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 부인 빚 17억 갚아줬는데.."세금이 5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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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이혼하면 재산 분할을 거치게 됩니다. 혼인 중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과정이죠. 이는 세법상 재산 무상이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씨처럼 이혼했는데 특별한 합의 없이 전 부인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면 해당 채무액만큼의 재산이 무상이전된 것으로 보고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 명목으로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법적으로만 이혼하고 실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한 번 이혼한 이상 서로의 재산 가치를 높이는 거래가 있었다면 증여라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제 3자를 통한 간접적인 재산 이전이나 여러 거래를 거쳐 얻은 세제 혜택 등도 해당합니다.
이 같은 세법상 원리는 부부 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에도 적용되는데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 아들에게 부과되는 증여세를 아버지가 대납하면 그 대납분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자녀가 증여세를 낼 능력이 없다면 아예 증여세도 증여재산에 포함해 신고·납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들의 이혼 위자료를 부모가 대신 내주는 것도 증여라고 봅니다.
김씨가 전처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발생한 증여세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혼 전이라면 민법상 배우자에 해당해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제액은 10년 이내 총 6억원입니다. 즉 대신 갚아준 부채가 총 17억원이니 6억원을 공제한 후 남은 11억원에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죠. 증여세를 계산하면 2억8000만원입니다. 반면 이혼 후에 빚을 갚았다면 별다른 공제 없이 17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고스란히 내야 합니다. 이 경우 5억2000만원으로, 이혼 전에 비해 증여세가 두 배 가까이 불어납니다.
김씨가 이혼할 때 법원에서 공동재산을 청산하기로 하고 빚을 갚아주었다면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데요. 이 부부처럼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혼을 택할 경우 법원에서 이혼에 따른 공동재산 분배 결정문을 받은 후 증여세 등 불필요한 세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이득입니다.
글=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