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4 경제, 조선이 실패한 '금난전권' 꺼내든 이유는?

조회수 2020. 11. 6. 16: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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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가 성공하려면 튼튼한 경제구조가 필요합니다. 경제가 무너진 게임 중에서 롱런한 게임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돈을 잘 벌고 잘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한국 MMORPG의 경제 시스템은 철저한 시장경제를 신봉했죠. 게임 속 경제활동에서 운영자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운영방식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신자유주의가 극단적인 경쟁과 양극화 현상 현상을 남겼듯, 게임에서도 방관적인 경제시스템은 여러가지 분쟁의 소지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게임사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유저들의 경제활동에 관여하기 시작했죠.


그 대표적인 시스템이 ‘개인거래 금지’와 ‘거래소를 통한 아이템 거래’입니다. 요즘 게임들은 대부분 이 두가지 원칙은 지키고 있죠. 11월 발매되는 미르4도 거래소 경제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좀 독특한 거래서 정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바로 ‘금난전권’이라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미르4는 거래소를 통해 유저가 자신이 보유한 아이템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은 모든 유저에게 좋은 시스템임에는 분명합니다. 자유시장경제는 유동성을 부여해 경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게 만들죠. 하지만 늘 그렇듯 잘못된 방법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어 건전한 생태계가 교란되곤 합니다.


금난전권은 이러한 생태계 교란종들을 걸러 내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금난전권이라 이름 붙여진 AI가 시세와 완전히 동떨어진 가격 즉 어뷰징이 의심되는 아이템들을 자동으로 걸러주는 시스템이죠. 금난전권 시스템에 걸린 아이템은 거래소에서 삭제가 되는 동시에 아이템을 판매한 계정까지 이용 제한됩니다. 일종의 감시, 관리 시스템인 금난전권은 우리가 한 번 쯤은 학교에서 배웠던 제도입니다. 바로 17세기초 조선에서 발생한 제도입니다.

조선의 금난전권은 특권층을 위한 제도

금난전권은 국역을 부담하는 육의전을 비롯 도성으로부터 10리 이내 지역에서 난전의 활동을 규제하고, 특정상품의 전매 특권을 지킬 수 있도록 조정에서 부여한 특권을 말합니다.


난전은 등록되지 않은 상인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국가에 등록되지 않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이 많아지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금난전권은 정조대왕 때 혁파됩니다 출처 - MBC 드라마 이산


이들의 세력이 커지게 되면서 어용상인들과 대립하게 됩니다. 나라에 등록된 어용상인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게 되죠. 그리고 금난전권이 부여됩니다. 난전을 금하는 정책이 펼쳐지게 된 것이죠.


금난전권으로 어용상인들의 권력은 더욱 막강해집니다. 관부와 결탁해 신흥 상공업자들의 시장 진출을 차단하며 사실상 독점적 지위로 점점 더 많은 부를 축적했죠. 결국 금난전권 혁파 여론이 높아지게 되고 1791년(정조 15년) 육의전을 제외한 일반 시전이 가지고 있던 금난전권을 혁파합니다. 이로 인해 봉건적 특권상업 체계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죠.

미르4는 금난전권이라는 AI가 시장 자정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미르4의 금난전권도 따지고 보면 조선의 금난전권처럼 난전을 막겠다는 의도와 같아 보입니다. 등록 안된 상인이 장사를 하는 것이 난전이듯 게임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작업장들을 막겠다는 것이 금난전권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선판 금난전권은 폐해가 많아 결국 혁파되었죠. 소수의 상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이었기에 당연히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르4 금난전권, 영리한 운영이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미르4의 금난전권 역시 조선의 금난전권과 같은 위험성은 내포하고 있습니다. 조선판 금난전권이 결국 어용상인이 시장을 독점하는 도구로 전락했듯이 미르4 금난전권 시스템도 그런 위험이 있습니다. 바로 문파 때문이죠.

거대문파에 의한 독과점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가 미르4의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입니다


미르4는 문파 시스템이 핵심입니다. 결국 문파는 거대화 될 것이고 그 문파에 의해 시세가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어용상인이 시장을 독점한 것처럼 문파 역시 미르4 경제를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단순히 시세에 맞지 않는 아이템을 거르는 금난전권 시스템만으로는 거대 문파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 생태계를 막을 길이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미르4 경제 생태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들여다 봐야겠죠. 이는 오롯이 위메이드가 어떤 운영의 묘를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공정하고 깨끗한 경제 시스템이 확립되길 기대해 봅니다


금난전권 시스템을 잘 운용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작업장 혹은 어뷰징 등의 반칙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미꾸라지들이 발 못 붙이는 쾌적하고 정의로운 게임 환경의 모범사례로 남았으면 싶습니다.


물론 AI에만 맡겨서는 오히려 역사 속 금난전권처럼 혁파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금난전권 시스템과 더불어 위메이드의 공정하고 영리한 운영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시대 금난전권은 특권층의 독과점때문에 실패했습니다. 미르4의 금난전권은 조선시대 금난전권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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