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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랫배가 아프다고 말했다. 하혈이었다

조회수 2020. 10. 14.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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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는 아내의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어찌나 미어지던지..

아내의 눈물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았던 저는 매달 일주일 이상 해외에 나갔습니다. 재작년 9월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출장 간지 3일째, 휴대 전화를 보니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나 임신한 거 같아. 테스트기 사서 검사해 봤어.”


저도 드디어 아빠가 된다는 기쁨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의 아이는 벌써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서른여섯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한 저는 아내의 임신 소식에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초음파 사진 속에 보이는 동그란 아기집이 마냥 신기해, 아내를 꼭 안으며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육아 책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출산을 준비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말에는 아내와 병원을 찾아 검진도 받았죠.  


하지만 일 때문에 종종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임신한 아내를 혼자 두다니……. 집을 나설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느 날 현지에 도착해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사진을 찍고 아기 심장 뛰는 소리도 들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아기집 모양이 이상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고요.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며칠 뒤 아내를 만난 날,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아내를 안심시키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며 괜찮아질 거라 굳게 믿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아내가 아랫배가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하혈이었습니다. 너무 놀라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검사를 마치고 난 뒤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그는 긴 설명 끝에 “안타깝지만 유산되었습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를 돌아보는 아내의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어찌나 미어지던지…….  


임신 두 달 만에 이어진 소식이었습니다. 아내를 겨우 다독여 수술실로 보냈습니다.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수많은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출장을 가지 않고 곁을 지켰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왜 아내한테 더 잘해 주지 못했을까…….’


수술이 끝난 후,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도 아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아내의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요.


새 생명에 대한 기쁨과 설렘, 뜻하지 않은 유산, 그리고 절망과 깊은 슬픔. 저희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제 옆에 자고 있는 아내를 보며 가끔 그날의 다짐을 떠올립니다.


아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속삭입니다. 


지난 일은 모두 훌훌 털어 버리고 올해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생명이 다시 찾아오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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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천시 계양구에서 김한주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서우빈'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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