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의 신기원을 보고 싶다면?

조회수 2020. 7. 29. 15: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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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황정민X이정재의 액션 신기원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데뷔작 ‘오피스’로 칸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던 홍원찬 감독의 신작으로, 영화는 유려한 연출과 매력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시작과 동시에 관객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국정원 출신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은 마지막 청부살인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태국에서 발생한 아동 납치 사건이 자신과 관계된 일이란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인남은 곧바로 태국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조력자 유이(박정민)을 만나 사건을 쫓는다. 한편,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된 레이(이정재). 그는 무자비한 복수를 위해 인남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며 인남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이하 ‘다만 악’)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암살자 인남과 그를 쫓는 인간 백정 레이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렸다. ‘신세계’(2012)의 황정민과 이정재가 재회한다는 이유만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으로, 한국과 일본, 태국을 넘나드는 글로벌 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돼 국내 영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색적인 영상미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액션 영화’를 지향했다던 ‘다만 악’인 만큼 영화는 남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액션 시퀀스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홍원찬 감독은 여러 컷을 촬영해 편집을 통해 액션을 그리는 여타 액션영화와 달리, 액션 신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한 번의 테이크로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컷을 최소한으로 줄여 현실감을 더하려 했던 것이다. 스크린에 펼쳐진 액션에 넋을 잃고 몰입했던 당시를 회상하자면, 홍원찬 감독의 노림 수는 훌륭히 적중한 듯하다.


이에 더해 홍원찬 감독은 스톱모션 기법을 차용해 타격감을 극대화 시키기도 했다. 클로즈업으로 촬영된 격렬한 전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직접 액션을 소화하고 있는 듯한 감상을 남기기도 하고, 순간순간 펼쳐지는 슬로우 모션은 인물간의 부딪침을 보다 실감 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야기의 힘 없이 액션 기교만 난무했다면 한숨을 불렀겠으나, ‘다만 악’은 이야기 구성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납치된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사투라는 진부한 소재를 바탕으로 함에도 캐릭터와 구성에 적절한 변주가 가해지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 것이다. 관객은 이 익숙한 새로움 덕분에 결국 아버지가 딸을 구해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일말의 지루함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황정민과 이정재, 박정민의 출중한 연기력 역시 영화의 매력을 한층 증폭시켰다.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황정민은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폭발적인 연기력을 뽐냈으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젊은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았던 박정민은 황정민의 존재감에 전혀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박정민의 파격적인 변신과 섬세한 표현력은 ‘다만 악’의 관전 포인트로 손꼽을만하다.

특히 이정재는 살육을 즐기는 인간 백정을 완벽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연기임이 분명함에도 이정재의 광기에 찬 눈빛과 짐승 같은 몸짓은 섬뜩한 감상을 남기며 관객의 뇌리에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는 이정재가 연기했던 수많은 캐릭터의 이미지는 조금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그의 연기 변신은 특별하고 독보적이다.


어느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영화다. 상업영화이자 장르영화로서 갖춰야 할 모든 미덕을 모범적으로 쌓아 올렸다.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언젠가 국내 액션 영화의 교과서로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개봉: 8월 5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감독: 홍원찬/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배급: CJ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08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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