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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떨어졌을까요? 어쩌다 어미 곁을 떠났을까요?

조회수 2020. 10. 14. 13: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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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 운동장으로 놀러 간 아이들이 늦는 것 같아 대문을 나섰습니다. 

 

마침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엄마! 내 손에 뭐가 있나 알아맞혀 봐.” “음, 뭘까. 구슬?” “아니, 짠!”


작은 새 한 마리가 떨고 있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잘 키우라면서 줬어.”


나무에서 떨어졌을까요? 어쩌다 어미 곁을 떠났을까요? 급히 상자를 구해 집을 만들고 모이를 주었지만, 새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안정이 필요해 보여 자리를 피해 주자고 했습니다. 날지도 먹지도 못하는 새가 걱정되어 밤새 뒤척였습니다. 


아침이 되자 새소리가 났습니다. “비비쫑, 비비쫑.”

 

아이들은 그 소리에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습니다. 새는 먹이와 물을 조금 먹고 이내 생기를 찾았습니다. 아이들 함박웃음에 뿌듯함이 묻어났습니다.


점심밥을 먹는데 갑자기 마당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우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후다닥 나갔습니다. 


새 수십 마리가 박태기나무, 명자나무, 감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습니다. 작은 새의 엄마, 아빠, 친척까지 온 것 같았습니다.  


‘작은 새를 구하라’라는 긴급 작전 명령이 떨어졌음이 분명했습니다.


우리는 저만치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작은 새는 다른 새들의 응원에 용기를 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날다 툭 떨어졌지만, 시도를 거듭할수록 더 높이 올랐습니다.

  

그러곤 마침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우리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그로부터 이십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끌시끌한 밥상도, 전쟁터 같은 아침도, 빨랫줄에 나부끼는 하얀 기저귀를 보며 웃음 지은 날도 모두 까마득합니다. 


첫 아이의 유모차도 막내의 두 발 자전거도 마당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플랫폼으로 기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잘 가, 몸조심하고 밥 꼬박꼬박 챙겨 먹고.” “응, 엄마. 서울 도착하면 전화할게.” 딸을 태운 기차는 서서히 멀어져 갔습니다.

 

그 여름, 작은 새가 날아갔을 때의 뿌듯함과 아쉬움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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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이애자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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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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