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

조회수 2020. 5. 16.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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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에게는 고통이 더 큰 데다 회복도 더딜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최근 6개월간 미국의 실업률

미국의 4월 실업률은 14.7%로 집계됐습니다. 추후에 자료가 더 보강되면 조정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린 경제의 영향이 고스란히 나타난 수치로 보입니다. 그러나 치솟은 실업률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모든 미국인에게 고루 퍼지지 않았습니다.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인종에 따라 고통의 크기, 정도가 다릅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백인, 아시안보다 라티노(남미인)과 흑인이 높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10대 노동자의 1/3가량이 하던 일을 못 하게 됐습니다.


5월 초 미국 노동청이 발표한 실업률은 한 달 내내 경제가 사실상 멈춘 첫 달인 4월의 실상이 반영됐습니다. 이를 항목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팬데믹이 촉발한 경제적 고통이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나타났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4월 실업률을 인종 별로 살펴보면 라티노가 18.9%, 흑인이 16.7%, 아시안이 14.5%, 백인이 14.2%입니다. 흑인을 제외하면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실업률입니다. 코로나 19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월 실업률은 라티노가 4.4%, 흑인이 5.8%, 아시안이 2.5%, 백인이 3.1%였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경제학자 데릭 해밀턴은 “코로나19로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가 닥쳤지만, 통계 수치는 노동자들의 절망을, 특히 인종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충격의 여파를 오롯이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3월 중순부터 주 정부, 시 정부가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고, 식당과 호텔을 비롯한 서비스 업체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경제가 멈춰 섰습니다. 두 달 가까이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경제적인 피해가 커지자 일부 주는 부분적으로 경제를 다시 열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재개해도 흑인과 라티노는 (백인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실업률이 회복되는 속도도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정책 연구소(EPI)의 정책 디렉터 하이이 시어홀즈는 노동청 실업률 조사의 응답률도 지난 4월 13%나 떨어진 점을 지적하며, 흑인과 라티노의 실제 실업률은 발표된 것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인 가운데 15.5%의 여성이 직장을 잃어 남성(13%)보다 실업률이 높았습니다. 16~19세의 실업률은 31.9%나 됐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교육 수준에 따라 살펴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실업률이 21.2%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4년제 대졸자 이상 노동자들의 실업률은 8.4%로 훨씬 낮았습니다.


인종과 성별, 최종 학력에 따라 주로 종사하는 산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즉, 라티노나 흑인, 젊은이, 여성,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더 노동집약적이고,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면서 같이 할 수 없는 일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겁니다.


고용 지표의 전 부분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4월 무려 2,0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레저나 여행 관련 업종에서만 77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식당과 요식업 분야에서도 일자리의 3/4이 사라졌습니다.


소매업종에서도 2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옷가게 점원입니다. 전체 노동자의 1/4 이상이 라티노 노동자인 건축업 일자리도 100만 개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밖에 미용실, 자동차 정비소, 세탁소 등 자영업자들도 일제히 가게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에 관련 고용도 다 동결됐습니다. 교육, (코로나19 관련 검사와 치료를 제외한)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법 체류 이민자들은 노동청의 통계에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또 다른 집단입니다. 특히 라티노가 다수를 이루는 이들의 상황은 코로나19로 급격히 악화됐는데,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얼마 안 되는 사회 안전망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정식으로 노동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저임금을 감수하며 주로 식품 가공이나 호텔 청소, 공사 현장 인부 등의 일을 합니다. 고용 보험이나 정부가 지급하는 식료품 할인권은 꿈도 꾸지 못하고, 당연히 이번에 납세자 한 명당 1,200달러씩 지급한 코로나19 긴급지원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그 충격을 완화해줄 만한 장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노동청의 통계 발표에 나타난 이 숫자들이 사실 하나하나 엄청나게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절망적인 삶인 겁니다.”
출처: ⓒ연합뉴스

데릭 해밀턴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부터 노동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예전 방식의 노동 통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즉, 갈수록 직장 의료보험이나 퇴직 연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계약직 노동자가 많아지고, 우버와 같은 긱 경제(gig economy)에 종사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고용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온전히 고용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기존 통계 방식이 이를 잘 잡아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해밀턴은 이번 팬데믹 위기에서 이런 노동자들이 회복하는 속도가 훨씬 더 더딜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흑인은 원래 노동 시장에서 가장 늦게 고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코로나19로 입은 타격에서 벗어나는 데 정말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해밀턴은 정부가 직접 소득을 보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특히 흑인이나 라티노가 백인보다 자산도 많지 않고, 평소에 저축할 여유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시가 급합니다. 또한, 중소기업이나 특히 유색인종 자영업자가 시중은행에서 급히 대출받기 쉽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연방정부가 더 많은 자금을 신속하게 긴급 대출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해밀턴은 말합니다.


경제를 재개하더라도 취약 계층을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일을 서둘러 병행해야 합니다. 해밀턴은 정부가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국인들이 좀 더 공정하고 공평하게 노동 시장에 복귀할 수 있어야만 다음번에 또 올지 모르는 고용 위기를 이겨낼 힘도 생겨난다고 해밀턴은 지적했습니다.

원문: 워싱턴포스트, Tracy Jan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번역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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