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명 보는 '미스월드' 앞에서 시위 펼친 여성들, 왜?

조회수 2020. 06. 08.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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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미스비헤이비어> (Misbehaviour,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미스비헤이비어> ⓒ 판씨네마(주)
<서프러제트>(2015년)는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다룬 '1세대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여름에 개봉됐는데, 당시 남성 관객이 한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여성 비하 욕설과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또 다른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했었다.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영화, <미스비헤이비어>는 4년 전에 비하면, '의외로 조용한 상황'에서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최근에도 '서울역 묻지 마 폭행' 사건 같은 말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극장에서만큼은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것.

1880년대와 1910년대 사이에 일어났던 '서프러제트 운동'은 여성 인권 향상의 실마리를 제공하긴 했으나,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함께 안고 간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백인 상류층 여성 중심의 운동이라는 한계가 그 대표적인 사례.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주인공은 논란을 희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동 계급의 여성이었고, 심지어 메릴 스트립이 연기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반란자가 되겠다"라는 말까지 남겼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에멀리 팽크허스트의 의견과 다른 '반인종주의'를 주장한 캐서린 임페이와 같은 여성 운동가도 있었지만, 영화는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서프러제트>는 생각만큼 큰 호평(로튼 토마토 전문가 지수 73%, 6.71/10)을 받진 못했다. 그렇다면 시간이 흘러나온 '2세대 페미니즘'을 다룬 <미스비헤이비어>는 어떨까? 먼저, '2세대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프러제트' 운동 덕분에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고, 세탁기나, 피임약 같은 발명품 덕분에, 여성들의 인권은 조금이나마 향상됐다고 느껴진 1960~70년대에 일어난 운동이다. 작가 베티 프리댄이 모성성이 과도하게 찬양받는 사회를 비판하며,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외치며 등장한 '임금 평등법'이 1963년 미국에서 제정되면서, 2세대 페미니즘 운동은 날개를 달았다.

'2세대 페미니즘'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샐리 알렉산더'(키이라 나이틀리)의 선택지였던,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주요 목표인 '자유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조 로빈슨'(제시 버클리)의 경우처럼, 남녀 불평등은 여성의 선택이 아닌 가부장제에서 생긴 사회적 권력 차이에서 온다고 믿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그 종류.

<미스비헤이비어>는 이런 다양한 이론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진지하게 페미니즘을 다룬 영화는 전혀 아니다. 영화는 베트남 전쟁 위문 공연 당시 '밥 호프'(그렉 키니어)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금이라면 논란이 됐을 여성에 대한 성적 묘사를 언급함과 동시에, 여성을 '미의 대상'으로 규정하려는 당시 사회규범을 은연중 드러낸다. 이 오프닝 장면은, 2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촉발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도 담당하면서, 이후 '밥 호프'가 참여하는 '미스월드 대회'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미스월드'의 창시자, '에릭 몰리'(리스 이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에서 이겨내고자 이 대회를 열게 됐으며, 시대의 변화에서 오는 '미스월드'의 성 상품화 논란에 대해선 애써 부정한다. 그 옆에 있는 아내이자, 공동 CEO인 '줄리아 몰리'(킬리 호위스)는 보수적인 남편과 달리, 유연한 사고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샐리 알렉산더'와 '조 로빈슨'은 서로가 지지하는 페미니즘에서 오는 차이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미스월드'가 '패밀리 엔터테인먼트'로 프라임타임 시간, 달 착륙과 같은 역사적 사건,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보다 더 잘나간다는 것은 막고 싶어 했다.

그렇게 그들은 전 세계 약 1억 명이 시청하는 생방송 중 그렇게 항의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당시, 푸틴 대통령의 인권 유린 정책에 반대하며, 경기장 난입을 진행했던 러시아 펑크 록 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들처럼.
그사이 작품은 '미스월드'에 참여하는 '참가자'에게도 서사를 부여한다. 이는 필립파 로소프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여성해방 운동가가 영웅으로, 미인대회 참가자는 그저 멍청한 사람으로 묘사된 '늙은 연출'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

그러면서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참가자가 역사상 최초의 미스 그레나다 '제니퍼 호스텐'(구구 바샤-로)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 격리 정책이었던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미스 공아남'으로 나서야 했던 '펄'(로리스 해리슨)이었다.

당시 두 참가자는 가뜩이나 인종 차별이 심했던 상황에서 '흑인 여성'으로 당당히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내에서 자신만의 기회를 찾으려 했다. 그리고 작품은 마지막 실제 영상을 통해, 이런 사회적 변화의 운동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의 모습도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실제 시위 장면에는 변화에 지지하는 남성들이 거리 행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최근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통해 흑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이 함께 추모 행진을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한편, '자유주의 페미니즘', '래디컬 페미니즘'으로 구성됐던 '2세대 페미니즘'은 훗날 '3세대 페미니즘'을 통해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뉘었으며, 여기엔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TIRF'와 'TERF' 등이 존재한다.

이렇게 분화된 상황에서 <미스비헤이비어>는 적어도, 현재 사회의 변화되고 있는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서 더욱 도태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로 볼 수 있겠다. 참고로, 이 작품의 일반 상영 관람 당시의 관객층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2020/05/29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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