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이 영화 왜 이래?

조회수 2020. 10. 1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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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국제수사> (The Golden Holiday,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국제수사> ⓒ (주)쇼박스
지난 추석을 강타한 인물은 나훈아였다. 여러모로 그가 남긴 발언들과 노래는 추석 내내 화제였고,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점은 나훈아를 아는 세대뿐 아니라 모르는 세대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는 것.

0대라는 나이에 대중과 소통할 줄 아는 나훈아의 모습은 단순히 가요계뿐 아니라, 전체 대중문화계에서도 본보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내는 것일 터. 흔히 트로트 하면 '구식의 것', 혹은 '사랑가'라는 꼬리표가 찍힐 법도 한데, 그가 발표한 신곡 '테스형'은 가사부터 도발적이면서, 솔직했고, 시원했다.

정답 없는 고달픈 삶을 사는 젊은 세대에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누군가는 밈으로 '히포크라테스'를 언급했지만, 아니다)를 매우 친숙하게 "테스형"이라고 부르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가슴 안에 있는 속내를 내뱉는 것조차 위로가 되는 상황에서, '테스형'은 그야말로 '공감가'였다.

갑자기 <국제수사> 영화를 소개해야 하는데, '테스형'을 언급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상업 영화에서 대중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시대의 트렌드'에 뒤쳐진 기획이 어느 순간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먼저, <국제수사>의 기획 의도부터 뜯어봐야 한다. 김봉한 감독은 "'셋업 범죄'라는 사회 이슈를 수사극에 녹여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싶었다"라면서, "해외여행을 떠난 촌구석 형사가 '셋업 범죄'에 휘말리게 되고, 현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수사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적인 재미를 전달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셋업 범죄'를 주목해야 하는데, '셋업 범죄'는 실제 범죄 상황을 조작해 무죄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유형의 범죄를 일컫는다. "셋업 범죄를 다룬 영화가 흔치 않다"는 보도자료의 설명이 있었으나, 대표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집으로 가는 길>(2013년)이 있다.

'셋업 범죄물'에 대한 차별화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국제수사>는 작품의 중심 뼈대를 쥐고 있는 '주연 캐릭터'의 매력이나 공감을 하기에도 부족함이 많았다. <집으로 가는 길>의 주인공 '송정연'(전도연)은 생활비를 벌고자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한다.

하지만 원석이 알고 보니 '마약'이었고, 이를 몰랐던 '송정연'은 언어도, 환경도 낯선 곳에서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른바 '빽 없는 인물'인 '송정연'의 사연은 대다수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국제수사>는 '셋업 범죄'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주인공의 설정으로 인해, 관객의 불호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복싱 챔피언 출신의 대천 경찰서 강력팀 형사 '홍병수'(곽도원)는 결혼 이후 처음으로 아내 '미연'(신동미)과 딸 '지윤'(이한서)과 '패키지 해외여행'에 나선다.('패키지'는 <국제수사>의 초기 제목이기도 했다) '병수'는 고향 동생이자 필리핀 현지 관광 가이드로 일하던 '만철'(김대명)을 '우연히' 만나고, '만철'로부터 자신을 배신한 친구 '용배'(김상호)가 살인 혐의로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병수'는 '용배'가 있는 감옥으로 향하고, 그로부터 보물 '야마시타 골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거액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병수'는 가족에게 '국제수사'라는 핑계를 대며, '야마시타 골드'를 찾기 위해 나선다.

이처럼, '병수'는 '허당끼' 있는 형사라고 소개됐으나, 범죄자들과 엮이는 과정을 보면 오히려 형사 자격이 없어 보이는 인물처럼 그려진다. '첫 신혼여행'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비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캐릭터의 모습에 공감대를 가질 관객이 누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 작품은 '부실 수사 코미디'의 기조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짜임새 있는 내용보다는 배우의 찰진 연기에 의존하는 액션·리액션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우연히'를 과다 사용한다. 이러다 보니 '셋업 범죄'라고 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병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살인 누명'이었기 때문.
남성 버디물의 단골 소재인 의리와 우정 역시 빼놓지 않는다. 이를 잘 살린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국제수사>에서 애증의 관계인 '병수', '만철', '용배'가 얽히고설킨 끝에 연대한다는 과정은,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캐릭터의 설정 만큼이나 안타까웠다.

필리핀 거대 범죄 조직의 보스를 '매우' 손쉽게 처단해버리는 작품의 빌런, '패트릭'(김희원)도 '코미디 장르물'을 위해서인지, 위압감을 주던 첫 장면 이후엔 줄곧 빈틈만 노출하는 캐릭터로 소개된다. 허술한 설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결말에선, '케이퍼 무비' 장르의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국제수사>는 '유머'를 위해서, 해당 국가와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먼저 한국을 예로 들자면, 찰진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물론, 곽도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는 훌륭하다), 특유의 '지역 드립'도 등장하나, 경우에 따라선 불쾌감이 느껴졌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잠깐씩 말에 호흡을 주는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이 범죄 수사극에 역설적인 웃음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김봉한 감독의 의도는 크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작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필리핀 로케이션'을 잘 활용했는가의 여부다. 먼저 보인 것은 필리핀에 대한 '무지'를 개그로 활용한 점. '병수'가 보물에 집착한 사이, 남겨진 아내와 딸은 호텔 등에서 남은 날을 보낸다.

딸 '지윤'은 "싸왓디 캅"이라는 감사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태국어다. 이를 본 아내 '미연'은 필리핀 말을 잘한다는 칭찬을 한다. 이 영화는 필리핀을 비롯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수입 및 개봉할 예정. 역으로 우리 국민들이 해외 여행을 갈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니하오"나 "곤니치와"라는 걸 떠올린다면, 이 개그는 동남아 전 지역의 인종차별적 요지가 있다.

게다가 현재 필리핀의 치안 상태를 충분히 참작하더라도, "여긴 필리핀이다"라면서 아무도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 사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필리핀 인기 배우들이 경찰이나, '감초 캐릭터'인 주인공들의 보디가드로 출연한 만큼, 현지 관객의 관심이 높을 것이라는 걸 고려할 때, 몇몇 부적절한 장면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겠다.

결국, <국제수사>는 작품의 소재,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시대의 감수성'을 따라갈 수 없는 영화로 관객에게 각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0/09/29 메가박스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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