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어디까지 놀아봤니? 인생 첫 윈드서핑 체험기

조회수 2020. 7. 29.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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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반차내고 힐링하기 딱 좋은 액티비티

여름날에는 필히 바람을 맞으러 간다. 해 질 무렵 강을 따라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어느 때보다 반갑고 고맙다. 봄바람은 얄궂고 겨울바람은 시리고, 적당한 날씨에 불어오는 강바람이 그렇게 좋더라. 

출처: Unsplash

이맘때쯤이면 운동화를 꺼내신고 익숙한 한강변을 따라 걷는다. 따릉이를 타고 힘껏 밟아 보기도 하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껏 달리기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요상한 바람이 든 건 얼마 전 뚝섬에 갔을 때였다. 동호대교에서 뚝섬까지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내달리다 강 위를 유유자적 떠다니는 ‘윈드서퍼’들을 보고 잠시 길을 멈추었다. 영상으로 봤던 낯선 풍경을 실제로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다.


출처: (출처 - 유튜브) ​

‘어디서 봤더라..’ 유튜브에 떴던 `88 강변가요제`였다. 신나게 `담다디`를 부르던 가수 이상은의 비디오가 떠올랐다. 경쾌한 멜로디와 도입부부터 청량함이 넘치는 옛 영상 속에는 윈드서핑을 하는 서퍼들의 모습이 담겼다. 지금의 서울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인상에 남았다보다.

그래서 무작정 가봤다. 여태껏 몰라서 눈에 들어오지 못했나 보다. 한강변에서 ‘뚝섬 한강공원 윈드서핑장’으로 가는 안내판을 이곳저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서핑샵은 많은데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많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인 클룩에 올라온 윈드서핑 체험 강습을 예약하고 전화를 걸었다. 

성수기를 맞은 만큼 주말에는 사람이 많다는 소식에 평일 강습을 잡았다. 한강에서의 윈드서핑, 직접 타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인생 첫 윈드서핑 체험기


01. 이론수업

유난히 더웠던 여름날 2시. 강습시간에 맞추어 도착했지만 대기인원은 나뿐이었다. 하긴 평일 오후에 한강에 홀로 물놀이를 하러 가는 사람이 많겠냐 만은 혼자 강습을 받는 건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최대 5명까지만 진행되는 윈드서핑 수업을 일대일로 받게 됐으니 수강생 입장에서는 이득이었다.


실전으로 들어가기 전 안전수칙과 대략적인 이론수업이 진행되었다. 물에 나갔을 때 강사님의 지시를 잘 알아듣기 위해 보드의 명칭을 익히고 바람에 따라 돛을 움직이는 원리를 배웠다. 그저 바람을 타고 강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원리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반대였다. 


바람을 정면으로 맞은 돛은 강을 따라 하류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가로로 강을 가로질러 나아가게 된다. 그러니 한강변의 윈드서퍼들의 소정의 목적지는 시작점에서 강 너머 반대편 쪽으로 가는 것이다.

더웠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땅 위에서 강습을 받았다. 당장이라도 한강물에 뛰어들 수 있을 만큼 두피의 열이 발바닥까지 내려왔을 때 드디어 강둑으로 향했다. 


무거운 보드를 머리에 이고 물 위에 띄웠다. 강사님은 익숙한 솜씨로 보드를 고무보트에 걸고 한강 한복판으로 나아갔다. 덜컥 한강물을 보고 무서움이 엄습한 것도 잠시, 시원한 강바람에 땀이 식으니 마음이 금세 들떴다.



02. 바람은 눈으로 보는 것

대학교 교양강의로 패들보드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 비대면 강의를 듣다가 밖에 나와서 그런가 유난히 즐거워보였다.

유람선도 못타본 내가 통통배를 타고 한강을 달리다니, 탄성만 내지르는 나는 만화영화에 나올법한 바보 같은 캐릭터의 선원이 된 것 같았다. <br><br>

“저기 바람이 오는 게 보이세요?” <br><br>

손가락에 침을 살짝 바르고 바람의 방향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 (어디서 본 것은 있었던 에디터)는 질문에 강사님은 웃었다. 바람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br><br>

“강 상류를 보시면 유난히 짙은 곳, 저기 보세요. 저 곳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물빛이 짙은 곳이 점점 앞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실 거예요. 저걸 보고 서퍼들은 움직입니다.”

놀라웠다. <br><br>물결을 보고 바람이 오는 곳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내가 몰랐던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익히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처음으로 '점자'의 존재를 알았을 때의 감정과 비슷했다. 같은 언어를 다른 감각으로 느낀다는 게 비슷했나 보다. 그저 바람이 불어오는 감촉을 느끼기만 했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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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는 좋은 파도를 기다리지만 윈드서퍼는 좋은 바람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강습을 받으면 모터보트를 타고 좋은 바람을 찾아 이리저리 강을 가로질러 다니게 된다.

초보자용 보드는 두 사람도 편히 앉을 수 있을 만큼 너비가 넓고 길었다. 커다랗고 흰 보드는 수족관에서 본 벨루가의 모습을 닮았다. 육지에서 배운 대로 발을 딛고 보드 위에 서서 균형을 잡았다. 보드가 큰 만큼 균형을 잡기 쉬워 쉽사리 빠질 것 같지는 않았다. <br><br>모터보트에서 강사님이 “1번”을 외치면 업홀라인을 잡고 우뚝 일어서고 지시에 따라 돛을 닫기도 하고 열기도 했다. 신기하게 바람이 불면 보드는 모터라도 날린 듯 옆으로 쭉쭉 나아갔다. 내가 있는 방향의 상류 쪽인 롯데월드타워 쪽으로 가다가 돛을 닫으면 아래쪽인 종합운동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데드존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있을 때는 돛을 내린다. 친절한 초보자용 보드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머리를 튼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바람을 따라 돛을 움직이는 법은 가끔 헷갈렸지만 금세 몸으로 익힐 수 있다. 그리고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돛을 몸 쪽으로 당기기도 하고 밀리지 않기 위해 살짝 힘을 빼기도 하며 강바람을 느꼈다. <br><br>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순간은 돛을 모터보트에 달고 신나게 달릴 때였다. 바람이 세게 불어올 때 윈드서핑의 시속이 최대 60km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나 빨리 나아가는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서핑의 고수가 된 것 마냥 스피드를 즐겼다. 그러다 물에 풍덩 빠졌는데 물에 젖은 채로 타니 훨씬 더 바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침 바른 손가락의 원리를 기억하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03. 이 재미를 몰랐던 이유

일대일로 4시간가량 진행된 강습은 10만 원. 강사님께서 나에게만 집중해 준 시간과 노동, 그리고 대여료나 모터보트 이용료를 생각했을 때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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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저는 윈드서핑이 이렇게 재밌는 걸 몰랐을까요? 제 또래 친구들도 잘 모르더라고요.”<br> <br>서퍼스트 강사님의 답변은 그랬다. "시간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40대 이상 연령층이 주를 이뤄요. 기본적으로 윈드서핑을 하려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올 때 타는 것이 가장 좋은데, 한창 일할 나이인 20-30대가 일하다 뛰쳐나올 수는 없으니까요." 문득 일하다 뛰쳐나온 내가 숙연해진 순간이었다. 하하..

강사님의 말로는 주변 서핑샵들도 코로나 타격을 받았지만 지난 해 이맘때쯤 보다도 수강생이 10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액티비티를 찾으러 온 원인에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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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피크닉, 한강 달리기, 자전거 이것저것 많이 해봤지만 한강을 가장 색다르게 즐겼던 경험이었다. 이 날 이후로 친구, 가족, 직장 동료 모두에게 서핑의 재미를 알리는 ‘윈드서핑 전도사’가 됐다. 운동으로 꾸준히 하기에는 힘들지만 여름이 가기 전에 꼭 한 번은 해보라며. 특히 이용자가 많이 없는 평일, 유유자적 한강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반차를 내고서라도 타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한강 윈드서핑을 하기 전 준비물은?

세면도구와 수건. 수영복은 입지 않아도 된다. 편안한 반바지와 티셔츠도 괜찮다. 물에 젖어도 되는 옷 무엇이든 오케이. 레깅스를 입으면 강에서 보드에 올라탈 때 살이 덜 쓸린다.
한강 윈드서핑을 탈 수 있는 시기

봄부터 가을까지. 강이 얼어붙는 겨울을 제외한 시즌에 탈 수 있다. 윈드서핑 강습은 우천시에도 진행이 된다.
강습은 몇 번이 적당할까? 가격은?

운동신경이 좋은 수강생은 1회 강습을 듣고 곧장 혼자 타기도 한다고. 일반인 기준 세 번은 강사와 대동하여 타는 것이 좋다. 일대일은 10만원, 다대일 강습은 7만원이다.

취재협조 = 클룩(KLOOK)

사진, 글 = 배혜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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