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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만났다, <원더 우먼 1984> 갤 가돗X크리스 파인 인터뷰와 세트 방문기

조회수 2020. 8. 31. 10: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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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드디어 <원더 우먼 1984>가 출격 준비를 마쳤다. DC팬돔 행사를 통해 새 예고편을 공개했고, 10월 2일(현지 기준) 개봉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이 소식에 많은 팬들이 환호를 질렀겠지만, 누구보다 기뻤던 건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드디어, 2년 전 <원더 우먼 1984> 세트에 방문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

씨네플레이는 2018년, <원더 우먼 1984>가 한창 촬영 중일 당시 촬영 세트 방문을 초대받았다. 장소는 런던. 런던으로 향한 기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기자 10여 명과 함께 <원더 우먼 1984> 촬영장을 하루 종일 구경했다. 이제부터 이곳에서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을 독자들에게 전해보겠다.

아쉬운 말부터 하자면, 현장 방문은 사진 촬영 금지가 전제됐다. 촬영 기기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또한 스티커로 카메라를 가렸기 때문에 현장은 글로만 전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촬영 현장의 화려한 모습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전해보려고 한다.


출처: <원더 우먼 1984>

2018년 런던에서 1984년 뉴욕을 만나다

'세트'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실내 세트를 생각했지만,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 세트촬영이었다.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촬영은 진행 중이어서 별도의 프레젠테이션을 먼저 듣게 됐다. 어떤 장면인지 알 수 없지만 종종 오토바이 소리가 세트 전체를 휘감았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촬영 장면이 바뀌면서 기자들도 촬영을 구경할 수 있었다. 원더 우먼/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가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의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바삐 가는 모습이었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아니라 쫓기는 듯한 느낌이 강했는데, 도심의 바쁜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두 사람이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출처: <원더 우먼 1984>
배우 의상으로 보아 이 장면에서 이어지는 부분을 촬영한 걸로 추측한다.

이 촬영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80년대풍이 가득한 세트와 엑스트라들, 그리고 스태프들의 대비였다. 엑스트라들은 80년대에 유행한 과장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을, 반대로 스태프들은 편한 무채색 옷을 입었기 때문. 촬영하는 순간은 1980년대 특유의 팝컬처적 느낌이 묻어나다가 갑자기 스태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21세기로 오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왜 1984년도인가”

출처: <원더 우먼 1984>

DC 확장 유니버스(DCEU)에서 원더 우먼의 기원으로 선택한 시대는 제1차 세계대전. 그런데 <원더 우먼 1984>에선 1980년대를 배경으로 삼는다. 여기에 대해 제작진은 '시퀄'이 아니란 사실을 강조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원더 우먼>의 속편임은 맞지만, 아주 유기적으로 이어진 속편은 아니라며 '스탠드얼론'(Stand-alone)이라고 설명했다. 즉 <원더 우먼>의 설정은 가져오되 DCEU와의 긴밀한 연계나 전편과 완벽하게 이어지는 형태는 아니란 뜻.   

그럼 왜 1984년인가. 협력 프로듀서 아나 오브롭타의 설명은 이렇다. "1980년대 미국은 강한 프라이드와 힘을 가졌고 커머셜리즘(상업주의), 예술, 기술, 폭력 등이 도처에 있었다. 미국 사회는 그런 것들과 시대적 욕망의 정점이었다". 패티 젠킨스 또한 "80년대는 우리가 지금도 값을 지불하는 것들이 극에 달한 시기로 당시 우리는 그것이 영원할 것이고, 대가 없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그 시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현재를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요약하자면 1980년대가 현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인간의 욕망이 극대화된 시기라서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한 것.


출처: <원더 우먼 1984>

물론 이런 메시지를 제외하고도 1984년을 선택한 이유는 있다. 바로 디자인. 아나는 "젠킨스는 키치함, 클리셰적인 80년대나 '하하'하고 웃을 80년대 버전이 아닌 패션과 디자인, 조명과 화려함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를 기념하는 듯한 80년대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이번 영화의 디자인 미학을 강조했다. 

출처: <원더 우먼 1984>

“골든 아머에는 어떤 기능이?”

이번 <원더 우먼 1984>에서 가장 주목할 건 원더 우먼의 새로운 의상, 골든 아머가 아닐까. 금빛 수트로 온몸을 두른 다이애나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천사처럼 초현실적 존재로 보인다. 의상을 담당한 린디 헤밍은 이 아머가 원더 우먼의 역사를 보여줄 의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아머의 날개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날개니까 당연히 패러글라이딩을 하듯 공중에서 착륙할 수 있고, 방어에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아머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원더 우먼>에서 20세기 초 패션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현대의 패션을 보여줬듯, 이번 <원더 우먼 1984>도 다이애나 프린스의 다양한 패션을 보여줄 것이다. 일례로 예고편에 등장한 정장 스타일, 이날 프레젠테이션의 이미지로 암시한 드레스 패션 등이 영화에 나올 것이다.


원더 우먼/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 왼쪽),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중, 갤 가돗과 크리스 파인이 기자단과 만나러 다가왔다. 두 배우는 촬영 중간에 시간을 냈기 때문에 영화 속 의상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갤 가돗은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크리스 파인은 흰 티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영락없이 다이애나와 스티브 트레버였지만, 갤 가돗은 그보다 더 쾌활했고 크리스 파인은 좀 더 신중한 성격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 이야기를 넘어 사회에 대한 질문에도 꼼꼼하게 대답하는 그들의 자세가 새삼 감탄스러운 시간이었다.

1편 이후 재회한 두 캐릭터는 어떤 모습인가.

가돗 1편에서 다이애나는 더 투박한 인물이었다. 사랑에 빠진 것조차 처음이었을 정도로.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둘은 좀 더... 어른스러운 시기에 있다. 좀 더 로맨틱하고, 섹시한 분위기? 알다시피 둘은 80년 만에 만났고, 다이애나는 그동안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1편에선 트레버가 다이애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줬고, 이번 영화는 다이애나가 트레버에게 새로운 시대를 알려준다. 이런 역할 변화는 어땠나.

가돗 1편에선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연기하면서 재밌었다. 이번 영화의 세계는 다이애나가 이미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트레버가 새로운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바라보면서, 다이애나는 그런 스티브의 눈을 통해 새롭게 세계를 본다.

파인 스티브는 1편에서 삶의 트라우마를 견뎌내기 위해 스스로 껍질 속에 들어간 캐릭터였다. 이번 영화에선 약간의 행복함을 느낀다. 모든 걸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소년이 된다. 그는 전쟁의 시대가 아닌, 이런 계몽의 시대를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1차 예고편에서도 '소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스티브 트레버

원더 우먼과 80년대의 관계는?

가돗 우호적 관계다(웃음). 80년대가 훌륭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패션과 음악과 예술이 급부상하고 경제적으로도 정점인 시대다. 모든 게 재밌고 화려하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서 스펙타클하고 아름답다. 패티 젠킨스와 촬영감독 매튜 젠슨의 작업물은 경이롭다. 가끔 놀랄 만큼. 1918년(원더 우먼 1편의 배경)의 무채색톤과 참호들과는 톤이 완전히 다르다. 아름답고 재밌다. 

​ 이 영화만의 미학이 잘 드러난 장면이 있다면? 

가돗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웃음) 한 가지를 뽑자면 이번에 새로 나올 원더 우먼 코스튬. 굉장히 '배드애스'하다(상남자스럽다).  

80년대 패션은 어떤가.

가돗 헤어스타일 쿠션을 넣은 어깨, 펑크, 안경과 음악들. 우리 영화에 80년대 음악들도 사용한다. 이 시대의 재밌는 것들이 영화에 있다. 

스티브의 가방도 그 일환인가? 

가돗 마음에 들지 않나?(웃음) 크리스는 이걸 좋아한다. 그가 낸 아이디어다.

허리의 가방이 크리스 파인의 아이디어.

다이애나와 스티브가 원더 우먼 쇼를 보나?(린다 카터의 원더 우먼이 1970년대 제작, 방영됐다)

(일동 웃음)

가돗 나는 쇼를 못 봤다. 그때 태어나지 않아서(웃음) 우리는 의상 아이디어를 찾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80년대 패션을 검색을 해보다가 이 정장 차림을 찾았다. 브룩 쉴즈 스타일. 이걸 보여줬더니 우리의 우수한 의상 디자이너 린디가 이 의상을 만들어줬다.

80년대 패션이 굉장히 컬러풀하다고 했는데 정장 차림은 또 그렇지 않다. 

가돗 다이애나는 패션 감각도 좋고 우아하다. 하지만 눈에 띄려고 시도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려고 했을 것이다.

다이애나는 1편 이후 이번 영화까지 어떻게 지냈을까?

가돗 그는 삶의 복잡함에 대해, 그리고 이 세상의 인간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그렇지만 외롭다. 다이애나는 매우 매력적이고 친절하지만 누구에게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 한다. 그들의 친구로 남는다고 해도 다이애나 본인은 절대 늙지 않으니 꽤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래도 다이애나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돕고자 세상에 있길 원한다. 스티브는 그의 사랑이었기에 큰 상실을,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시간이 흐르는 삶에서 살기 힘들 정도의 힘든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여성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원더'한 조언이 있는가?

가돗 지난밤에 프레드 로저스에 대한 다큐를 봤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미 너희는 특별하고, 사랑받기 위해 엄청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우리 내면 어딘가에선 늘 사랑받길 원하고 감사한 일이 있길 원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이미 당신은 필요하고, 오직 세상에 한 명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키치하게 들리겠지만(웃음) 나는 그렇게 믿는다.  

파인 상대를 걷어차거나 총을 부수고 이런 건 다른 스토리텔링에선 재밌을 수 있다. 하지만 패티가 만드는 이 영화에서 최고의 무기는 상처받기 쉬운,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연민과 마음이다. 스티브는 이미 전편에서 원더우먼과의 관계를 통해 이런 부분들을 보여줬다. 그는 다이애나처럼 슈퍼 파워가 있는 건 아니지만, 폭력과 공격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건 세상 속에서 마음을 여는 것이다. 다소 현학적으로 들릴 수 있겠다. 여성이 메시지의 전달자로서, 양육자로서 우리를 가르친다면 '눈에는 눈'이란 기계적이고 융통성 없는 메시지와 동등한, 혹은 더 강력한 비유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경의를 표할 만한. 

1편이 나온 2년 전, '타임즈업' 운동,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원더 우먼처럼 아이콘적인 여성 캐릭터를 이런 시점에서 연기하면서 드는 압박감 같은 건 없는지 궁금하다. 

가돗 나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작이 '타임즈업' 운동 같은 일의 불씨가 됐단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다. 우연의 일치든 아니든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그 영화가 어떤 효과를 진짜로 일으켰다면 나로선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난 이런 메시지를 담는 하나의 그릇일 뿐이니까. 성적인 학대를 받는 불편한 상황을 경험한 적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 선을 긋고 안된다고 말해야 하는 걸 안다. 두 딸을 둔 여성으로서, 너무 낭만적이거나 투박할지 몰라도 우린 서로를 존중하고 모든 걸 사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내겐 이 영화가 중요하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세상에 범람하는 상업적인 콘텐츠는 우리 다음 세대를 폭발 직전까지 만들고, 정보가 넘쳐나는 SNS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무엇이 진짜인지 아닌지 그들이 알 수 없게 한다. 난 내가 지지하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책임지고 세상에 알리고 싶다. 사람들은 좀 더 관용적이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자랑스럽다. 패티는 이 모든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내가 그 일부라는 사실이 행복하다. 


두 배우의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현장은 다시 바쁘게 돌아갔다. 패티 젠킨스 감독과의 만남이 예정돼있었으나 현장의 지휘자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꽤 흘러, 방문 일정이 끝나갈 즈음에 마침내 패티 젠킨스 감독과 만날 수 있었다. 그와 나눈 대화는 <원더 우먼 1984>의 핵심적인 부분을 본격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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