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대 올까

조회수 2020. 10. 09.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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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AI 기술을 활용한 중개사 없는 비대면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문제는 없는 것일까?

김인만의 트루 내 집 마련 스토리 #146

"지능형(AI) 정부 구축을 추진하면서 중개인 없는 부동산 블록체인 사업에 133억 원을 투입" 최근 정부 내년 예산안에 담긴 이 문구 하나 때문에 부동산중개사들이 집단 반발을 하면서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비대면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중개업계의 밥그릇을 위협한다고 하니 가만있을 공인중개사들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국토교통부를 비롯하여 정부 각 부처들이 부인을 하였고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부동산 공적장부(예: 토지대장, 지적도 등)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해에서 빚어진 소동으로 일단락되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블록체인과 AI 기술을 활용한 중개사 없는 비대면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문제는 없는 것일까?

중개사 없는 거래 시스템 가능할까?

중개사 없는 거래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개별성이 강한 부동산의 특성상 어렵다는 의견이 많지만, 기술의 발달로 주택 내 외부는 3D 입체화면과 VR(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보여주고, 부동산 정보 등의 사실관계와 소유권, 저당권 등 권리관계는 통합된 디지털 장부로 확인 검증을 하며 매매, 임대 거래 계약은 국토교통부가 인증한 전자계약시스템 및 거래대금 보관 기능의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통해 계약을 하면 비대면 중개거래가 안 될 이유는 없다.


정부에서 부인을 하였고 단기간에 중개사가 없는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일이기에 당장 중개사 밥그릇을 빼앗지는 않겠지만, 공적장부의 통합 디지털화와 AI,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거래 시스템 개발은 장기적으로 중개사 없는 거래 시스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개업계의 반발과 우려는 계속될 것이다.


시장의 수요자 입장에서 중개사가 없는 전자거래 시스템의 장점은 중개 보수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개 보수에 대한 불만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중개사 없는 거래 시스템이 중개업계에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다수의 시장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과도하게 느껴지는 중개 보수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에스크로(escrow) 제도란

에스크로 제도란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를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개 보호 시스템으로 미국 부동산 거래에서 볼 수 있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중개사도 없는데 매도인을 어떻게 믿고 거액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입금한단 말인가'와 같은 걱정에 대해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에서 매수인이 낸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계약이 완료되면 매도인에게 입금되는 시스템이 에스크로 제도이다.


우리나라도 중개사 법에 에스크로 제도에 대한 규정이 있기는 한데 실제 활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 먼 미래에 전자 중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지금은 유명무실한 에스크로 제도가 상당히 유용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중개사 법 제31조에 명시된 계약금 등의 반환채무이행의 보장에 대한 내용(에스크로 제도)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역시 법은 어렵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것이다. 현장 부동산중개사인 개업 공인중개사는 거래의 안전을 위해 거래 당사자에게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예치기관에 예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물론 예치 권고를 하더라도 거래 당사자는 예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거부할 수 있고 예치하였더라도 거래 계약에 대하여 해제 등을 할 수도 있다. 또, 계약금 등을 예치한 경우 예치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금융기관이나 보증보험회사가 발행하는 보증서를 예치 명의자에게 교부하고 계약금 등을 미리 수령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예치 제도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거래를 하면서 바로 계약금, 중도금을 받고 싶지 굳이 예치 수수료를 내면서 예치기관에 예치할 거래 당사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중개 시스템에서는 중개사가 거래 당사자 간 사이에서 조율을 하여 원활하게 계약금, 중도금, 잔금 입금이 될 수 있도록 진행을 해주지만, 거래금액대가 매우 높아지거나 중개사의 역할이 필요 없어진다면 이런 예치 보증 제도(escrow)가 반드시 필수가 될 것이며 중개 보수 대신 예치 수수료가 또 다른 비용으로 등장할 것이다.


참고로 예치기관은 금융기관, 공인중개사 법 제42조 공제사업을 하는 자, 신탁업자, 체신관서, 보험회사 등이며, 예치 명의자는 개업 공인중개사, 은행, 보험회사, 신탁업자, 체신관서, 공제사업하는 자, 전문 회사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은행이야 믿을만하지만 개업 공인중개사가 예치 명의자가 되면 과연 믿고 진행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당연히 이런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만약 개업 공인중개사 명의로 은행에 예치하게 되면 계약 이행 사유로 발생하는 계약금 등의 인출에 대한 거래 당사자의 동의 방법, 반환채무이행 보장에 소요되는 실비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약정하여야 하고, 자기 소유의 예치금과 분리하여 관리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계약금 등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장하는 보증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하여야 한다.

중개사 없는 거래 시스템 다른 문제는 없나

중개사 없는 거래 시스템이 기술적이 아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파트처럼 어느 정도 표준화된 부동산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개별성이 강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단독주택, 빌라, 상가, 토지 등의 부동산에 대한 디지털화가 쉽지 않다. 특히 가격표준화는 풀지 못하는 숙제가 될 수 있다. 공시가격이야 세금의 기준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매매가격을 표준화하여 정해준다면 이를 쉽게 받아들일 매도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도 매매 과정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등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데 전자 시스템만으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부동산 거래를 원만하게 진행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 이상 막상 모르는 제3자와 중개사 없이 인터넷 전자 시스템만 의존해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부동산을 계약하고 소유권을 넘기겠다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개사가 하는 일없이 비싼 중개 보수만 받아 가는 것 같아도 막상 직거래를 해보면 여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니다. 매매 상대방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과연 믿을만한 사람인지 권리관계와 주택 하자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가격 협상도 어렵고 집 보러 가거나 계약, 중도금, 잔금 약속 잡는 것도 어렵고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의견 조율도 어렵다. 일반인이었을 때는 중개 보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중개사가 되어보니 중개 보수가 결코 그냥 먹는 돈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는 중개사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어떻게 되었든 지금 당장 중개사가 없는 중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거래의 현실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가 만든 중개사를 중심으로 한 중개 시스템을 정부 스스로 뒤집어야 하는 신뢰의 문제, 수많은 중개사들의 일자리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기존 굴뚝산업에서 인터넷산업으로, HW에서 SW로, 대면에서 비 대면으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 지금 결국에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개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모두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은 든다.


중개업계는 해외 사례와 같은 중개와 감정평가, 금융, 세무, 법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종합 컨설팅을 기반으로 하는 고객만족과 공감을 위한 서비스 질 개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정부는 중개사와 시장 수요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시대 흐름에 맞는 안전하고 편리한 거래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글. 김인만 /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7일만에 끝내는 부동산 지식' 저자

네이버 카페 '김인만 부동산 연구소'

http://cafe.naver.com/atou1

유튜브 '김인만 부동산TV'

※ 외부 필진 칼럼은 직방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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