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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는 있지만, '오페라 배우'는 없는 이유?

조회수 2020. 6. 10. 09: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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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뮤지컬 배우’라는 말은 익숙한데, ‘오페라 배우’라는 말은 어딘가 어색하지 않나요? 뭔가 비슷한 듯하지만, 엄연히 다른 두 장르인 오페라와 뮤지컬. 무슨 차이가 있나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합니다. 뮤지컬 출연자는 ‘배우’라고 하지만, 오페라 출연자는 ‘가수’라고 부르는 이유도 두 장르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어떤 차이점들이 있을까요?

출처: 신시컴퍼니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장면

오페라와 뮤지컬의 기원?

오페라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습니다. 르네상스는 그리스 시대의 이상을 재발견하려는 문예 부흥 운동인데요. 그리스 연극이 주로 춤과 노래로 이루어지고, 일부 대사도 노래로 불렸다는 점에서 착안해 오페라가 탄생한 것입니다.

뮤지컬은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했습니다. 유럽의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에 셰익스피어 연극의 기법과 가면극, 발라드 오페라 등 쇼적인 요소를 도입한 것이죠. 유럽의 소형 오페라인 오페레타와 영국의 코믹 오페라 등이 미국으로 전해지면서 보드빌, 벌레스크 등의 오락 공연과 결합하여 오늘날의 뮤지컬이 완성되었습니다.

출처: CJ CGV
토리노 극장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실황 스틸컷

뮤지컬과 오페라는 다루는 소재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데요. 오페라는 주로 고전적인 이야기나 역사,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는 반면, 뮤지컬은 오페라에 비해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소재를 많이 다룹니다. 또한 오페라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됩니다. 반면 뮤지컬은 노래뿐만 아니라 대사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요. 예외적으로 ‘성스루 뮤지컬(sung-through musical)’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입니다. 이 때문에 오페라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뮤지컬이라고도 불리죠. 

오페라와 뮤지컬을 구분 짓는 또다른 차이점?!

우선 두 장르는 중시하는 공연의 요소가 서로 다릅니다. 오페라는 이야기보다는 음악성이 중심인 공연이지만, 뮤지컬은 연극에 가까운 플롯과 이야기가 중시되는 공연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페라는 가사의 전달보다는 음악성, 즉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죠. 또한 원어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주로 이탈리아어로 공연되는 일이 잦습니다. 반면, 뮤지컬은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와 드라마도 중시되기 때문에 가사 전달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때문에 원어 공연보다는 뮤지컬이 공연되는 현지의 언어로 번역해 공연을 진행합니다. 또한 그 문화권의 관객들에게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개사를 하는 것도 가능하죠.


이런 특징 때문에 출연자를 부르는 명칭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마이크 없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공연장을 채워야 하는 오페라는 전문 성악인이 아니면 소화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오페라 출연자는 ‘가수’라고 부릅니다. 오페라는 음악성을 가장 중시하는 만큼 오페라 가수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반면 뮤지컬 출연자는 노래뿐만 아니라 춤, 연기를 모두 소화해야 하기에 ‘배우’라고 부릅니다. 한 인물로서 극의 내용을 전달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는 노래할 때 정확하고 분명한 발음도 함께 신경을 써야 합니다.

출처: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장면

또한, 오페라의 음악은 마이크를 쓰지 않고 두성을 사용하는 벨칸토 창법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예외적으로 야외에서 공연을 하는 등 소리가 잘 안 들릴 우려가 있는 환경에는 마이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뮤지컬은 좀 더 대중음악적인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이크를 사용하고 주로 흉성을 쓰는 벨팅 창법으로 노래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페라는 반드시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공연이 진행되는 반면, 뮤지컬은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MR을 사용하기도 하고, 전자 악기나 다른 여러 악기들을 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오페라는 오페라 전용 극장에서만 공연할 수 있는 데 비해 뮤지컬은 그 제약이 훨씬 적은 편이죠.


대부분의 오페라와 뮤지컬은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오페라와 뮤지컬 둘 다로 인정받는 작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조지 거슈윈이 작곡한 <포기와 베스>가 있죠. 1935년 오페라로 공연된 <포기와 베스>는 오페라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구성되어 있고, 작품의 모든 대사는 레치타티보나 노래로 표현되어 일반적인 대화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전 오페라와는 달리 거슈윈은 러시아 고전음악과 미국의 블루스, 재즈, 유대 음악에 흑인의 전통 음악까지 넣어 교향곡으로 풍성하게 편곡한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이렇듯 이 당시로서는 전혀 본적 없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었던 <포기와 베스>는 거슈윈이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인 1941년에 뮤지컬로 바뀐 버전으로 리바이벌됐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영향력 있는 연출가 겸 프로듀서 셰릴 크로포드는 레치타티보를 대사로 처리하거나 아예 삭제하고, 공연 시간도 4시간에서 2시간 반으로 단축시켰는데요. 이렇게 뮤지컬화된 <포기와 베스>는 브로드웨이에 오른 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포기와 베스>는 여러 버전으로 공연되며 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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