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나가는 편의점 맥주 6

조회수 2020. 6. 18. 1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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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즘 다들 더위는 어떻게 버티고 있어? 나는 날이 더워지면 그렇게 차가운 음료를 찾게 되더라고. 아무리 에어컨 바람이 맹렬하게 내 살갗을 휘감아도 불처럼 뜨거운 내 속에 차가운 것을 들이 부어야 비로소 더위가 좀 물러나는 것 같더라고. 아, 물론 알코올이 들어간 액체는 잠시 목구멍을 시원하게 긁다가, 이내 식도와 위장을 구불구불 타고 내려가 꺼진 줄 알았던 더위를 다시 활활 타오르게 만든데도 말야.


이 계절은 주류 업계의 성수기야. 나머지 계절동안 조금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체감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할때쯤엔 기다렸다는듯이 앞다투어 새로운 것들을 선보이거든. 이번에도 참 재미있는 게 많아. 그래서 오늘은 요즘 새로 나온 술을 모아봤어. 읽고 마시는 술이랄까.


“편의점 군계일학”
핸드앤몰트 상상페일에일 | 5.1%

4캔에 만 원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 마케팅 담당자는 정말 포상을 받아야 마땅해. 이제 우리는 한 캔의 맥주를 사는 일 같은 건 상상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거든. 선택의 폭도 얼마나 넓어졌는지. 최근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내 수제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를 편의점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거야. 그것도 4캔에 만 원이란 아름다운 가격으로!


사실 나는 디에디트 사무실로 선물이 들어와서 미리 마셔 봤거든. 그것도 무려 대낮에 손님이랑 미팅하는 중에. 근데 너무 맛있는거야. 상큼한 시트러스 향에 은은한 꿀맛(달지 않고 정말 스치듯이 꿀의 향이 느껴져)이 더해진 페일 에일인데 이건 뭐 그냥 낮술을 위한 맥주다 싶더라. 그렇다고 막 부담스러운 맛은 아니어서 나같은 알쓰도 꿀떡꿀떡 넘어가. 결국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또 세 캔이 되어버렸지 뭐야. 덕분에 미팅은 아주 성공적이었어! 벌게진 얼굴로 얼마나 깔깔거렸는지! 조금 진중하게 느껴졌던 기존의 핸드앤몰트 디자인을 싹 갈아치우고 로고부터 패키지 컬러까지 상콤하게 바뀐 것도 아주 마음에 들어. 편의점에서 요 영롱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캔을 발견했다면 당장 쟁여두는 걸 추천해.


“칭따오 너마져”
칭따오 논알콜릭 | 0.05%

너무 더운 날엔 솔직히 알콜이 다 무어냐 싶지. 그래도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은 날엔 난 무알콜 맥주를 마셔. 카스도 하이트도 모두들 무알콜 맥주를 선보였는데, 칭따오 만큼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거든? 근데 칭따오도 굴복하고 말았어. 근데 무알콜 맥주가 원래 일반맥주보다 좀 밍밍한 편이잖아? 가뜩이나 칭따오는 깨끗한 맛에 먹는 건데 여기에 알콜까지 빼버리면 진짜 물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칭따오도 이걸 의식했던 게 분명해. 알콜 도수 0.05% 칭따오 논알콜릭은 기존 맥주보다 2배가 넘는 몰트를 때려 넣어 맥주 고유의 풍미를 살렸대. 라오산 지역의 깨끗한 광천수와 전용 농장에서 재배한 홉을 그대로 사용하고, 딱 마지막 공정에서 알콜만 제거했다고 하니 우리 기대해보자. 그리고 칼로리도 60kcal 밖에 안 한다구. 일반적인 맥주가 120kcal 정도 되니까 몸도 마음도 가볍게 마실 수 있어. 근데 제일 좋은 건 뭔지 알아? 이건 무알콜로 분류되서 쿠팡에서 무료 배송으로 살 수 있다는 거야. 헤헤 이따 퇴근길에 주문해야지.


“꼬리 아홉개 달린 요망한 맥주”
구미호 피치 에일 | 4.5%

구미호와 복숭아라니 무슨 말인가 싶지? 얼마 전 에디터B가 힙하게 김영하 소설과 매치해서 리뷰를 했던 남산 맥주를 기억해? 혹시 안 난다면 여기로 가봐. 남산이나 경복궁 같은 맥주를 만든 곳이 바로 카부르 브루어리거든. 몰랐는데 이 양조장의 심볼이 구미호라네. 맥주 이름만 알려지고 정작 맥주를 만든 곳이 잘 안알려서 섭섭했던 걸까? 카부르가 이번엔 브랜딩을 확실히 하기로 작정했나 봐. 맥주 이름부터 패키지까지 자신들의 심볼인 구미호를 강조했어. 브랜드가 칼을 갈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고 정말 멋진 물건이 나오거든. 복숭아 맥주지만, 달콤한 맛은 많이 줄이고, 복숭아 향만 강조했대. 아무래도 여름 맥주는 과일 향을 엄청 강조하는 게 트렌드인가 봐. 개인적으로 더운 날엔 끈적이는 단맛은 더 덥게 느껴졌는데 달지 않고 향만 난다고 하니 믿어보려고.


“500잔만 준비해, 맥주는 내가 딸게”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 4.5%

국내 맥주 중엔 클라우드를 좋아하는 편. 맛으로 먹는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전지현 때문에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클라우드가 생맥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생드래프트를 출시했대. 얼마 전에 이마트에 갔다가 시식으로 조금 맛만 봤거든? 근데 대박. 탄산이 얼마나 세고 날카로운지. 정말 호프집에서 방금 따른 생맥주에서 따른 맛이 나더라니까. 그거 알지? 너무 차가워서 성애가 잔뜩 낀 500잔에 따라진 생맥을 한 모금 넘기면 양미간이 얼싸 안으며 조우를 하게 되는 그런 상황 말야. 그 자리에서 6캔을 카트에 넣을 뻔한 걸 겨우 참았어. 그래도 업무시간이었거든.


“교양있는 노동자들이 두루 마시는 현대 서울주”
덕덕구스 세션IPA | 4.7%

혹시 세션IPA란 들어봤어? 나도 이번에 처음 들어서 좀 찾아봤어. 1차 세계대전 당시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에 마시던 맥주 종류를 말하는데. 딱 취하지 않을 정도의 낮은 도수지만,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낼 수 있도록 맛을 살린 그런 스타일의 맥주에서 유래되었다고 해. IPA면서 알콜 도수를 5% 정도로 낮추고 대신, 강렬한 홉향만은 놓치지 않은 그런 맥주말야. 일과 일 사이, 세션과 세션 사이에 마시던 맥주라고 할까.


구스 아일랜드가 ‘덕덕구스 세션IPA’를 출시했대. 파인애플과 복숭아 등 트로피컬 과일향을 더하고 여기에 홉의 향까지 더한 거야. 캔엔 강남역 4번 출구와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가 그려져 있어. 이거야말로 교양 있는 노동자들이 일과 일 사이에 두루 마시는 서울 맥주 아니겠어? 나 너무 마셔보고 싶다.


“축하할 일 생기면 연락줄래?”
배상면주가 아띠 | 6%

요즘은 축하할 일 있으면 샴페인 대신 막걸리를 따는 거라며? 처음 듣는다고? 응 그럴 수 있어. 왜냐면 내가 방금 만들어낸 말이거든. 하지만 앞으로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배상면주가가 로켓발사주가 컨셉인 아띠를 선보였어. 얼마나 발사되고 싶은지 라벨 디자인이 로켓에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라니까. 느린마을과 빠르게 대기권을 향해 발사되고 싶은 로켓발사주 사이엔 어떤 인지 부조화가 있는 걸까?


암튼, 포천쌀을 자연 발효해서 생긴 초강력한 기포덕분에 정말 마음껏 흔들기만 한다면 샴페인처럼 펑하고 터뜨릴 수 있는 모양이야. 알콜 도수는 6%, 맛은 가볍고 깔끔하대. 내가 이 막걸리에서 제일 놀란 점은 아띠라는 말이 ‘친한 친구’라는 순 우리말이라는거야. 다들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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