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전쟁 시뮬레이션 시즌2가 열렸다

조회수 2020. 8. 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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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강철비2: 정상회담> (Steel Rain2: Summit,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017년)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조새 역할이 된 <쉬리>(1998년) 이후 볼 수 있었던 최고 수준의 첩보 액션 작품이었다. '북한의 쿠데타'로 시작된 한반도 핵전쟁 시뮬레이션을 2시간 동안 감상한 느낌이었기 때문.

일명 '스틸레인'으로 불리는 'MLRS'(물론 실제 폭격이라면 '15세 관람가'의 심의 등급으로는 볼 수 없는 수준이 됐을 것이다)의 폭격 장면이나, 무인정찰기를 사용한 '청와대 공격', '핵폭탄 투하' 장면은 충분히 색다른 시도였고, 인상적이었다. 조금이나마 어색한 장면이 있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양우석 감독은 치밀한 각본을 선택했다.

물론, 그 치밀함 아래에서 '영화적 재미'를 위해 허구에 가까운 캐릭터를 구축하기도 했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터미네이터 2>(1991년)에 등장하는 'T-1000' 마냥 계속해서 살아나던 '최명록'(조우진)이었다. 한반도 비핵화냐, 전술핵무장이냐를 놓고, '곽철우'(곽도원)의 마지막 선택을 두고서 설왕설래가 오간 것도 이 작품의 화두였었다.

화두를 던지고 끝난 지 2년이 흘렀다. 2년 사이, 남북관계는 정말로 급속히 변화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세 정상이 나란히 판문점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되기까지 했다.
그 상황에서 <강철비2: 정상회담>이 등장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원산에서 진행되던 중에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남북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것. 이 작품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정상회담>이라는 이름이 더 전면에 있었던 작품이었다.

전작과 연계성은 사실상 찾을 수 없었다. '강철비'의 어원인 '스틸레인'이라 불리는 'MLRS'가 나오지 않는 대신, 핵잠수함 수면 위에 불어닥치는 슈퍼 태풍 '스틸레인'이 등장해 '폭풍 위 한반도'를 묘사해주는 것이 그나마 <강철비2>라는 이름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정도였다.

대신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 등장한 정우성과 곽도원의 진영을 바꿔서 출연시켰다. "남북이 서로 입장을 바꿔봐도, 한반도 문제는 이제 우리 의지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담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극 초반부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서 시작된 남북 분단 문제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시대로 이어진다는 소개 자막, 그리고 그사이에 경제가 악화한 일본의 상황 등을 여러 시퀀스를 통해 구성됐다. 분단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정작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 일본의 견제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직접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냉철한 현실'에서 시작한 것.
많은 정보가 초반에 투하되는 만큼,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템포를 늦추는 장면도 볼 수 있는데, 영부인(염정아)과의 몇몇 장면이 그 대목이었다. 관객에 따라 초반부가 살짝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올 수 있는데, 그나마 본격적으로 쿠데타가 터진 이후부터는 흡입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작품은 잠수함 장면부터, '냉철한 현실'에서 '일종의 판타지'로 전개된다. 단순히 '허황한 뜬구름' 잡기가 아닌, 평화를 위해 핵전쟁을 막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이뤄지는 '판타지 전개'로. 이는 우리의 궁극적인 바람인 한반도 '평화'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다.

한반도 주변 각국이 시시각각 날아오는 소식에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떤 이득을 취할지 고민하는 대목은 할리우드 첩보 영화에선 볼 수 없는 새로움이다. 예를 들어, 미국 부통령(크리스튼 댈턴은 <강철비>에서 CIA 지부장 '조앤 마틴'으로 등장한 바 있다)의 속내는 현재 할리우드 작품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중국 시장 흥행을 위해서라면 특히. 이처럼 상업 영화에서는 함부로 하기 힘들 것 같은 현재 국제 정세를 소재로 하면서, 적어도 내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양우석 감독의 저력이 이번에도 보인 셈.
영화는 무거운 톤으로 나가는 중간,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긴장감을 조금씩 덜어내는 완급 능력을 보여줬다. 이는 <강철비>와 유사한 흐름이다. <강철비>에서 땅굴 관련 개그나, '망향국수' 장면을 통해 작품의 주제에 벗어나지 않는 유머를 구사했다면, 이 작품에선 단연 '잠수함 내부'에서 펼쳐지는 연극, 아니 <SNL>에 가까운 정치 풍자 개그를 선보인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의 정우성, 북한 위원장 '조선사' 역의 유연석, 미국 대통령 '스무트' 역의 앵거스 맥페이든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꾸며진 갇힌 공간에서, 현실의 세 정상의 모습을 복사한듯한 연기를 펼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언제나 미국이 더 위대해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외치며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펼치는 '스무트' 대통령, 올백 머리를 하며 유학 경험도 보유한 다혈질의 '조선사' 위원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중재를 펼치는 이상주의자 '한경재' 대통령의 모습이 바로 그것.

여기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놀랍게도 '스무트'를 연기한 앵거스 맥페이든이었다. 지금까지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나온 할리우드 스타인 리암 니슨, 메간 폭스, 뱅상 카셀(여기에 스티븐 시걸을 포함해야 할지는 의문이지만) 등을 놓고 보면, 앵거스 맥페이든은 자신의 캐릭터를 극에 '겉돌지 않고' 연기하는 데 완벽히 성공했다.
한편, 이렇게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를 오가던 극의 후반부에 펼쳐지는 잠수함 액션 장면은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가졌다는 전제를 깔고 작품의 시나리오를 펼쳐간 만큼, 잠수함 내부 묘사는 상당히 중요했다.

양우석 감독은 양홍삼 미술감독과 함께 "북한은 러시아 핵잠수함을 모티브로 자주적인 변형을 가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실제 군수공장에서 잠수함에 납품하는 장치들을 주문, 제작한 잠수함 '백두호' 세트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약 두 달이었고, 20억 원이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김용우 전 해군 잠수함장이 프리 프로덕션과 촬영 기간 내내 촬영장에서 상주하며 감수를 진행했다.
덕분에 승조원을 맡은 배우들은 행동이나 생활 방식을 철저히 교육받고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 당연히 '기만 어뢰', '폭뢰' 등 잠수함전에 실제 등장하는 장치들이 나오는 장면들도 자문을 거쳐 완성됐고, 덕분에 좋은 때깔의 잠수함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잠수함 장면은 <붉은 10월>(1990년), <크림슨 타이드>(1995년)로 시작해, 한국 최초의 핵잠수함 영화 <유령>(1999년), 그리고 최근 개봉한 <헌터 킬러>(2018년), <울프 콜>(2019년)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예를 들어, <울프 콜>은 '억지 이론'을 통해 현재 '유럽' 정세를 충실히 다룬 작품이었다. 누가 먼저 핵으로 공격하더라도, 상대가 그만한 핵으로 보복할 것이며, 이로 인해 양측이 공멸한다는 상황을 보여준 것. 최근 서유럽 국방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완벽히 유사한 시나리오'는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새로운 재미는 느낄 수 있겠다.

2020/07/23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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