하면서 심플한 그래픽을 통해 통일감을 주었다.

라보에이치 프로바이오틱스 라인. 두피 타입에 따라 두피 강화, 두피 쿨링, 민감 더마 3종으로 구성되며, 트리트먼트와 두피 쿨링 기능의 토닉이 라인업됐다. 여기에 비오틴과 프로바이오틱스를 함유한 건강 기능 식품 ‘그린 프로비오틴’도 출시했다.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욕실)에서의 형태는 어떤 측면을 고려했나?

욕실 조명이나 샴푸 용기에 물이 묻어 반사되는 빛에 따라 용기가 순간적으로 번쩍 빛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있는 형태를 떠올렸다. 제품을 구매할 때는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샴푸 제형의 시원한 쿨링감과 향에 시각적인 효과가 더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더마 콘셉트의 제품과 비교해도 정보성을 많이 덜어낸, 미니멀한 느낌이 있다.

용기의 그래픽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에 자사에서 출시한 생활 뷰티용품의 디자인 언어를 벗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디자인했다. 자사의 기존 헤어 케어 브랜드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백색 용기도 그렇고, 한글 문안도 없다. 각 정보도 덜어내고, 연구소가 연상되는 그래픽과 가장 중요한 단어만 나열한 방식도 사실 처음 시도한 것이다. 이런 디자인은 BM팀이나 영업팀 등 유관 부서에서도 낯설어 염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라보에이치의 브랜딩은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했기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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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상희 기자

온라인 업로드 김진형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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