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나면 '말세다'라는 말이나올 막장 범죄물..그런데 재밌다

조회수 2020. 5. 11. 13: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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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간수업> 리뷰

감독:김진민

각본:진한새

출연:김동희,정다빈,박주현,남윤수,최민수,김여진,박혁권


줄거리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을 보며 바로 떠올린 작품은 미드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였다.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가족의 앞날을 위해 비밀리에 마약 사업에 뛰어들다 의도치않게 범죄 세계의 깊은 늪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담아내며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받은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의외의 흥미를 선사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평범했던 인물이 의도치 않게 범죄 세계에 빠져들어 이중 생활을 하게되는 이야기를 깊이있게 담았다는 점, 둘째는 이 범죄세계가 너무나 예측불허여서 예상치 못한 사건과 반전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 셋째로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매회 큰 위기를 맏는 인물들의 모습과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이다.


<인간수업>은 이러한 <브레이킹 배드>와 비슷한 공식과 흐름을 이어나가며, 완벽하지 않지만 한국에도 이와 버금갈 시리즈가 탄생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나름의 깊은 의미와 흥미를 전해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십대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물이란 점에서 대범한 주제관과 배경을 지닌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수업>은 그러한 대범함을 넘어서 아예 선을 넘기로 작정한 시리즈였으며, 작품을 보기전 예상했던 수위를 넘어선 묘사와 설정을 과감히 펼치고 있다.


십 대들의 범죄라 할 수 있는 왕따, 일진 등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은 기본. 여기에 원조교제와 성매매를 전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면 '헉'하게 될 것이며, 이 범죄를 기획한 주체가 십 대라면…그야말로 '말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그 점에서 볼 때 만약 이 시리즈가 5년 전에 나오려 했다면 공중파는 물론이며, 종편에서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히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과 'n번방 사건'과 같은 SNS와 십 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층이 연루된 사회적 범죄가 등장한 현시점을 고려해 볼 때 <인간수업>의 등장은 타이밍 상으로 시의적절했다. 아마도 그러한 한국적인 배경이 있었기에 이 드라마가 흥미를 불러온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고민해 볼 요소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는 가족과 윤리관이 붕괴하며, 물질 만능주의가 된 현시대의 철저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현세대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를 진지한 사회파 드라마의 시각으로 그리기 보다는 일명 '빵셔틀'로 불리우는 학교내 괴롭힘과 기업 경영,조폭들의 경제 논리와 같은 흥미 요소를 내세워 이를 비유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작품의 주제관과 메시지는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보여주고자 한것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 오지수(김동희)와 백규리(박주현)가 왜 성매매 알선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인 동시에 당위성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한쪽은 돈이 우선시 되는 사회적 시스템에 적응하며 가족과 같은 심리적 위안을 스스로 만들고자 한 의도에서 시작했으며, 다른 한쪽은 부유한 부모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이러한 사업이 오락거리 처럼 보였기에 참여했다.


목적은 달라도 그들의 동기를 다른 차원에서 본다면 인간의 여러 욕구중 일부에 기인한 순수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윤리적으로 비난 받을수 밖에 없는 불법적 사업이지만, 이들은 이 사업이 윤리적으로 나쁘다라는 생각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종종 윤리,법적인 문제와 관련한 토론과 질문이 이들에게 전해지지만, 이들은 이 문제를 다른 논리적 의견과 권리주장으로 이를 회피하거나 자기변호를 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진 십대와 젊은 세대의 영악함으로 비칠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인간수업>은 이러한 논리와 시스템이 부모세대의 부패한 시각과 이기심이 대물림 된 현상임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며,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들에게 그럴듯한 당위성을 제공해 준 설정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옹호까지 하려 하지 않는다. 범죄물의 특성에 선과 악의 개념이 없듯이 <인간수업>은 이들이 이로인해 위기를 맞고 심판의 대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전자에 이야기 했던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브레이킹 배드>와 다르게 <인간수업>만이 지니고 있는 범죄의 형태는 디지털 범죄의 특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들의 범죄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목소리와 얼굴을 가리는 형태로 상대방에게 명령을 가한다. 덕분에 주인공들은 기술적 우위와 천재적 재능으로 배운 경영적 논리와 협상으로 매번 위기를 벗어나지만, 익명성이 위협받는 과정에 이르면서 자신들이 자신들이 범죄 세계에 있어서 한낮 애송이에 불과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위기상황을 통해 그제서야 윤리적 문제의 책임감을 통감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수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와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주인공들의 자문을 통해 묻게 된다.


이처럼 <인간수업>은 이 드라마가 어떤 장점을 지녀야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개해야 할 지를 잘 알고 있는 작품으로, 매회마다 적절한 긴장요소를 활용한 긴박감으로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범죄 스릴러의 묘미를 무난하게 전달한다. 덕분에 단 하루만에 시즌 1 한편을 소화하는 시청자들이 등장할 정도로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감과 특징을 잘 갖고 있다.


대범한 소재만큼 의외로 수위가 높은 욕설과 폭력 장면의 등장이 범죄물에서 느낄수 있는 장르적 흥미를 불러온 가운데 이야기 흐름에 있어서 잠시 지나쳐 버린 요소들을 복선으로 활용해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캐릭터들을 엮게되는 솜씨와 대목에서 감탄을 불러오고는 한다. 장르적 기준가 흐름에서 의외의 완성도 높은 각본을 자랑하며 기본적인 긴장감과 재미를 불러오고 있는 시리즈지만, 너무나 대범한 소재와 세계관을 택한 만큼 불완전한 요소들이 없지 않다.


처음 시작한 드라마들이 향후 시즌을 대비해 일부러 일부 설정과 의문점에 대한 설득력을 아껴두려 한 것처럼 <인간수업> 역시 의문점을 불러온 대목(캐릭터 관계와 주인공들의 행동에 대한 전사)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전해주지 않은 아쉬움을 가져다준다. 여기에 대범했던 전반부와 중반부의 흐름과 달리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듯한 사건 마무리와 김여진이 연기한 경찰 캐릭터같은 일부 캐릭터를 애매하게 묘사한 대목이 정점을 찍을 뻔한 드라마의 유일한 단점으로 남게되었다. 물론 이 대목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있을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인간수업>이 무난한 완성작이자 새로운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매력적으로 잘 설정된 캐릭터와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에 있다. 모든 캐릭터들이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약간의 이타심과 윤리의식이 남아있는 것처럼 이야기의 예측불허적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데에는 이들의 행동에 담겨있다.


우리에게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익숙해진 김동희의 소심한 인물의 모습부터, 악역과 선역 사이를 오가며 좀처럼 속을 알수 없는 문제 캐릭터 배규리를 연기한 박주현, 두 인물들에 이용당한 캐릭터지만 나름의 주체적인 모습을 지닌 정다빈, 용서할 수 없는 막무가내 일진의 모습을 보여준 남윤수 부터, 조연 캐릭터 다운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 중견 연기자들의 활약이 이 드라마가 지닌 묵직한 정서를 완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미드에서 볼법한 정체불명의 묵직한 액션 캐릭터를 연기한 최민수의 이미지가 잘 활용되었으며, 이 작품의 유일한 히어로 캐릭터로 보여질 정도였다.


위험한 소재를 아슬아슬한 범위 내에서 무난하게 잘 그려낸 만큼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좋을 한국형 <브레이킹 배드> 였다.


<인간수업>은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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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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